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사’ 한복판엔 쌍방울이 있다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6 16:05
  • 호수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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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대북 교류부터 대장동·변호사비 대납 의혹까지
李 관련 사건마다 ‘쌍방울’ 등장…핵심 인물은 해외 도피
성남FC·법카 유용·변호사비 대납 등, 檢 칼날 李 겨눈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한 여러 의혹이 정국의 뇌관으로 급부상했다. 수사기관은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에게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된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과거 판단을 뒤집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특혜부터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와 관련한 ‘본류’ 수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검경은 정권교체 뒤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제1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기사회생한 이재명 대표는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은 추석 직전인 9월8일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기관은 대장동 개발특혜·변호사비 대납 등 주요 사건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핵심 의혹에 매번 등장하는 기업, 쌍방울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이 대표의 정치생명과 직결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그의 변호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재명 성남FC 구단주가 2014년 12월2일 성남시청 율동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프로축구연맹 징계 회부와 관련한 입장 발표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뉴스1
서울 중구 쌍방울그룹 사옥ⓒ시사저널 박정훈

쌍방울·관련사, ‘경기도 협업’ 대북단체에 14억여원 기부

쌍방울그룹은 지난 대선에서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집중 조명됐다. 최근에는 경기도의 대북 교류사업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2018~21년)를 지낸 시기, 쌍방울의 자금이 대북단체에 후원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경기도는 2018년 11월과 2019년 7월 사단법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와 대북 교류 행사 ‘아시아태평양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에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 5명이 경기도를 방문했다.

이때 쌍방울그룹이 등장했다. 당초 국제대회 비용은 경기도가 지원해야 했다. 그러나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관련 예산안 통과를 반대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그러자 아태협이 국제대회 행사 비용을 부담했다. 아태협의 2018년도 국세청 공시자료를 보면, 이 단체가 국제대회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8억여원. 이러한 자금은 쌍방울의 기부금으로 마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도 아태협에 기부한 사업자는 쌍방울(6억원)과 쌍방울 핵심 계열사인 나노스(3억원)였다.

쌍방울그룹 관련사들의 기부는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2019년도 국세청 공시자료를 보면, 쌍방울은 모두 2억200여만원 상당의 의류와 현금 등을 아태협에 기부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 광림(8750만원)을 비롯해 쌍방울그룹과 밀접한 KH그룹 계열사인 삼본정밀전자(1억250만원), 장원테크(4000만원), 필룩스(1억4000만원) 등이 출연한 규모도 3억원이 넘는다.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앞줄 왼쪽 두 번째)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2018년 11월16일 고양시에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했다.ⓒ연합뉴스

김성태 전 회장과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두터운 친분 관계는 업계에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두 인물은 2010년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은 바 있다. 이후에도 자금거래를 활발히 해오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그룹은 2020년도에도 지원에 나섰다. 쌍방울은 모두 6700만여원 상당의 의류와 마스크, 현금 등을 내놨다. 관련사인 광림(640만원)과 남영비비안(640만원), 필룩스(600만원), 삼본정밀전자(300만원) 등도 기부에 동참했다.

이 무렵,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낸 이 대표의 측근은 북한을 방문하며 대북사업에 힘을 실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2018년 8월~2020년 1월)는 첫 국제대회 직전인 2018년 10월 두 차례 방북했다. 이 대표 시절 처음 도입된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도의 남북 평화협력 교류를 총괄했다. 아태협과 함께한 국제대회 역시 이 전 부지사가 총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기도에 합류하기 직전인 2017년 3월~2018년 6월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냈다. 이 전 부지사가 사외이사를 그만둔 뒤 공직에 있으면서도 쌍방울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최근 알려지면서 논란은 커졌다.

쌍방울그룹은 이 대표와 관련한 굵직한 사건에 얽혀 있다. 먼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후보 시절 불거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은 1심부터 2심, 3심, 파기환송심까지 이어졌다. 이 대표의 변호인단은 전직 대법관과 대형 로펌 소속 등을 포함해 30명 이상으로 꾸려졌다. 법조계는 이러한 변호인단 비용이 1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새만금개발청

김성태 회장의 도피 행각에... 뒷배 봐주는 정치 세력 있나

이 대표의 공직자 재산신고에는 이러한 고액이 나간 흔적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변호사 비용이 2억여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0월18일 경기도청을 대상으로 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변호사비를 농협과 삼성증권 계좌로 다 송금했고, 그 금액은 2억5000만원이 조금 넘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법조계는 “초호화 변호인단에 비해 변호사비가 턱없이 낮다”며 지속적으로 의구심을 제기해 왔다.

시민단체의 고발은 이러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한 친문단체는 지난해 10월 “(이 대표의 사건을 수임한) 이태형 변호사가 수임료 명목으로 현금 3억원과 3년 뒤 팔 수 있는 20억여원 상당의 상장사 주식을 쌍방울에서 대신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제보자의 3자 간 녹취파일 등을 근거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제보자 이아무개씨는 지난 1월 지병으로 사망했다.

이태형 변호사가 쌍방울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됐었다는 이력도 주목받았다. 그는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불거진 ‘혜경궁 김씨’ 논란과 관련해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명예훼손 사건 등도 맡은 인물이다. 이러한 쌍방울그룹 관련 논란이 불거진 직후, 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대장동 사건과도 맞물려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의 돈이 쌍방울그룹 전환사채(CB) 발행·유통 과정에 흘러들어갔고, CB로 인한 시세차익 일부가 이 변호사 등에게 들어갔다는 것이다.

정치권 공방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월1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쌍방울이 발행한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페이퍼 컴퍼니 두 곳이 사들였는데, 이 중 한 곳의 사외이사가 이태형 변호사”라고 몰아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와 쌍방울의 인연은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은 지난해부터 관련 의혹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수사 기밀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의구심만 짙어진 상황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 소속 검찰 수사관이 쌍방울그룹에 수사 기밀을 흘린 정황이 지난 7월 처음 알려졌다. 특히 이태형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한 검찰 출신 변호사 A씨가 수사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김성태 전 회장은 수사 기밀이 유출된 직후인 지난 5월 돌연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현재 쌍방울그룹과 관련한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수원지검은 8월25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KH그룹 본사에 이어, 하루 뒤에는 쌍방울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9월7일 쌍방울그룹 횡령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청 북부청사 행정2부지사 산하 평화협력국, 경제부지사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쌍방울 법인카드 사용(뇌물수수 혐의) 의혹을 받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집무실과 주거지 등도 대상이었다.

수원지검은 9월8일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은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피고발 사건 중 뇌물수수 등 혐의 부분은 공직선거법상 단기 공소시효(6개월)와 무관하게 계속 수사 중”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횡령 의혹 등도 수사하면서 이 대표와의 연관성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김성태 전 회장 등 핵심 인물 소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해외로 출국한 김 전 회장 등을 상대로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내렸다. 여권 무효화도 요청하며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가 수개월간 잠적하고 있는 데엔 정치적 뒷배를 봐주는 세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제공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8년 7월10일 이재명 경기지사에게서 임명장을 받고 공식 취임했다.ⓒ경기도 제공

성남FC·대장동 특혜·법카 유용… 커지는 ‘사법 리스크’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에 반발했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9월13일 검찰 수사와 기소 등과 관련해 “이재명 죽이기”라고 규정했고, 이 대표는 하루 뒤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정쟁 또는 야당 탄압, 정적 제거에 너무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마시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검찰 수사를 두고 ‘전쟁’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이 대표 측은 9월1일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출석요구서를 보내자 “전쟁입니다”라고 저격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9월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시작 전에 기자들과 만나 “전쟁이 아니라 범죄 수사”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가시적인 수사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최근 수사 결과가 뒤집어졌다. 경기 분당서는 지난해 9월 이 사건과 관련해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었다. 그러나 고발인의 이의제기와 검찰의 보완수사 지시 이후 지난 2월부터 보완수사를 7개월간 진행했다. 지난 5월 성남시청과 두산건설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경기남부청은 9월13일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죄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산건설 등 기업 민원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성남FC(제3자)에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는 것이 골자다.

이 대표는 현재 일부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이상현)는 9월8일 대통령선거 기간에 대장동 의혹 관련 인물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같은 날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도 이 대표가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용도변경을 하라고) 국토교통부가 협박했다”는 발언 역시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에 배당됐다.

이 대표는 과거 ‘사법 리스크’를 떨치고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2018년 친형 고(故) 이재선씨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을 받았지만, 대법원과 파기환송심까지 거치며 살아났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집권여당의 대선주자가 됐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는 과거와 다르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근거해 의원직을 잃게 된다.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2027년)에 나설 수도 없다.

앞으로 사법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점도 변수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대장동·백현동 개발 등 ‘본류’ 수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역시 검찰에서 수사 중이다. 김씨는 2018년 7월~2021년 9월 전 경기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 배아무개씨가 도청 법인카드로 자신의 음식값을 낸 사실을 용인한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배씨는 이 대표의 변호사 사무실 직원으로, 김씨를 수행한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그는 9월8일 공직선거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당선 직후 배씨가 도청에 채용된 만큼, 이 대표도 배씨 관련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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