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막내딸, 김신영입니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4 13:05
  • 호수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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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 새 MC, ‘젊은 피’로 발탁된 김신영

개그우먼 김신영이 KBS1 《전국노래자랑》의 새 MC로 낙점됐다. ‘기가 막힌 캐스팅’이었다. 《전국노래자랑》은 1950년대 라이브 노래자랑을 거쳐 1980년 11월9일 처음 정규 편성됐다. 4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민 프로그램으로, 초대 MC였던 가수 고 이한필을 시작으로 코미디언 이상용, 아나운서 고광수·최선규 등을 거쳐 송해가 진행을 맡았다. 송해는 1988년부터 34년간 단일 프로그램 사상 최장수 MC로, 매주 일요일 오전 시청자들과 함께하며 ‘일요일의 남자’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6월8일 송해가 별세하면서 후임 MC로 여러 명의 후보가 언급됐으나, KBS는 데뷔 20년 차 김신영을 선택했다. 의외였지만 신박하고도 ‘찰떡’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9월17일 《전국노래자랑-하남시 편》 녹화가 진행된 날, 현장에서 김신영을 만났다. 녹화 내내 ‘역시 김신영!’이라는 찬사가 나올 정도로 20년 내공을 고스란히 발휘했다. 작은 체구의 그는 무대를 꽉 채우며 ‘일요일의 막내딸’이 됐다. 김신영을 직접 만나 소감을 들었다.

국민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의 새 MC가 됐다. 기분이 어떤가.

“그야말로 영광이다. ‘대한민국의 자랑’ 같은 프로그램이 아닌가. 내게도 《전국노래자랑》은 특별하다. 어린 시절 매주 할머니의 어깨너머로 지켜봤고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해 7세 때 아버지와 함께 출연했던 적도 있다. 물론 본방송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말이다. 하하. 귀한 자리를 제게 맡겨 주셨으니 살아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해보겠다.”

처음 캐스팅 전화를 받고 어땠나.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후 계속 언론매체에 속보로 올라오더라. 앞으로의 제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더 잘해야 한다.”

 

사실 후임 MC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는 이상벽이었다. 송해의 고향 후배이기도 하다. 실제로 송해가 생전에 마음으로 정한 후임이라고 종종 말한 바 있다. 이 밖에 이택림, 이상용, 임백천, 이수근 등이 유력한 후보로 올랐다. 결국 KBS의 선택은 ‘젊은 피’ 김신영이었다. 못하는 게 없는 베테랑 개그우먼이자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있다.

KBS 조현아 예능센터장은 “송해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예능계는 물론 대한민국이 큰 슬픔에 빠졌다. 후속 MC를 선정하면서 어느 때보다 마음이 무거웠다. 이는 제작진의 숙제를 넘어 KBS의 숙제였다. 심사숙고 끝에 오랫동안 라디오 진행을 해 친화력이 뛰어나고, ‘가요 지식 1인자’라고 할 수 있고, 또한 출연자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김신영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센터장은 “대중이 저희의 선택을 너무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 이 모든 게 김신영이 열심히 애써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KBS에서 의외의 선택을 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전국노래자랑》에 딱 맞는 선택이다. 앞으로도 김신영과 함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테니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부담도 크겠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의 진행을 처음 맡았을 때 전임자의 타이틀이 5년 정도 따라다녔다. 그만큼 전임자가 잘해 주셨다는 의미다. 그래서 후임인 제가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건 후임자가 견뎌야 할 무게라고 생각한다. 《전국노래자랑》도 마찬가지다. 항상 배우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 성실하게 임하겠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가족들 반응이 어마어마했다. 왜 얘기 안 했냐며 우리가 뉴스 속보를 보고 알아야겠느냐고 하시더라. 하하. 그 어느 때보다 좋아하신다. 아, KBS 사장님이 제가 《연중 라이브》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오셨는데, 이게 또 이슈이자 자랑거리가 됐다. ‘자만하지 말고 네가 말했듯이 배운다고 생각해’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전유성 선배님도 ‘져주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해. 뻗대게 다 받아치지 말고 져주는 용기를 배워’라고 해주셨다. 따뜻한 조언을 주신 선배님들이 너무 많으시다. 또 이웃 주민들도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예전에는 가벼운 안부를 물었다면 이번엔 ‘영광스럽다’며 더 좋아해 주신다.”

첫 녹화 지역은 대구였다. 어땠나.

“가는 길에 부담감이 엄청 느껴지더라. 이걸 하면서 또 한 번 인생을 배우겠구나 싶었다. 사실 대구는 제 고향이다. 그래서 의미가 있었다. 오프닝 멘트로 제가 ‘전국~’을 외치자 관객들이 ‘노래자랑!’으로 화답할 땐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면서 울컥했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걸 무대에서 하고 많은 분이 화답해 주시니 울면 안 되는데 눈물이 났다. 전 국민 앞에서 오프닝을 하니까 긴장을 많이 해서 머리가 하얘졌다. 데뷔 이래로 그렇게 떨어본 날이 없었다. 늘 동료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는데 혼자 올라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상황이 되니 느낌이 남다르더라. 현장에 찾아온 지인이 현장 촬영 영상을 보내주는데, 대기실에서 보고 다 같이 울었다. 왠지 모르는 벅찬 감정과 떨림 등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더라.”

아쉬운 점은 없었나.

“참가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정적이 흘렀던 순간이 있었다. 머리가 하얘져 순발력 있게 대처하지 못했다. 아쉬움이 컸다. 다행히도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 전 연량대와 편하게 소통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KBS 《전국노래자랑》 양희은과 김신영ⓒKBS 제공
KBS 《전국노래자랑》 양희은과 김신영ⓒKBS 제공

김상미 CP(책임프로듀서)는 첫 녹화 무대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전국노래자랑》 무대는 정식 공연장이 아닌 경우가 많아 산만하고 집중하기 힘들다. 혹시나 무대에 선 김신영이 작아 보이면 어떡하나 우려했는데, 기우였다. 저러다가 실신하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큰 리액션으로 관객을 압도했고 함께 무대에 젖어들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신영은 자라나는 새싹이지만 큰 나무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며 “후임 MC를 선정하는 것이 우리 국에서는 굉장히 오랫동안 큰 숙제였는데, 심사숙고해 결정한 뒤 시청자들이 반갑게 맞아주고 환영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전했다.

 

출연료에 대한 얘기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많이 올라온다(웃음).

“사실 출연료가 중요하지 않다. 《전국노래자랑》 아닌가? 주는 대로 받겠습니다! 하하.”

전국 각지에서 촬영이 진행된다. 스케줄 정리도 중요할 것 같다.

“사실 라디오 스케줄이 타이트하다. 한데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측에서 녹화 일정을 고려해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전국노래자랑》은 전 국민에게 특별한 방송이다. 모두들 한마음으로 저를 지지해 주고 있다. 체력 관리를 걱정하시는 분도 많은데, 하루에 운동 3시간, 삼시 세끼 식단 관리를 하고 있다. 영영제도 챙겨 먹고 있다. 자신 있다.”

악단과의 케미가 프로그램의 큰 재미다.

“사실 그 부분이 가장 걱정됐는데, 첫 녹화에서 어찌나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귀여워해 주시는지 감동이었다. 마치 여러 명의 삼촌이 생긴 기분이랄까. 자양강장제도 챙겨 주시더라. 첫 녹화 때 긴장하는 저를 보고 심사위원 선생님이 앞에서 긴장 풀라고 손짓해 주시는데 엄청 큰 힘이 됐다. 저만 잘하면 된다.”

생방송 같은 녹화방송이다. 돌발 상황에서 김신영만의 대처법이 있나.

“참가자들에게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라고 말씀드렸다. 다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 그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겠지만 그게 또 《전국노래자랑》만의 재미 아닌가. 송해 선생님께선 생전에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방송을 하셨다. 그게 느껴졌다. 그 마음을 가장 크게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은 어떤 모습일까.

“전통을 이어나가는 게 가장 큰 숙제다. 42년 된, 나무와 같은 프로그램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나무를 잘라내 제 방식대로 바꿔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 나무 옆에서 자라나는 또 다른 나무이고 싶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어르신, 우리 이웃들과 소통하며 좋은 추억을 남겨 드리고 싶다. 거북이처럼 천천히 가겠다. 대구에서 진행된 첫 녹화 때 ‘일요일의 막내딸, 김신영입니다’라고 인사를 드렸는데, 막내처럼 서툴지만 키우는 재미가 있는 그런 존재이고 싶어서다. 저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대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저는 준비가 돼있다.”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 현장 스케치

9월17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경정공원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하남시 편》 녹화 현장의 모습. 깔끔한 블랙 슈트에 보타이를 맨 김신영이 무대에 올랐다. 오프닝에 앞서 가수 양희은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른 뒤 MC 김신영을 소개했고, 두 사람은 함께 《행복의 나라》를 불렀다. 김신영은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양희은은 “52년 차 가수인데 《전국노래자랑》에 첫 출연한다. 우리 신영이를 잘 보듬어 달라”며 “신영아, 잘하려고 하지 말고, 편안하게 진행해”라고 용기를 줬다.

김신영은 관객들에게 큰절을 올렸고, 이어 모두가 기다려왔던 실로폰 소리와 함께 오프닝 멘트가 퍼졌다. “전국~.” 작은 체구지만 무대를 꼭 채우는 묵직한 목소리였다. 이날 게스트는 그야말로 ‘특급’이었다. 김신영을 응원하기 위해 손발 들고 나선 가수들이다. 선배이자 김신영의 소속사 대표인 송은이, 가수 에일리와 박현빈, 나비, 브레이브걸스 등이다.

이어 참가자들이 순서대로 무대에 올랐다. 김신영은 참가자들이 노래를 하는 동안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춤을 추는가 하면, 참가자들과의 인터뷰에서는 특유의 넉살스러움으로 긴장을 풀어주었다. 한 참가자가 김신영과 합동 퍼포먼스를 요청하자 기다렸다는 듯 즉석 무대를 선보여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김신영이 진행을 맡은 《전국노래자랑》 본방송은 10월16일부터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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