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학생들의 미래 역량 신장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가동”
  • 나선리 경기본부 기자 (sisa216@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5 12:05
  • 호수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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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태희 경기교육감, ‘혁신학교’ 수정한 ‘미래학교’로 중심 이동
“국제 바칼로레아 도입과 디지털 역량 확충에 중점”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경기교육 민선 사상 처음으로 보수 성향의 임태희 교육감이 당선됐다. 주민 직선 민선 1·2기 김상곤 전 교육감부터 3·4기 이재정 전 교육감에 이르기까지 지난 13년간 이어온 경기도 진보교육감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교육정책이 어떻게 변화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 교육감은 취임 후 그간의 진보 교육정책들을 수정하며 새로운 경기교육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먼저 ‘9시 등교시간 자율화’를 1호로 결재하며 ‘9시 등교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경기도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한 대표적 진보 교육정책인 ‘혁신학교’는 신규 지정을 중단하고, 그 취지만 살려 ‘미래학교’로 중심을 이동한다. 

경기도 미래학교의 형태는 ‘국제바칼로레아’(IB), ‘디지털역량’(DQ) 등 크게 두 갈래 축으로 나뉜다. 임 교육감 당선과 함께 꾸려졌던 도교육감 인수위원회 운영 당시에도 IB추진분과, DQ추진분과 등 2개 분과가 함께 설치된 바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9월15일 국제바칼로레아 프로그램 도입과 협력을 위해 IB본부와 의향서를 체결하며 미래학교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임 교육감은 그동안 경기 교육을 대표했던 ‘혁신학교’ 및 다양한 정책을 전면 폐기하기보다는 수정 보완하고, 좋은 취지는 살리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임 교육감은 혁신학교가 창의력과 자기주도적 학습 등을 강조하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양적 팽창만이 목표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래학교는 혁신학교의 기본 취지는 살리면서도 교육과정과 수업에 충실한 학교를 지향한다. 구체적 형태로 IB학교, 소프트웨어 중심학교, 인공지능학교 등 실험적 형태의 학교가 거론된다.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교육이 사람을 바꾸고, 결국 미래 세상을 바꾼다”며 미래학교와 경기 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경기도교육청 제공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경기도교육청 제공

국회의원(3선)과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경력을 뒤로하고 정치가 아닌 교육 분야를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우리의 미래는 ‘교육’에 달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회, 정부, 대학 등 각계에 몸담고 일하면서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나가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 왔다. 그리고 그 결론은 바로 ‘교육’이라는 데 도달했다. 교육이 사람을 바꾸고 결국 세상도 바꾼다. 특히 경기도 교육은 대한민국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이끌어간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방향을 고민하며 새로운 경기 교육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민선 5기 경기도 교육 비전과 방향은.

“앞으로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 시대는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 배운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파악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해결력과 자율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기 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로 성장하는 데 두고 있다.”

경기 교육정책의 3대 원칙으로 자율, 균형, 미래를 제시했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자율’은 교육활동의 원칙이자 미래교육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다. ‘균형’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미래’는 경기 교육이 만들고 열어가는 새로운 길을 의미한다. 학생들이 자율과 미래를 기본으로 균형 있는 사고를 갖추고,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다.”

현재 경기 교육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 보는지.

“여러 교육 현안이 중요하지만,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유입되면서 과밀학급, 과대학교 문제가 있는 지역이 있는 반면 인구 감소로 교육 여건 자체가 어려워진 곳도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 신설 여부를 결정하는 중앙투자심사 제도를 개선하고, 학교 용지 확보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도교육청은 이를 위해 정부 부처, 지자체와도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취임 직후 ‘9시 등교제’를 폐지하고 학교 자율에 맡겼는데, 이로 인해 학생들의 수면 보장권이 침해된다는 지적과 함께 이는 학교의 ‘자율’이지 학생의 ‘자율’은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등교시간은 학교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학교 특성과 지역 상황, 학생들 성장과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학교 구성원이 등교시간을 결정하는 과정 자체도 자율성을 기르는 교육이라고 본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지지하고 최대한 존중할 것이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를 제기했는데 구체적인 해결책은.

“인공지능(AI)과 하이에듀테크를 도입해 맞춤형 학력 진단과 처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교사 대상 인공지능, 에듀테크 관련 연수를 확대해 인공지능 기반 수업 역량도 강화한다. 고교생의 경우 학력 진단 강화를 위해 현재 1년에 2회 치르는 고등학교 1, 2학년의 연합학력평가를 내년부터 고3과 마찬가지로 4회로 늘릴 예정이다.”

혁신학교의 대안으로 제시한 미래학교는 어떻게 다른가.

“미래학교를 통해 학생들의 미래 역량 신장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고자 한다. 어떤 학교는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인 IB프로그램(국제바칼로레아)을 도입해 글로컬(glocal) 융합인재를 육성하고, 어떤 학교는 AI교육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AI교육과 관련해서는 디지털 시민교육을 접목한 맞춤형 교육이 중요하다. 미래사회 학생들은 디지털 역량(DQ)과 함께 디지털 공간에서 타인의 권리를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은 디지털 시민교육 담당을 신설했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 윤리교육 교재 개발, 교사 연수 등을 통해 디지털 시민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외에 자기주도형, 문제 해결형 등 다양한 유형의 미래학교도 가능할 것이다.”

교육 현안과 관련해 경기도와의 협치도 중요한데, 김동연 지사와 소통은 잘되고 있나.

“김 지사와는 과밀학급·과대학교, 돌봄, 학생급식 등 다양한 교육 현안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기로 했다. 교육 문제는 정파 논리가 아닌 합리와 상식에 따라 접근하는 것이 맞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역시 교육 현안은 합리적으로 접근해 소통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 경기도교육청도 여야를 떠나 적극 소통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책임돌봄을 약속했는데 구체적인 행정 지원이나 대책은.

“지자체와 협력해 돌봄을 운영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학교는 공간과 시설을 제공하고, 지자체가 운영·관리를 맡는다. 돌봄 프로그램도 지역사회 인력풀을 활용할 수 있다. 이미 도내 일부 지자체에서 이런 형태의 돌봄교실을 운영 중이다.”

통합교육지원청 분리와 관련해 ‘1지자체 1교육지원청’ 원칙을 제시했다. 앞으로의 추진계획은.

“도교육청과 지자체가 같은 수준에서 교육 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돌봄, 급식, 교복 등 지역 상황마다 다른 교육 현안에 대해 도교육청이 재량권을 갖고 지자체와 협의해 나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1지자체 1교육지원청이 바람직하며, 이 원칙을 바탕으로 정부 부처와 방안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경기 교육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제 교육은 학교만의 힘으로, 또는 교육청만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풍부한 역량이 결합할 때 비로소 아이들에게 필요한 미래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 도내 모든 학생과 교사, 학부모, 교직원이 만족하는 학교 교육을 만들어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 경기 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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