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 모녀, 정부 ‘복지 위기발굴대상’에 없었다
  • 박새롬 디지털팀 기자 (lovelyheidi950303@gmail.com)
  • 승인 2022.08.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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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종 위기정보 중 건보료 체납 1건만 해당
한덕수 국무총리(가운데)가 2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 관련 긴급 관계부처회의를 열고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운데)가 2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 관련 긴급 관계부처회의를 열고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암·난치병 투병과 생활고를 겪다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가 정부의 복지 위기가구 발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위기정보 입수자’ 명단에 포함됐으나, 이는 참고용일 뿐 실효성이 없었다. 때문에 정부는 지자체에 이들을 ‘고위험군’으로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보건복지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수원 세 모녀는 정부의 빅데이터 활용 복지 사각지대 발굴 체계상 ‘건강보험료 연체’ 단독 변수 보유자였다. 중앙 복지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엔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다.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은 가구들로부터 34종의 ‘위기정보’를 수집, 분석해 복지 사각지대를 예측한다. 위기정보엔 단전, 단수, 단가스, 건보료 체납, 기초생활수급 탈락·중지, 복지시설 퇴소, 금융 연체, 국민연금 보험료 체납 등이 해당한다. 각 위기정보의 특성, 기간 등을 고려해 상위 2~3%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을 선별, 지자체에 통보하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고위험군 외에 전체 ‘위기정보 입수자 명단’도 지자체에 제공하지만, 이는 지자체에 참고용 차원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2022년 3차 기준 ‘중앙 복지 위기발굴 대상자’는 12만3000명 수준이나, 전체 위기정보 입수자는 544만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위기정보가 수집된 모든 가구에 대해 즉각 대응하긴 어렵다. 

수원 세 모녀 사건의 경우, 건보료 체납이라는 위기정보는 파악됐으나 비교적 위기의 정도가 낮다고 판단되며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결과로 분석된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6월부터 8차례 지자체에 건보료 체납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 관련 정보를 전달한 것에 그쳤다. 

결국 세 모녀의 상황은, 지난달 경기 화성시가 2022년 4차 자체 위기대상 발굴 조사를 벌이면서 공적 감시망에 들어오게 됐다. 화성시는 지난달 이들의 주소지로 건보료 체납 사실과 복지서비스 안내가 담긴 우편물을 보냈다. 이후에도 보험료 납부가 이뤄지지 않자, 주민센터 직원이 주소지를 방문했다. 

그러나 이들이 등록한 주소지는 10여년 전 머물렀던 지인의 집 주소였다. 세 모녀는 지난 2020년 2월 수원으로 이사했지만 주소지를 바꾸지 않아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았다. 지자체 도움은 결국 받을 수 없었다. 

복지부는 23일 이 사건과 관련해 “건강보험료 1년 이상 장기 연체자에 대한 지자체의 기획 발굴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복지 사각지대 보완을 위한 관계부처 회의가 진행됐다. 오는 26일엔 전국 시도 복지국장 간담회를 열고 취약계층 적시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 사건을 언급하며 “복지 정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주거지를 이전해서 사는 분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시 한 다세대주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 모녀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들은 수년 동안 암과 희귀병 투병 등으로 월세 40만원도 제때 못 낼 정도로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복지서비스는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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