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는 이준석, ‘윤핵관 전면전’ 이제 시작?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7 16: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석 손 들어준 사법부에 권성동‧장제원 수세
‘성 접대 의혹’ 수사가 양측의 ‘정치 운명’ 가를 수도

“‘윤핵관’의 명예로운 은퇴를 돕겠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선전포고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26일 법원이 이 전 대표가 제기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다. 국민의힘 수뇌부가 짜놓은 ‘판’을 이 전 대표가 무력화시키면서, 이 전 대표를 비토했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입지도 같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다만 양측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변수는 ‘비대위’가 아닌 ‘성 상납 의혹 수사’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만약 경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경찰이 기소 판단을 내릴 경우, 이 전 대표의 제명및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7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7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이준석 공격에 코너 몰린 ‘윤핵관’

여권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일선 퇴진론이 불거지고 있다. 전날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다. 취재에 따르면, 당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 출범 전 사퇴했다면 사법부의 판단이 달라졌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의원은 “최고위원뿐 아니라 권 원내대표까지 사퇴했다면, 지도부 공백에 따라 당이 ‘비상 상황’을 선언할 명분이 더 커졌을 것”이라며 “사법부의 판단과 별개로 당의 혼란을 초래한 이들 모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 역시 이 같은 기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권 원내대표가 이르면 27일 원내대표 사퇴를 선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민의힘은 27일 오후 4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법원의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결정과 관련해 대책을 논의한다.

권 원내대표와 함께 장제원 의원을 향한 책임론도 더해지는 양상이다. 장 의원은 권 원내대표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 협상을 물밑에선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새 정부 공신으로 평가받으며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아 새 정부 인사 밑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실의 잇따른 ‘채용 논란’ 탓에 장 의원을 향한 당심과 민심 모두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도 장 의원을 강하게 비판하며 일선 후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5일 장 의원을 ‘삼성가노(三姓家奴)’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윤핵관’ 핵심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세 명의 후보를 밀었던 삼성가노 아닌가”라며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도망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19대 대선 당시 장 의원이 반기문, 유승민, 홍준표 등 대권주자 3명을 잇달아 지지한 점을 지적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한 뒤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한 뒤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판단 따라 ‘공수 교대’ 이뤄질 수도

다만 당 안팎에선 이 전 대표의 복귀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변수는 경찰의 ‘성 접대 의혹’ 수사다. 내년 1월 전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이 전 대표를 검찰에 송치한다면 이 전 대표와 ‘윤핵관’ 사이의 ‘공수 교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 전 대표를 둘러싼 혐의가 일부라도 사실로 판명된다면 당이 제명 카드를 빼들 수도 있다.

일각에선 경찰이 공소시효 문제를 들어 ‘불기소’ 의견을 밝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찰이 ‘성상납 의혹 등은 사실로 인정된다’는 내용을 발표 한다면, 이 전 대표의 당권 도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 윤리위가 경찰의 판단을 근거로 추가 징계를 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전 대표와 ‘윤핵관’ 모두 사법부와 행정부에 ‘정치적 운명’을 맡긴 가운데 양측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26일 ‘주호영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자 당일 오후 예정돼 있던 방송 출연을 모두 취소하고 가족 묘지가 있는 경상북도 칠곡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