수도권 집중 문제, 메가시티로 풀어라
  • 김현수 단국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3 07:30
  • 호수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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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확대와 수도권 메가시티 전략
구심력과 원심력 균형 맞춰 대책 마련해야

향후 5년간 270만 호 주택 공급 계획을 담은 ‘8·16 대책’이 최근 발표됐다. 금번 대책은 수요가 있는 ‘곳’에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우선 특기할 만하다. 수요가 밀집한 서울시내 공급을 확대하고, 민간에 의한 공급 확대를 촉진하며, 이를 위해 재건축 규제 완화, 역세권 용적률 완화, 민간에 의한 도심복합개발 사업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환승역세권 등 기반시설 여건이 양호한 곳은 500% 수준의 용적률 완화와 콤팩트시티를 건설해 주거 수요를 수용하고 탄소중립도시를 조성한다는 것도 전과 다른 점이다. 기존 3기 신도시 역세권을 고밀복합화하고 또 신규 택지 공급도 예정돼 있다. 아직 구체적인 실행 수단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이나, 공급수단별 장단점과 실현상의 쟁점 등을 짚어 본다.

정부가 최근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구체적 실행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주택 공급 대책 마련했지만 우려 여전

나지에 공급되는 신도시는 지구 지정, 개발계획, 토지보상, 분양, 착공, 입주 등 예상 가능한 절차를 거치면서 주택 공급 효과를 그려볼 수 있다. 물론 광역교통 여건이 불비하거나 자족성이 낮은 신도시는 소비자가 외면하겠지만, 광역철도의 환승역세권에 공급되는 택지지구는 소비자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을 것이다. 기성 시가지, 특히 서울 도심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탄탄한 수요에 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도심부의 재건축이나 환승역세권 재개발 사업은 높은 지가, 일조와 조망 갈등, 교통기반시설의 설치, 공공임대주택 입지 갈등 등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가진다. 특히 민간이 주도하는 도심복합개발사업의 경우 토지 보상 과정에서 갈등이 우려된다. 그 때문에 서울에 얼마만한 주택이 추가로 공급될 수 있는가를 우선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미 서울은 행정구역 면적 대비 인구수로 볼 때 세계 최고 고밀도 도시다. 수도 서울에 대한민국의 중추 기능과 대기업 본사 등 중요한 의사결정 기능이 집중해 있다. 새롭게 성장하는 IT기업이나 스타트업 등은 일자리를 빠르게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기업 활동의 집중은 새로운 주택 수요를 만들어낼 것이다.

고속철도와 광역급행철도의 환승역세권은 인구와 산업에 대해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다. 환승센터는 철도와 버스, 승용차와 개인 교통수단 간의 갈아타기를 쉽게 만들어 환승역 중심으로 인구와 산업이 집적하는 새로운 콤팩트한 도시 형태를 만들어낼 것이다. GTX 등 전에 보지 못했던 광역철도망이 연결되면서 수도권은 더 확장될 수 있다. 사람들은 가성비 좋고 쾌적한 교외 지역의 주택을 향해 이동할 것이다. 향후 3기 신도시 공급이 이뤄지게 되면 더 많은 서울 인구가 외곽으로 이동하지 않을까. 특히 경부축상의 성남·용인·화성·평택 지역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집적지의 발달이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은 계층 간, 지역 간 격차를 확대시킨다. 서울 25구, 경기도 31시·군 간의 격차가 커지며 산업이 집중되는 강남과 경부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주거 수요가 발생한다. 서울과 경기도, 강남과 강북 등 과거의 행정구역 구분이 아니라 신성장 산업과 고속교통망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주택 수요를 눈여겨봐야 한다. 서울의 집값이 오른다고 서울시내 주택만 공급해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

GTX의 확산은 환승역세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주택 공급의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 도심에서 30분 통근이 가능한 서울 반경 30km권의 환승역세권은 이제 서울메트로폴리스다. 이를 하나의 도시권으로 보고 주택 공급, 일자리 공급, 기반시설 건설이 이뤄져야 한다. 서울과 경기도는 그린벨트로 단절돼 있는데, 50년 전에 서울의 외연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그린벨트의 쓰임새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당시에 비해 서울 인구는 2배, 경기도 인구는 3배 증가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경기도에서 그린벨트를 거쳐 서울로 통근한다. 변화된 대도시권 여건에 맞도록 그린벨트의 관리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처럼 환경평가 등급으로 해제 구역을 결정하기보다 대도시권 관리 차원에서 그린벨트를 관리해 가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광역철도의 환승역세권을 자족신도시로 개발해 서울로의 통근을 줄여 가고, 한편으로는 철도로 통근하는 분산형 대도시권 계획이 바람직하다. 모든 중추 기능이 서울로, 강남으로 집중하고, 또 간선 교통을 강남으로 연결하는 것은 강남의 희소가치를 더 높일 뿐이다.

 

기존의 그린벨트 관리 방식도 바뀌어야

서울의 낡고 오래된 주택은 정비돼야 하지만 어느 수준의 밀도, 높이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민간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 서울도시기본계획상의 도심, 부도심 그리고 광역철도의 환승역세권과 같은 곳은 용적률을 더 높여서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고, 도시 기능을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 혹자는 자율차나 도심 항공교통(UAM)이 등장할 날이 멀지 않으니 도시철도에 대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하나, 에너지 효율 면에서도 대중교통을 장려하는 방향이 옳다.

수도권 집중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다. 사람들이, 특히 청년들이 선호하는 벤처기업, 스타트업, 테크기업들이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그려진 철도망은 수도권을 더 확산시키는 구심력이 될 것이다. 이미 춘천과 원주, 천안과 아산은 수도권 통근권 역할을 하고 있다. 반대로 광역철도와 가성비 주택, 쾌적한 환경에 대한 욕구는 광역화, 교외화를 향한 원심력으로 작용한다. 구심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는 점에서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주거와 통근, 쇼핑활동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70만 호 주택 공급 계획이 이런 맥락에서 구체화되고 실행되기를 기대한다. 

 

지방 소멸 막는 초광역 메가시티를 디자인하다

시사저널 주최 ‘굿시티포럼 2022’ 8월29일 열려

한국의 지방도시가 죽어가고 있다. 경제 성장과 기술 발달로 외형은 화려해졌을지 모르지만 지방 소멸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근본 원인은 ‘사람’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이다.

농촌에서 시작된 지방 소멸은 지방 소도시로, 다시 지방 대도시로 확대되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초광역 메가시티 조성과 기업의 지방 이전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 시작이 초광역 K메가시티다. 부산과 울산, 대구, 광주, 대전 등을 중심으로 생활권과 경제권을 하나로 묶는 초광역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조언한다.

시사저널은 ‘굿시티포럼 2022’를 통해 기술혁명이 불러온 새로운 수도권의 과밀 문제와 비수도권의 쇠퇴 문제를 진단해 보고자 한다. 행사는 8월29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 페럼홀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시사저널 홈페이지(www.sisajournal.com)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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