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피해에 정부 압박까지…‘사면초가’ 최정우 포스코 회장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5 16: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사실상 ‘인재’로 판단…퇴진 압박 커지나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8월25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2 포스코그룹 기술컨퍼런스'에서 개회사 하고 있다. ⓒ 포스코 제공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8월25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2 포스코그룹 기술컨퍼런스'에서 개회사 하고 있다. ⓒ 포스코 제공

"충분히 예보됐는데도 전례없는 피해가 발생한 것을 중점적으로 따져보겠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

포스코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역대급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되면서 천문학적 피해를 입게 된데다 정부가 '책임 소재'를 놓고 경영진을 겨냥한 고강도 조사까지 예고한 상태여서다. 장단기 실적 타격과 내부 혼란, 정부 압박이라는 악재가 거듭되며 최정우 회장의 입지에도 영향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힌남노로 인한 피해 복구에 사활을 걸고 있는 포스코는 예상치 못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 조사 예고에 직원부터 경영진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용 인력을 총 동원해 49년 만에 멈춰 선 '전체 고로 정상화' 문턱을 가까스로 넘었지만, 완제품 생산 등 완전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데다 극도의 혼란이 이어지는 도중에 정부발(發) 날벼락까지 떨어졌다.

전날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철강 수급 조사단' 브리핑을 열고 힌남노 피해로 직격탄을 맞은 포스코의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장 1차관은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포스코의 사전 대응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정조준했다. 더불어 태풍 발생 이후 포스코가 상황을 은폐하거나 축소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피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포항체절소가 태풍 힌남노 침수로 멈춰 섰던 고로를 순차 가동해 철강반제품 생산을 시작했다고 9월13일 밝혔다. 사진은 9월12일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전기강판공장을 점검하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 ⓒ 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체절소가 태풍 힌남노 침수로 멈춰 섰던 고로를 순차 가동해 철강반제품 생산을 시작했다고 9월13일 밝혔다. 사진은 9월12일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전기강판공장을 점검하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 ⓒ 포스코 제공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사실상 포스코 경영진의 의사 결정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재난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기업에, 그것도 한창 수습 중인 와중에 이뤄지는 조치로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장 1차관이 공개적으로 띄운 메시지로 미뤄볼 때 정부는 이미 포스코가 처한 상황이 '불가항력'이 아닌 '인재'임을 결론 낸 것으로 보인다. 남부지방에 강풍과 폭우가 수 차례 예보됐던 만큼 침수 상황에 철저히 대비했다면 전방위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 거란 입장이다. 

포스코 측은 피해 상황과 철강재 수급 관련 등 모든 데이터를 정부에 실시간 보고하고 있다며 은폐·축소를 할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힌남노로 냉천이 범람하면서 포항제철소는 물론 시내 전체가 침수되다시피 했는데 이를 기업의 준비 태만 등 '인재'로 몰아가는 것은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 결국 최정우 회장을 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포스코는 2000년에 민영화됐지만, 이후에도 역대 정권마다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6월 말 기준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공단은 전체 지분의 8.3%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7월 취임한 최 회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기를 시작해 4년 넘게 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최 회장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업계에서는 역대 포스코 회장들이 정권 교체기마다 수난을 겪으며 물러난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재난 대응을 앞세워 경영진 퇴진 압박을 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조사가 본격화 될 경우 최 회장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자칫 자진 사퇴나 문책성 경질을 넘어 수사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 차관이 공개적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한 의미가 무엇이겠느냐"며 "결국은 최정우 회장에게 거취 결단을 압박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힌남노로 인해 침수된 포항제철소의 공식적인 피해 규모나 정상화 시기를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다. 현재 포스코의 일평균 피해액은 약 507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포항제철소 매출(18조4947억원)을 365일로 나눈 액수로, 지난 6일 가동 중단 이후 누적된 피해 규모는 5000억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각종 설비 피해와 복구 투입 비용 등을 종합하고, 생산 중단으로 인한 2·3차 여파까지 모두 합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