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금고지기’, 또다시 실형 선고받은 까닭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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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원씨, 고(故) 조양호 회장 고교 후배로 금고지기 역할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 경비와 시설물 보수 비용 등을 회삿돈으로 지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아무개 정석기업 대표에게 1심 재판부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 경비와 시설물 보수 비용 등을 회삿돈으로 지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아무개 정석기업 대표에게 1심 재판부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한진가(家) 금고지기로 알려진 인물이 또다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 경비와 시설물 보수 비용 등을 회삿돈으로 지급한 혐의와 관련해서다. 그는 앞서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의 공범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유진현 부장판사)는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원아무개 정석기업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조 회장의 고교 후배인 원 대표는 2010년 한진그룹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비상자 계열사 정석기업의 대표이사를 맡은 뒤 한진가(家)의 금고지기 역할을 해온 인물로 알려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 대표는 조 회장의 서울 종로구 자택 경비 용역대금과 자택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와 놀이터 공사 등에 쓰인 비용 등을 정석기업이 대신 내도록 했다. 그가 부당하게 지급한 급액은 11억2400여만원에 달한다.

재판부는 “원 대표는 거액의 회사 자금을 총수의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 사용해 정석기업에 재정적인 손해를 끼쳤다”며 ”총수 일가의 사택에 경비원을 파견하면서 추후 생길 수 있는 법적 문제를 피할 목적으로 정석기업 소유 빌딩에 한 것처럼 회계처리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범행의 수단과 방법이 치밀하게 계획됐고 그 과정에 장부조작이 이뤄지는 등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며 “범죄 피해 회복도 대부분 수익자에 불과한 조 회장이 개인적으로 한 것이고 정작 범행을 저지른 원 대표가 기여한 부분은 전체 피해액의 1%도 되지 않아 양형사유로 고려되는 전형적인 ‘피해 회복’에 해당한다고 보기 충분치 않다”고 판시했다.

앞서 원 대표는 조 회장이 차명약국을 개설하고 항공기 장비·기내 면세품 중개수수료를 가로채는 과정에서 공범 역할을 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져 2020년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 대표는 조 회장이 인하대병원 재단 이사장이던 시절 차명으로 개설한 ‘사무장 약국’을 운영하는 과정에 관여했다. 이 과정에서 사무장 약국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편취한 요양급여는 152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원 대표는 조 회장 자녀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 사장 등이 보유 중이던 정석기업 주식을 정석기업이 고가에 매입하도록 해 재산상 이득을 취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기내 면세품을 매입하는 과정에 업체를 끼워 넣어 부당하게 중개수수료를 챙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 1심 판결과 관련해 원 대표와 검찰은 모두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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