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집행에 예외·혜택·성역 없다”…이원석 검찰총장 ‘중립성’ 첫 시험대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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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구성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바람막이 되겠다”
윤석열 정부 첫 검찰 수장으로 임명된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이 16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첫 검찰 수장으로 임명된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이 16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으로 이원석(53·사법연수원 27기) 총장이 임명됐다. 검찰총장 자리가 133일 만에 채워지면서 현재 진행 중인 수사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 총장은 임명과 동시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각종 수사에서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이 총장은 16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여러 해 동안 검찰 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과 함께 검찰의 잣대가 굽었다 펴지기를 거듭했다"며 "그 과정에서 정작 범죄와 부패 대응은 소홀히 하게 되고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손잡고 협력해도 부족한 여러 형사사법기관과의 관계도 제자리를 찾도록 재정립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장은 앞으로 2년간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2대 범죄로 대폭 축소하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지난 10일부터 시행됐지만, 최근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수사범위를 다시 확대하면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 총장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검찰의 일에 비결이나 지름길은 결코 있을 수 없다"며 "호시우행(虎視牛行)하면서 우리의 진솔한 노력과 정성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 언젠가는 값진 결과로 돌아와 국민이 헤아려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상황일수록 기본과 초심으로 돌아가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면서, 정성과 전력을 다하는 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 믿고 있다"며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정의와 공정에 대한 검찰 구성원들의 뜻이 실현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자 바람막이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요 수사들에서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도 맡게 됐다. 검찰은 현재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이다. 또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북한 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사건 등 수사를 하고 있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계가 있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성남시민프로축구단(FC) 후원금 의혹 사건 등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총장은 "법 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으며 검찰권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행사돼야만 한다"고 하면서는 고대 중국 사상가인 한비자의 경구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승불요곡(繩不撓曲·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또 최근 전세 사기나 스토킹 등 사회적 불안을 불러오는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 엄정한 대응을 약속했다. 그는 "서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보이스피싱·전세 사기·펀드 사기 등 민생 침해 범죄, 디지털 성범죄를 비롯한 성폭력, 스토킹, 아동·장애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 대상 강력 범죄에 더욱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 구성원들에게는 겸손한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국민들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수사와 기소, 재판과 형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실수가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혹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데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겸허히 그 지적을 수용하고 이를 고쳐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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