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뺨치는 K치킨 영업이익률의 비밀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7 07:35
  • 호수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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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치킨 프랜차이즈 영업이익률 전수조사 결과
평균 영업이익률 14.14%…일부는 구글·애플 이익률 뛰어넘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치킨값 올라도 남는 게 없다” 하소연

대한민국은 ‘치킨 공화국’이다. ‘국민 간식’이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로 한국인들의 치킨 사랑은 유별나다. 국내 치킨집이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많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치킨 프랜차이즈와 동네 치킨집이 생겨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하지만 치킨 공화국이라는 수식에는 이면도 존재한다. 국내 치킨 산업을 이끌고 있는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치킨값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가 이른바 ‘반값 치킨’을 내놓으면서 치킨 가격에 대한 논란도 가열됐다. 무엇보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장사가 잘돼도 남는 게 없다”며 울상이다. 치킨 공화국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과연 합리적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일까.

ⓒ일러스트 김세중

불황에도 나홀로 성장 중인 ‘치킨 공화국’의 이면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 지표가 기업의 주된 영업활동 성과를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이다. 참고로 지난해 유가증권 시장의 690개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은 8.1%다. 즉 1000원어치 팔아 80원가량의 마진을 남겼다는 얘기다. 아울러 미국 S&P500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12% 정도다.

국내 10대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뛰어넘을 만큼 수익성이 좋다. 시사저널이 지난해 10대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을 전수조사한 결과, 평균 14.1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영업이익률을 보면 비에이치씨(bhc)가 32.23%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지코바 25.68%, 비비큐(BBQ) 16.77%, 처갓집치킨 15.76%, 네네치킨 15.13%, 푸라닭 8.74%, 굽네치킨 8.42%, 교촌치킨 8.06%, 멕시카나 6.17%, 페리카나 4.46% 등 순이었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bhc의 영업이익률은 경이로운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771억원, 영업이익 1537억원을 거둬 32.2%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대표 기업인 애플과 구글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을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해 애플과 구글은 각각 28.5%, 30.5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만 따졌을 때 국내 치킨 회사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IT 업체보다 돈을 더 잘 벌고 있는 셈이다.

이는 bhc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10대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 중 8곳이 8~25%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국내 상장사 평균 영업이익률을 웃돌고 있다. BBQ, 지코바, 처갓집치킨, 네네치킨 등은 미국 S&P500 기업들보다 수익성이 더 좋다. 최근 2년간 국내 요식 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8.5%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지간한 호황이 아니라면 1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의미다.

이 와중에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치킨값을 인상하고 있다. 향후 수익성은 더 극대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촌치킨이 지난해 11월 메뉴 가격을 평균 8.1%(품목별로 500~2000원) 올리며 포문을 열었다. 한 달 뒤 bhc가 치킨값을 1000~2000원 인상했다. 올해 초에는 BBQ와 굽네치킨, 지코바 등 10대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최소 5.2%에서 최대 10.6%가량 치킨값을 올렸다. 덕분에 교촌, bhc, 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 빅3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연이은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폭주하고 있다. 1만원대 후반이었던 국민 간식 치킨이 2만원대에 접어들면서,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배달비도 함께 오르면서 ‘치킨값 3만원’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치킨 애호가는 “치킨은 더 이상 국민 간식이 아닌 것 같다. 서민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2만원을 훌쩍 넘는 치킨은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당분간 프랜차이즈 치킨은 사먹지 않을 생각이다”면서 “치킨 기업들은 매년 최대 실적으로 돈잔치를 하고 있는데, 서민들 호주머니만 털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반값 치킨’ 등장에 불붙은 원가 논쟁

대형마트들의 반값 치킨 열풍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홈플러스는 7월부터 치킨 프라이드, 달콤양념치킨을 마리당 각각 6990원, 7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당일 제조해 당일 판매한다는 의미로 ‘당당치킨’으로 이름을 지었는데, 가성비 제품으로 화제가 되며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의 3분의 1 수준 금액에 판매되다 보니 기존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도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가맹점주들의 수익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치킨값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치킨값 2만원 시대에 대중이 부담을 느낀다”고 사회자가 지적하자 “치킨값이 (더 올라) 3만원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가를 고려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bhc 역시 지난해 치킨값을 인상하면서 “인건비 상승, 배달앱 수수료 부담, 원부자재 인상 등 외부 요인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점주들의 상황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가맹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설명은 사실일까. 가맹점주들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지속적으로 원자재비와 유통 마진을 올리면서 가맹점주들은 사실상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114만 명의 소상공인·자영업자·창업 회원을 보유한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맹점주들 “유통 마진으로 본사만 폭리”

실제로 BBQ를 비롯해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업이익이 가맹점 매출액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사 가운데 빅4 기업(교촌, bhc, BBQ, 굽네)의 매출액 총합은 2013년 5120억원에서 2020년 1조3538억원으로 2.6배가량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23억원에서 2281억원으로 7배가량 증가했다.

핵심은 가맹본사 영업이익 증가 비율과 가맹점 연평균 매출액 증가 비율의 차이다. 일례로 2013년 대비 2020년의 BBQ 본사 영업이익은 15배로 증가한 반면, 가맹점 매출은 1.9배 성장하는 데 그쳤다. bhc 치킨도 영업이익이 9배로 증가하는 동안 가맹점 매출은 3.6배 증가했다. 반면 교촌치킨과 굽네치킨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교촌치킨과 굽네치킨의 가맹본사 영업이익은 각각 3.11배, 2.93배이며 가맹점 연평균 매출액 증가 비율은 2.26배, 1.89배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김한규 의원은 “영업이익 증가 폭과 가맹점 매출액 증가 폭을 비교해 보면 BBQ와 bhc 같은 경우 배달 업계 급성장이라는 특수를 누리면서도 가맹점까지 전달돼야 할 모든 이익을 독차지한 셈”이라며 “가맹점 매출액이 증가하긴 했지만, 배달 수수료와 본사 필수물품 구매, 인건비, 임대료 등을 지불하면 얼마 남지 않아 가맹점주들이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이 차액가맹금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점주가 가맹본부로부터 공급받는 상품의 대가로 지급한 금액에서 가맹본부의 구매비를 제외한 액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품질 유지를 위해 닭고기 원육, 기름, 반죽 양념 등 필수물품을 본사로부터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만약 본사가 닭고기 원육을 5000원에 사서 가맹점에 6000원에 팔았다면, 수익 1000원이 차액가맹금이다. 필수품목 거래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물류 마진인 셈이다.

오랫동안 가맹점주 사이에서는 본사가 차액가맹금을 통해 과도한 마진을 남긴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은 유통 과정에서 생기는 물류 마진을 챙기는 것이다. 대다수 프랜차이즈 업체의 사업 구조는 ‘도소매 유통업’ 형태다. 본사는 가맹점에 필수물품을 많이 팔수록 이윤이 극대화되겠지만, 가맹점주와 소비자가 져야 하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간 정부의 현장 실태 파악, 차액가맹금·로열티 분석, 정책 사후평가 등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도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차액가맹금 폭리 논란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지난 6월 ‘업종별 필수품목 및 가맹금 실태 파악을 통한 가맹시장 건전성 제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을 담당하는 조사기관은 우리나라 가맹시장의 업종(외식, 도소매, 서비스)별 필수품목과 가맹금 수취 형태(차액가맹금, 로열티, 양자 병용)에 관한 실태 파악에 나서게 된다.

또 업종 및 세부업종별 표본 추출 후 해당 가맹본부에 대한 정보공개서 및 가맹계약서 내용을 분석하게 된다. 이를 통해 가맹금 수취 형태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매출액 등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하고 실제 가맹본부, 가맹점주 인터뷰 등을 통해 현장 의견을 수렴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약 5개월간의 실태조사 후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 및 제도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다.

 

왜곡된 치킨시장에 결국 칼 빼든 공정위

아울러 3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bhc는 타사 대비 최대 60% 비싼 튀김유 구매를 강제해 폭리를 취한 의혹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참여연대가 지난 6월 bhc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높은 원부자재 공급가는 그동안 치킨 가격 인상의 명분이 돼왔다. 참여연대는 bhc 가맹점주가 본사가 공급하는 기성품 튀김유(고올레인산 해바라기유)의 품질에 준하는 상품을 시중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음에도 본사가 고가로 매입하도록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가맹본부가 가맹점들을 쥐어짜 과도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공정위가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의 원가 구조를 손보기 위해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기자가 만난 가맹점주들도 “치킨 1마리를 팔 때 가맹본부에 지불해야 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니만큼 치킨값이 1000~2000원 올라봤자 ‘남는 게 없다’”고 호소한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프랜차이즈 기본 개념은 상생이다. 이는 본사와 가맹점주들이 적정 마진의 수익성을 담보한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하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과도한 유통 마진을 챙기면서 가맹점주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본사의 식자재 원가와 유통 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치킨 업계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 구조를 곱씹어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창업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공급 과잉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 시발점이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발표했던 프랜차이즈 산업 육성정책이다. 당시 지식경제부(현 기획재정부)는 2012년까지 가맹점 1000개 이상을 확보한 프랜차이즈 본사 100개를 육성해 4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치킨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수많은 브랜드가 생겨났으며, 가맹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문 닫기를 반복했다. 정부가 오늘날 같은 기형적인 치킨 프랜차이즈 산업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상훈 창업통TV 대표는 “당시 정부는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며, 프랜차이즈 기업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엄청난 성장을 이뤘지만 가맹점주들의 삶은 더 고달파졌다”면서 “프랜차이즈 공급 과잉에 일조한 잘못된 정책이다. 이 상태로 가면 결국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들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 왜곡된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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