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교훈…“방역정책과 의료대응체계 개편 준비하라”
  •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6 14:00
  • 호수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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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유행 수준 5~6개월 간격 반복하다 1~3년 내 엔데믹 갈 듯
더 큰 유행 오기 전에 의료체계 문제점 개선할 필요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큰 유행을 겪으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지난 2년 동안의 사망자보다 3배 많은 사망자를 우리나라에서 보게 되었다. 높은 예방 접종률로 그나마 다른 국가보다 큰 피해를 겪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시작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 유행이었다. 당시 대규모 환자 발생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와 의료체계가 가지고 있는 4가지 약점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시사저널 최준필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7894명으로 집계된 8월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 검사를 원하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코로나에 드러난 우리 의료체계의 4가지 약점

첫 번째, 요양원·요양병원과 같은 취약시설 내 고위험 환자를 보호하지 못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집단발병에 취약했다. 대다수가 고위험 환자이며, 매우 낮은 의료수가 구조에서 최소한의 복지와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한계 속에 집단발병으로 인해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오미크론 유행 시기에 60대 이상의 전체 사망자 중에서 약 40%가 이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분만·소아·투석·수술이나 시술을 필요로 하는 특수한 환자에 대한 의료자원 확보에 실패했다. 감염이 확인된 특수한 상황의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부족한 상황이 되면서 의료체계에 상당한 부담이 발생했다. 분만 예정 환자가 분만 병원을 찾아 전전하다가 119 차량 안에서 출산한 사례도 발생했다.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와 전문의의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해지면서 중증 소아과 환자의 입원이 쉽지 않았다.

세 번째, 감염병 환자 급증에 대한 응급의료체계의 취약성이 확인되었다. 호흡기 전파가 가능한 감염병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응급의료센터의 음압격리실 숫자는 한정적이다. 법적 요구 사항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2~3개, 종합병원의 경우 1~2개 보유다. 그나마 임시로 감염환자 대기 병상을 확충한 병원들이 있긴 하지만 대다수 병원은 동시간에 응급실에서 격리하며 대기할 수 있는 환자가 5~6명을 넘어가기 힘들다. 발열이나 호흡곤란이 발생한 환자가 119에 이송을 요청하더라도 응급의료센터의 격리실 부족으로 몇 시간씩 구급차 안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네 번째, 감염병 재난 상황에 대한 정부의 커뮤니케이션도 실패했다. 오미크론 유행 시기에 정부는 수차례 위중증 환자 발생과 치명률이 계절 인플루엔자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언급을 반복했다. 우리나라에서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는 겨울의 2~3개월 동안 인플루엔자 환자는 200만~300만 명 정도 발생하고, 2000~3000명이 사망한다. 유행의 정점 시기에는 전국의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의 중환자실 부족 상황이 매년 발생한다. 즉 인플루엔자 정점의 유행 상황도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간신히 버틴 셈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전파력 면에서 인플루엔자의 3~4배 이상이고 2~4월 사이 1500만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인플루엔자와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같다 하더라도 절대적인 환자 발생 규모가 크기 때문에 중환자와 사망자는 몇 배 이상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의료자원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코로나19를 인플루엔자처럼 관리할 수 있으려면 인플루엔자 수준 정도로 유행 규모가 감소하거나 감염병 대응 응급의료체계와 병상체계를 상당한 수준으로 확충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방역 당국도 알고 있었지만 거대한 유행 국면에서 특수환자 의료체계와 응급의료체계가 마비 상황에 이르고 있음에도 인플루엔자의 치명률과 유사하니 버틸 수 있다는 안일한 메시지만 언론을 통해 노출시켰다.

2022년 5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시점에 오미크론 유행이 완화되었고 의료체계 대응에 대한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국정과제와 코로나19 대응 100일 로드맵이 인수위를 통해 발표되었지만, 일부 취약한 장기요양시설과 요양병원에 대한 대책만 수행되고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 유행에서 드러난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오미크론 유행이 잦아들던 시점에 감염병 전문가의 예측과 수학적 모델링 지표들이 8월 이후 유행 상황이 다시 악화할 것을 예견했고, 가을이나 겨울 이후에도 또 다른 유행이 여러 번 반복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정책에서 이미 팬데믹이 끝난 것처럼 방역의 주요 정책을 축소하거나 폐기한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많은 전문가가 지난해 델타 변이 유행이나 올 상반기 오미크론 변이의 거대한 유행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아주 특별한 변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7~8월의 유행 수준 정도가 5~6개월 간격으로 반복하다가 이르면 1~3년 안에 엔데믹 상황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의 방역정책과 의료대응체계 개편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다.

 

효과적인 백신접종 전략 세워야

첫째, 요양원·요양병원·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시설의 감염병 담당자를 지정해 지속적인 교육을 시행하고 일부 시설의 미비 상황에 대한 개선과 관련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감염병 중환자 의료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중환자실은 대부분 다인실 구조의 개방형 형태로 유지되고 있어 감염병 환자 급증 상황에서 중환자실 병상을 탄력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셋째, 특수환자에 대한 의료체계 정비가 시급하다. 절대적인 병상 확보와 시술·수술·분만실 확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환자들의 진료를 촉진하려면 단기적으로는 의료수가를 통한 견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줄어들고 있는 해당 분야의 필수 의료진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응급의료체계의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감염병 환자의 수용 규모를 대폭 확대할 수 있는 응급의료센터의 구조 개편이 절실하다. 응급의료센터의 1~2인실 병상을 확충하고, 이 중에서 음압격리실 비율도 높여야 한다.

다섯째, 코로나19 추가 예방접종에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 의료체계 붕괴 수준의 큰 유행이 오지 않는다면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동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료체계가 버틸 수준으로 중증환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백신접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선은 고위험군에 대한 4차 접종률을 높일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또한 하반기에 예정되어 있는 오미크론 변이에 특화된 개량백신에 대한 승인과 도입을 신속하게 진행해 전 연령층에 대한 추가접종 계획을 준비하고 국민들이 예방접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우리는 2년8개월째 코로나19와 함께 살고 있다. 처음 코로나19를 대할 때보다 지금은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 백신도 가지고 있고 치료제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방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국민의 저력이 있다. 지금까지 함께 노력하며 걸어온 길 앞으로도 국민들과 함께 한다면 몇 년 후에는 지금의 우리의 노력에 대하여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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