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에게 누가 ‘쓴 소리’ 하나…쏙들어간 ‘레드팀’ 플랜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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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소리 하는 참모 없어”…‘구원투수’ 김은혜에 쏠리는 눈길
대선 당시 ‘레드팀’ 출신들은 ‘거수기’로 전락

“정치 감각 없는 ‘이너서클’에 갇혀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벌거숭이 임금은 동화에서나 필요하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대통령 주변엔 아부하는 사람만 있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로 야권 인사들이 입을 모아 꼬집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 주변에 ‘쓴 소리’ 하는 인물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대통령실은 출범 103일 만에 인적 개편을 단행했다. 홍보 라인 보강을 골자로 이미지 쇄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인사들은 윤 대통령에 ‘쓴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핵관’ 코드 인사일까, ‘레드팀’ 파격 인사일까

윤 대통령은 전날(21일) 대통령실 조직‧인적 개편을 단행했다. 방점은 ‘소통’에 찍혔다. 인수위 시절 ‘윤석열의 입’으로 불렸던 김은혜 전 의원을 홍보수석으로 소환했다. 또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신설해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임명했다. 대통령실은 “부처와 대통령실, 국민 간 소통과 이해를 보다 원활히 할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관심은 이 같은 인선이 진짜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지 여부에 쏠린다. 김 수석은 대선 캠프를 시작으로 윤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이 직접 김 수석에 러브콜을 보낼 만큼 신뢰가 두터운 관계로 알려졌다. 김 수석은 “보다 낮은 자세로 국민의 기대와 바람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관섭 수석은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에 반기를 들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직을 자진 사퇴한 인물이어서, 윤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잘 통하는 것’과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은 별개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김 수석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윤심(尹心)’을 업고 경기도지사직에 출범했다. 당시 여권 내에서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던 유승민 전 의원을 ‘윤심’이 견제하는 그림으로 비쳐져 한 때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후 김 수석은 명실상부한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여당 내 인사는 김 수석의 합류와 관련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한 명 더 늘어난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이관섭 정책기획수석(왼쪽 두 번째부터), 김은혜 신임 홍보수석,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비서실장 인적쇄신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관섭 정책기획수석(왼쪽 두 번째부터), 김은혜 신임 홍보수석,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비서실장 인적쇄신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가 인적 쇄신 필요”…특별감찰관 부활 초읽기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추가 인적 쇄신 요구가 제기된다. 쓴 소리 전담 조직을 일컫는 ‘레드팀’ 설치 필요성도 거론된다. 대통령실 내 레드팀 발족 가능성은 지난달 불거진 바 있으나, 대통령실에서 “사실 무근”이라며 공식 부인했다. 쓴 소리 전담 자문위원회 등 별도 조직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불투명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레드팀’ 요구에 직면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대선 당시에도 “윤 후보 주변에 레드팀이 없다”는 자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 바 있다. 말실수나 배우자 관련 공세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권성동 원내대표나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 현 친윤계 인사들이 당시 ‘비공식적 레드팀’으로서 윤 대통령에게 조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 레드팀을 자처했던 이들은 현재 대통령실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듣는 처지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내부총질’ 문자 사태 당시 윤 대통령에 “뜻을 잘 받들겠다”고 한 것이 드러나 지탄을 받았다. 대외적으로 윤 대통령에 쓴 소리를 했던 이준석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 등은 사실상 윤 대통령과의 연이 끊긴 상태다. “윤 대통령 곁에 쓴 소리 하는 사람이 없다”는 자조가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배경이다.

대신 대통령실은 ‘특별감찰관’ 부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 및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들을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자리다. 대통령실은 특별감찰관 부활을 계기로 ‘윤핵관’ 라인을 포함한 인적 쇄신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특별감찰관 임명은 국회 협조가 필요한 만큼, 실제 임명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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