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형 개헌 없이  완전한 지방 시대는 불가능”
  • 박영우·김성영 영남본부 기자 (sisa530@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8 12:05
  • 호수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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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6대 시도지사협의회장 맡은 이철우 경북지사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제2 국무회의로 격상시켜 의결사항 이행 강제력 갖도록 노력할 것”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시도협의회)가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나섰다. 전국 17개 시·도지사를 중심으로 지방시대를 이끌어 나갈 이철우 경북지사가 시도협의회장 취임과 동시에 ‘지방분권형 개헌’을 역설하면서다. 이 지사는 “혁명적 지방 시대를 열기 위해 올해 초 첫 시행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제2 국무회의로 격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출범을 앞둔 지방시대위원회와 호흡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이 지사는 “개헌 없이 완전한 지방 시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9월6일 시사저널은 시도협의회장 취임 한 달, 재선 두 달여를 맞은 이 지사를 만났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 지사는 지난 8월19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제16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경북도
이철우 경북지사 ⓒ경북도

재선 도지사에 16대 시도지사협의회장이란 중책까지 맡았다.

“앞으로 몇 년간은 지방 역사에 중대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본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지방자치가 지방의회 기준으로 하면 30년이 넘었다. 하지만 지방이 얼마만큼 나아졌는가 물으면 결코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 오히려 신중앙집권화 우려로 더 힘들어졌다는 의견이 많다. 시도협의회장이 되고 처음 꺼낸 말이 수도권 중심에서 벗어난 ‘지방 중심의 변화’였다. 시·도지사들도 그 어느 때보다 이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윤석열 정부도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를 국정목표로 했다. 대한민국 자치·분권 역사의 새 전환점을 만들고, 지방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화두다. 이철우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중앙·수도권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독립적이고 자생적인 시도협의회가 돼야 한다. 그렇게 해야 국가 어젠다를 발굴하고 선도할 수 있다. 그간 시도협의회는 540여 차례 대정부 정책 건의를 통해 과반 정도 수용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어젠다화하진 못했다. 선진 지방분권 국가가 되기 위해선 정부 정책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신중앙집권화란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 ‘혁명적 지방 시대’가 그 해법이다. 제가 의원 시절 발의했던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올 초 처음 시행됐다. 시도협의회장은 국무총리와 함께 공동부의장 역할을 맡는다.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제2 국무회의로 격상시켜 의결사항이 국무회의처럼 이행 강제력을 갖도록 노력하겠다.”

3선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지방 살리기와 균형발전에 매진한 의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의원 시절부터 주장해온 저의 오랜 꿈이다. 이 말의 기저는 수도권 일극화와 지역불균형이다. 지방은 지금 고사 직전에 내몰렸다. 이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나라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그래서 10년 전 ‘국회지방살리기포럼’을 결성했고, 이는 ‘대한민국살리기포럼’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결국 ‘개헌’이다. ‘지방분권형 개헌’을 하지 않고 완전한 지방자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자체를 지방정부로 바꾸고, 중앙-지방 간 권한을 배분해 국정 파트너로 역할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치입법과 재정·교육·조직권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시도협의회 지방분권특위가 지난해 발표한 ‘지방자치(분권) 혁신과제안’도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과 지역대표형 상원제(양원제) 도입이 핵심이다. 개헌운동을 적극 펼쳐 나가겠다.”

수도권 일극체제, 신중앙집권화 현상의 근본 해결책은 무엇인가.

“수도권 규제 완화와 첨단산업 독식의 원인이 크다. 강력한 비수도권 규제 완화로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 과거에는 여수와 울산, 포항 등 지역마다 경쟁력 있는 국가산업단지가 있었다. 가까운 구미시만 해도 한때 우리나라 수출의 10% 가까이 차지할 만큼 활기가 넘쳤다. 대부분 LG, 삼성, 한화 등 대기업 첨단산업이 주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다. 고대했던 SK하이닉스도 수도권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경쟁은 대학생과 초등학생 간 경쟁이나 마찬가지다. 같은 출발선에서 뛰면 결과는 보나마나다. 수도권 규제는 지방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마지막 보루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8월19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제50차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16대 회장에 선출됐다.ⓒ경북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8월19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제50차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16대 회장에 선출됐다.ⓒ경북도

지방의 청년층 인구 유출이 문제점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 움직임을 어떻게 보나.

“최근 10년간 15만여 명의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났다. 일자리 부족 원인이 가장 크다. 매출액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중 90%가 수도권에 있다. 경북도는 청년들이 좋아하는 일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투자유치 100조원이란 담대한 계획도 세웠다. 첨단 신산업을 유치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투자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해 청년정책에 투입하는 2155억원 중 1181억원을 청년일자리 창출에 지원할 계획이다. 지방대학의 경쟁력은 청년 유출 방지와 인재 육성이 핵심이다. 정부가 발표한 10년간 반도체 관련 인재 15만 명 육성방안 방향에 동의하지만, 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정부가 지원은 지방대학부터, 정원 감축은 수도권 중심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

출범을 앞둔 지방시대위원회와 지방 살리기 호흡을 맞추는 것도 관건이다.

“지방을 위해 일하는 정부 부처가 없다. 행정안전부가 있지만, 지방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아쉬움이 많다. ‘지방시대위원회’를 단순 자문기구가 아니라 국민권익위와 같은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으로 설치해야 한다. 위원 정수를 확대하고, 여기에 지방 추천 위원도 포함해야 한다. 더 많은 부처가 참여해야 패키지 지원도 가능하다. 조만간 행정안전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마련해 입법예고할 것으로 안다. 하지만 올해 초 시행된 중앙지방협력회의와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위원회가 중앙과 지방의 협력이란 명목으로 중앙부처 위주로 운영되면 안 된다. 시도협의회를 통해 중앙과 지방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겠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등 현안 해결을 위한 대구시와의 상생협력도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구·경북의 공동 목표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을 위해 현행법상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당초 로드맵에 따라 하루라도 빨리 개항해 노선과 물류를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가덕신공항은 해주고, 우리는 안 해주는 식으로 차별하면 안 된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조기 건설을 위한 특별법 통과도 서로 협력해야 한다. 물 문제도 영남권 전체의 문제로 함께 협력해 해결해야 한다. 정부도 전면에 나서 적극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지방은 청년 유출과 인구 감소로 지금 매우 어렵다. 하지만 경북은 어떠한 시련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끌어온 고장이다. 그런 경북의 위상을 되찾고, 지방 시대를 주도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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