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찢남(만화 찢고 나온 남자)” “당신이 옳아요.” “응원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100일을 기념해 지지자들이 보낸 꽃바구니에 적힌 글귀다. 한 장관을 위한 꽃바구니는 지난 24일 트럭 채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 배송됐다.
# “조국을 수호하라” “가짜뉴스 아웃” 2019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지지층들이 낸 함성이다. 서울 서초동 거리는 십여 차례 수만 명의 지지층들이 들어 올린 촛불로 물들었다.
응원의 대상은 다르지만 양상은 같다. 한동훈 장관과 조국 전 장관을 향한 팬덤의 단면이다. 수만 명의 지지자들은 두 사람을 향한 ‘맹목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웬만한 대선 주자 못지않은 인기 수준이다. 두 사람이 주도하는 팬덤정치의 명암은 없을까.
尹대통령 업은 한동훈, 文 잡은 조국…각 정권의 ‘아이콘’
25일 한 장관의 팬 카페인 ‘위드후니’에는 한 장관 취임 100일 기념 응원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카페는 카페의 활발한 정도를 평가하는 35단계 중 상위 4단계에 들 만큼 활성화됐다. 하루 평균 100개 이상의 글이 게재되는 중이다. 이외 한 장관의 페이스북 팬 페이지는 10개 이상 개설됐으며, 가입자 수를 합하면 5만 명 이상이다.
한 장관의 팬층은 주로 고령층과 영남권 계층이다. 한 장관이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 1위에 올라 주목을 받은 리서치뷰 여론조사(8월2일 발표, 7월30~31일 조사, 1000명 대상) 결과, 한 장관의 지지세는 60대(18%)와 70대 이상(16%), 대구‧경북(16%)과 부산‧울산‧경남(14%)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층과 비슷하다. 한 장관이 ‘윤 대통령의 오른팔’, ‘소통령’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법무부 장관이 팬덤의 한복판에 선 것은 조국 전 장관부터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2019년 10월 십여 차례 열린 ‘조국 수호’ 촛불집회가 대표적이다. 조 전 장관은 사퇴 이후에도 각종 이슈의 중심에 섰다. 조 전 장관의 유튜브 채널은 활동 이틀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훌쩍 넘겼다. 현재 해당 계정에는 영상마다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며 화력을 이어가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지난해 집필한 《조국의 시간》은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팬층은 40대와 호남권으로 요약된다. 조 전 장관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자마자 단숨에 차기 대선주자 3위에 올라 주목을 받은 리얼미터 조사(2019년 10월1일 발표, 9월23~27일 조사, 2506명 대상) 결과, 당시 현직 장관이던 조 전 장관의 지지세는 광주‧전라(17.3%) 40대(19.1%)에서 두드러졌다. 이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과 겹친다. 결국 조 전 장관과 한 장관은 각 진영의 두터운 지지세를 기반으로 팬덤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팬덤 정치의 그림자도
두 사람은 각 정권의 ‘아이콘’ 같은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두고 정반대의 노선을 걸었다.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의 선봉장에 섰고, 한 장관은 전임 정부를 겨냥한 사정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저마다 정권의 주요 업무를 수행한 탓에, 지지층의 응원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두 사람의 ‘신언서판’도 인기 비결 중 하나로 언급된다. 일례로 한 장관의 팬카페에는 그의 출근길 모습을 포착한 사진에 ‘만찢남’ ‘설렌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팬덤이 커질수록 인기영합주의로 쏠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관 본인도, 장관을 향한 공세를 펼치는 상대 진영도 여론을 의식해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당장 지난 22일부터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한 장관의 답변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예산 결산심사를 위해 마련된 자리인데도, 한 장관과 민주당 위원 간 설전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결국 법사위는 결산심사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파행했다.
이와 관련해 김경율 회계사는 시사저널에 “이번 법사위 회의의 성격은 2021년 결산심사, 법무부의 재무제표를 심사하는 자리였다”며 “한 장관을 둘러싼 검언유착 사건이 언급될 계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 의원들이 한 장관의 팬덤과 자신들의 개딸(개혁의 딸들)을 의식해 ‘스타가 되어 보자’는 생각으로 괜히 호통 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