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조선업 위주의 지역 산업구조 바꿔내겠다”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8 15:00
  • 호수 17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차 산업 기반 강화 나선 민선 8기 박종우 경남 거제시장,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거제 확대’ 추진 선언

경남 거제시는 지역 산업구조 개편을 추진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조선산업 도시인 거제는 대형 조선사의 부침에 따라 지역경제 전체 운명이 좌우되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박종우 거제시장은 4차 산업 기반의 산업구조 개편을 그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8월31일로 취임 두 달을 맞는 박 시장은 거제 토박이 출신으로 거제축산업협동조합장과 거제상공회의소 특별의원 등을 지냈다. 

박 시장은 8월18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 내 거제는 이전과 전혀 다른 시대에 직면하게 된다. 기차가 달리고, 고속도로가 뚫리고, 공항이 바로 근처에 들어선다”며 “이런 혜택을 제대로 흡수하고, 거제의 100년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산업적 다양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제 거제시 경제가 조선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박종우 경남 거제시장(왼쪽)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7월19일 오후 하청 노조 파업 사태가 벌어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종우 경남 거제시장(왼쪽)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7월19일 오후 하청 노조 파업 사태가 벌어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제자유구역 거제 확대 지정 추진하겠다”

거제는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이는 전적으로 조선업의 호황 덕분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조선업 호황이 정점을 찍던 2010년 거제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4146만원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었다. 2001년 17만8960명이던 인구는 2016년 25만7183명으로 8만여 명이나 증가했다.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다. 그 덕분에 실업률도 한때 0.4~0.5%로 1%를 밑돌아 사실상 ‘초(超)완전고용 도시’라는 평도 들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새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180도 바뀌었다. 2010년대 후반, 특히 조선업을 중심으로 불어닥친 불황 앞에 거제시가 겪은 지역 단위 경제위기는 규모나 충격 면에서 엄청났다. 인구마저 줄었다. 거제시는 2016년을 정점으로 지난해 24만1216명까지 1만6000여 명의 인구가 빠져나갔다. 통계청의 ‘2021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시군구 주요 고용지표’에 따르면 거제시의 지난해 하반기 실업률도 4.5%로 전국 상위권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전체 시(市) 지역 평균 실업률 3.1%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 탓에 거제시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고용위기지역으로 전락하는 수모까지 겪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박 시장은 “거제는 조선업이라는 한 가지 산업에 의존하다가 조선업 불황이 닥쳤을 때 지역경제 전체의 침체로 이어지는 큰 위기를 겪었다”며 “거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획일화된 산업구조를 개편해 다양한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보·지식산업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 강화에 나섰다. 우선 거제시는 거제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지역 기반 고등직업교육 생태계를 구축한다. 또 친환경 저탄소 선박 클러스터를 조성해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제자유구역 거제 확대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거제시가 부산·인천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들과 경쟁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을 거제까지 확대해 투자기업 조세 감면 등 기업 경영환경 개선으로 국내외 대규모 기업 투자를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토지 공급에 유연성이 커지고 투자자에게 세금과 각종 부담금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돼 개발이 한층 원활해진다. 박 시장은 “KTX와 가덕신공항 등 광역교통망이 구축되면 거제는 조선산업뿐만 아니라 관광, 물류 산업 전반에 걸쳐 입지 여건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최적의 물류 배후도시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신산업 육성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우 신임 거제시장이 7월1일 민선 8기 시장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거제시 제공
박종우 신임 거제시장이 7월1일 민선 8기 시장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거제시 제공

“대우조선 정상화와 노사 화합 조성에 협력”

거제시는 천혜의 자연 조건과 지역 문화를 접목해 ‘문화관광 도시’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거제는 크고 작은 10개 유인도와 63개 무인도로 이뤄진 섬의 도시다. 거제에는 ‘바다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명승 2호 해금강(海金剛)과 희귀 열대식물 등 3000여 종이 자라는 국내 유일의 ‘해상 식물원’인 외도가 있다. 오랜 기간 대통령들의 해상별장 역할을 하며 '청해대'라 불린 저도(猪島), 2020년 초 문을 연 국내 최대 돔형 유리온실 거제정글돔 등 명소가 즐비하다.

여기에 역사·문화유산도 18개 면·동에 산재해 있다. 고현에 자리한 전쟁포로수용소 유적지와 시청 옆에 있는 고현성(古縣城), 임진왜란 당시 원균이 조선 함대를 말아먹은 칠천량(漆川梁) 해전의 현장 칠천도, 거제 관아의 중심 건물로서 영남 4대 누각으로 불리는 기성관, 청마 유치환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8년 조성된 청마문학관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지역에 산재한 역사·문화유산을 관광 콘텐츠로 발굴해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게 박 시장의 계획이다. 그는 “거제만의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키고 계승해야 관광산업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박 시장이 조선업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박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박 시장은 “발로 뛸 것이다. 바이어를 직접 만나고, 선주사에 감동을 주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대형 조선사 두 곳이 수주 물량을 지속 확보하는 데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3년여 만에 최대 수주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조선산업의 수주 첨병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시정(市政)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민선 8기 거제시는 초반부터 시련을 겪었다.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대우조선해양 파업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파업으로 거제시뿐 아니라 전국이 큰 진통을 겪었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의 파업 사태는 파업 51일째인 7월22일 극적으로 노사 협상이 타결돼 사실상 종료됐다. 거제시는 이 사태에 직접 관여할 수 없었지만, 현장 상황을 파악해 거제시와 시민에게 미칠 영향에 대비했다. 또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와 노사 화합 등 분위기 조성에 협력하고, 필요한 시책을 펼치기로 했다.

박 시장은 “노사는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의 최우선 고용 노력과 노사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상생협력 TF팀 운영 등에 합의했다”며 “합의 내용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거제시는) 관심을 가지고 협조하겠다”고 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