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직무대행 체제 불가피…與 일각 ‘재창당’ 가능성도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첫발을 떼자마자 무산됐다. 법원이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제기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다. 이에 따라 주 위원장을 구심점 삼아 난국을 타개하려 했던 국민의힘의 계획은 좌초됐다.
당의 주도권을 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은 여전히 ‘이준석 복귀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반격 카드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법원이 국민의힘의 ‘비상상황’을 인정하지 않았고, 조기 전당대회에도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法 “비대위 설치할 정도 ‘비상상황 ’아니야”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26일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의힘 전국위 의결 중 비대위원장 결의 부분이 무효에 해당한다며 “전국위 의결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이 도과되더라고 채권자(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으로선 난처한 상황이다. 당초 국민의힘 수뇌부는 가처분 인용 가능성을 낮게 점쳐왔다. 사법부가 정치에 개입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취지에서다. 동시에 여권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국민의힘 비대위 체제를 붕괴시키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법원에서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면 이를 ‘원 포인트’로 수정, 비대위 체제를 지속하면 된다는 게 ‘플랜B 시나리오’였다.
앞서 주호영 위원장은 2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가처분 결과가 기각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고,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법원이) 어떤 절차가 문제 있다고 하면 그 절차를 우리가 고쳐서 하면(비대위를 다시 꾸리면 된다)”며 “(비대위 운영에) 가처분 결과가 영향을 많이 못 미칠 거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법원은 “채무자 국민의힘에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여야 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비대위가 꾸려지는 절차 및 방식뿐 아니라 그 ‘실체’에 있어서도 하자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를 재가동할 명분을 잃은 셈이다.
주호영 나가고 ‘도로 권성동’?
조기 전당대회 개최도 쉽지 않아 보인다. 법원이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기간이 도과되더라도 채권자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되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 체제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여당 지도부의 ‘공백 사태’는 불가피해 보인다.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조수진·배현진·윤영석·정미경 전 최고위원은 모두 사퇴했다.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비대위 전환 후 국민의힘은 유권해석을 통해 이 전 대표를 포함한 전 지도부는 자동으로 해산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대로면 이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징계가 끝나는 내년 1월 당 대표로 복귀할 가능성도 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경우, 당내 친(親)윤석열계의 ‘선(先)집단 탈당-후(後) 재창당’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전 대표의 입지가 되살아난다면, 이들이 윤 대통령을 구심점 삼아 대대적인 정계개편을 도모할 거란 관측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탈당 및 창당 가능성을 일축하는 동시에 ‘윤핵관’들을 가리켜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창당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