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여수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자리, 또 퇴직공무원 ‘몫’?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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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임원 전·현직 공무원 ‘장악…전 여수시의원·시청 국장 2명으로 압축
전남개발공사 본부장 출신, 서류심사서 탈락…개방형 공모 ‘헛구호’ 그쳐
공단 제1노조 “책임 경영보다 여수시 눈치 보는 퇴직 공무원 출신 안 돼”
전남 여수시의 대표 공기업인 여수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자리가 여수시 전·현직 공무원을 위한 ‘자리보전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역대 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임원진을 전·현직 공무원이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2명으로 압축된 5대 이사장 후보에도 전직 여수시 국장이 포함되면서다.여수도시관리공단 현판 ⓒ여수시
전남 여수시의 대표 공기업인 여수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자리가 여수시 전·현직 공무원을 위한 ‘자리보전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역대 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임원진을 전·현직 공무원이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2명으로 압축된 5대 이사장 후보에도 전직 여수시 국장이 포함되면서다.여수도시관리공단 현판 ⓒ여수시

전남 여수시의 대표 공기업인 여수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자리가 여수시 퇴직 고위 공무원을 위한 ‘자리보전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역대 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임원진을 전·현직 공무원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최종 2명으로 압축된 5대 이사장 후보에도 여수시 국장 출신 공무원이 포함되면서다. 도시관리공단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공무원 출신이 이사장에 임명될지 관심이다. 

공모가 진행 중인 여수도시관리공단 이사장 후보는 2명으로 압축됐다. 공단 임원추천위원회는 14일 서류심사를 통과한 김유화 전 여수시의원, 김양자 전 여수시 국장, 송병구 전 여수시 국장 등 3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거쳐 2명을 정기명 시장에게 추천했다. 후보자는 김 전 시의원과 전 여수시 공무원이다. 

정기명 시장은 조만간 적격 여부 등을 검토해 이들 중 1명을 최종 임명하게 된다. 이들 모두 6·1지방선거당시 정 시장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으며, 여수갑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자리는 개방형 직위다. 임기는 임용일로부터 3년이며, 경영성과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후임 이사장은 여수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장애인국민체육센터, 공영주차장, 수영장 등 관리·운영 대행사업 경영을 이끌어간다. 

여수시는 줄곧 공모 절차를 통해 공단 이사장을 선임해왔다. 공모는 전문가를 임원으로 뽑아 조직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경영 안정을 꾀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와 달리 2008년 공단 설립 이후 이사장을 비롯해 임원진은 전·현직 공무원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사장 4명 중 공무원 출신이 2명이었다. 현 임원진(이사장 1명·상임이사 2명·비상임이사 6명) 9명 중 이사장, 상임이사 2명, 비상임이사 3명 등 6명이 전·현직 공무원이다. 

전문가가 앉아 개혁과 경영 효율 제고에 앞장서야 할 공단이 고위 공직자의 퇴직 후 자리보전용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행태를 ‘공개 모집’이라는 이름으로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공모에서 유일한 지역 외 인사였던 전남개발공사 본부장 출신 A씨는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역량을 갖춘 기업출신 전문가들은 사실상 ‘임명’에 가까운 무늬만 공모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공단 제1노조인 도시관리노동조합이 퇴직공무원 출신 이사장 선출을 반대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퇴직공무원 출신을 이사장 임명에 반대하고 있는 것은, 공단을 개혁 또는 책임 경영보다는 여수시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아 자리 나눠 먹기식 논공행상으로 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관례적으로 이사장이나 비상임이사 대부분이 공무원이 자리를 보전하는 인사였다”면서 “책임 경영보다는 여수시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아 근로자들이나 시민들 입장에서 추진력 있는 경영이 어려웠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모 직위를 퇴직 공무원의 자리보전용으로 변질시킬 경우 이는 공모의 장점을 없애고, 시정에 대한 시민의 믿음을 깨뜨릴 뿐”이라며 “공모직을 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것과 다름없이 운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역관가의 한 인사는 “퇴직 공무원들이 임원을 맡다보니 사업추진에 창의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관행을 답습하는 데 급급하다”면서 “여수시가 여수도시관리공단 공모에 들어갔지만 이번에도 기업가 출신 등 민간인 전문가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 채 시장 측근 인사들끼리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된 양상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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