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사실상 완승? 국민의힘, ‘반격 카드’ 잃었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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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비상상황 아니다” 판단에 ‘주호영 비대위’ 올스톱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 불가피…與 일각 ‘재창당’ 가능성도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첫발을 떼자마자 무산됐다. 법원이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제기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다. 이에 따라 주 위원장을 구심점 삼아 난국을 타개하려 했던 국민의힘의 계획은 좌초됐다.

당의 주도권을 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은 여전히 ‘이준석 복귀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반격 카드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법원이 국민의힘의 ‘비상상황’을 인정하지 않았고, 조기 전당대회에도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7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7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法 “비대위 설치할 정도 ‘비상상황 ’아니야”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26일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의힘 전국위 의결 중 비대위원장 결의 부분이 무효에 해당한다며 “전국위 의결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이 도과되더라고 채권자(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으로선 난처한 상황이다. 당초 국민의힘 수뇌부는 가처분 인용 가능성을 낮게 점쳐왔다. 사법부가 정치에 개입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취지에서다. 동시에 여권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국민의힘 비대위 체제를 붕괴시키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법원에서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면 이를 ‘원 포인트’로 수정, 비대위 체제를 지속하면 된다는 게 ‘플랜B 시나리오’였다.

앞서 주호영 위원장은 2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가처분 결과가 기각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고,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법원이) 어떤 절차가 문제 있다고 하면 그 절차를 우리가 고쳐서 하면(비대위를 다시 꾸리면 된다)”며 “(비대위 운영에) 가처분 결과가 영향을 많이 못 미칠 거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법원은 “채무자 국민의힘에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여야 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비대위가 꾸려지는 절차 및 방식뿐 아니라 그 ‘실체’에 있어서도 하자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를 재가동할 명분을 잃은 셈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나가고 ‘도로 권성동’?

조기 전당대회 개최도 쉽지 않아 보인다. 법원이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기간이 도과되더라도 채권자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되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 체제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여당 지도부의 ‘공백 사태’는 불가피해 보인다.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조수진·배현진·윤영석·정미경 전 최고위원은 모두 사퇴했다.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비대위 전환 후 국민의힘은 유권해석을 통해 이 전 대표를 포함한 전 지도부는 자동으로 해산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대로면 이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징계가 끝나는 내년 1월 당 대표로 복귀할 가능성도 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경우, 당내 친(親)윤석열계의 ‘선(先)집단 탈당-후(後) 재창당’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전 대표의 입지가 되살아난다면, 이들이 윤 대통령을 구심점 삼아 대대적인 정계개편을 도모할 거란 관측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탈당 및 창당 가능성을 일축하는 동시에 ‘윤핵관’들을 가리켜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창당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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