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도 임용 규모도 아래로 ‘뚝’…교사 꿈나무들 반응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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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사범대생 “임용문 좁아지는데 교사 메리트는 줄어들어”
학생인권조례로 체벌 사라진 점 지적도…“학생 통제수단 필요”
최근 교권침해 사례 급증과 교사 임용규모 감축 등으로 교육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교권침해 사례 급증과 교사 임용규모 감축 등으로 교육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수업하는데 뒤에 누워서 틱톡을 본다고요? 이런 학생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두려움도 커요” (홍익대 사범대학 재학생 김OO씨)

“임용문도 좁아지고 교사 메리트도 줄어드는데, 교대 진학을 꿈꿨던 때가 가끔 후회도 돼요” (서울교대 재학생 이OO씨)

최근 초·중·고등학교의 ‘교권침해’ 사례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 중인 교사 뒤에 누워 폰을 보거나, 청각장애인 교사에게 ‘어차피 못 듣는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8월31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초·중·고 교권침해 사례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2269건으로 파악됐다. 특히 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사건들도 숨어있어, 이 수치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여기에 ‘임용절벽’도 가까워지고 있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인 2023년도 공립 초등교사 선발인원은 3561명으로, 올해(3758명) 대비 5.2% 감축됐다. 특히 서울은 올해(216명)보다 101명(46.8%) 적은 115명만 선발한다. 1년 새 반토막 수준이 된 것이다. 중등교사 사전예고 선발인원도 4117명으로 올해(4410명) 대비 6.6% 감축됐다. 교사를 꿈꾸는 교대·사범대생과 교직이수 학생들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15일 서울교대 연구동 건물 공간에서 학부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사저널 변문우
15일 서울교대 연구동 건물 공간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사저널 변문우

이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15일 만난 교사 지망생들도 진로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서울교대 학부생인 이아무개(여·23)씨는 “교사 메리트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며 “심각한 교권추락에 연금 메리트도 없어지고, 공무원이라 월급은 쥐꼬리만큼 올라가고 있다고 들었다. 근데 임용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라고 막막함을 호소했다.

다른 학부생인 정아무개(여·22)씨도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랑 아이들을 좋아하는 점 때문에 교사의 꿈을 가졌다”며 “하지만 최근 발생하는 (교권침해) 사례들 때문에 진로에 고민도 생긴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학교 친구들하고도 교권침해 사례가 주로 발생할 수 있는 고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이런 상황이 생기면 어쩌나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부 학생들은 지난 2010년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로 체벌이 사라진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 임용고시를 앞둔 서울교대 학부생 김아무개(남·23)씨는 “학생 인권만 중시됐고 교사들의 체벌권은 전면 금지됐다”며 “이런 추세로 특히 중·고등학생 사이에선 젊은 교사들을 또래로 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교육학과 학부생인 고아무개(남·25)씨는 “벌점제를 비롯해 체벌 없이도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강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권침해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라도 ‘급진적 교원감축은 지양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씨는 “학생 수가 감소하는 만큼, 학생들의 수준이나 성격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그만큼 교사의 교육적 지도 수준도 더 높게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익대 사범대학 학부생인 김아무개(여·22)씨도 “교원감축으로 교사 1인당 맡는 학생 수가 줄어들지 않으면 논란 학생들까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교권침해가 더 많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학생들은 단체 차원으로도 교원감축 등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은 14일 성명을 내고 맞춤형 교육을 위한 교사 선발 확대를 촉구했다. 또 이들은 지난 5년간 정규 교원이 5016명 줄었지만, 비정규직 교원은 1만2300여명 늘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교대련은 “시·도 교육청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를 위해 비정규직 교사를 선발할 것”이라며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자 시작한 정책이 역설적으로 비정규직 교사를 양산하면서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초 기조에 맞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완성을 목표로 중기 교원수급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전국교육대학생연합 등의 집회에서 학생들이 신규교사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제공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전국교육대학생연합 등의 집회에서 학생들이 신규교사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제공

한편 교육당국도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4일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한 조례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해당 조례안은 학생과 교직원은 물론, 학부모 등 보호자의 책무까지 규정하고 있다. 교직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비난·모욕이나 부당한 간섭을 제한하는 것이 조례안의 골자다. 또 교권침해 가능성이 있는 학교 방문자의 출입을 교장이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보수 교육계에서 주장하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같은 날 발표한 제정안과 관련해 “인권 조례 폐지는 과거로 퇴행하자는 것”이라며 “교권과 학생 인권은 상충하는 것이 아니며 둘 다 존중돼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효성 있는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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