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미이프유캔?…언론·SNS 내세운 권도형의 ‘연막작전’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3 14:05
  • 호수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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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협조’ 주장하면서 호의적 언론과 트위터 이용해 일방적 입장 전달만

“작년 12월부터 싱가포르에 있다.”(8월 권도형 인터뷰), “현재 싱가포르에 없다.”(9월 싱가포르 경찰), “도주 중 아니다.”(9월 권도형 트위터). “도주한 것.”(9월 한국 검찰)

행방이 묘연한데 도망은 아니라고 하고, 싱가포르에 있다는데 실제론 없다. 암호화폐 루나·테라 폭락 사태의 장본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연막작전’이 계속되고 있다. 수사 당국이 권 대표를 쫓는 가운데 그는 자신에게 호의적인 언론과 트위터를 무기로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

검찰은 9월 중순 권 대표를 비롯해 테라폼랩스 관계자 6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다.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9월18일 “도주 정황이 명백하기 때문에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 있었다”면서 “권 대표가 4월말 싱가포르 출국 당시 제반 정황과 그 이후 태도 등에 비춰보면 수사를 피하고자 도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권 대표의 입장과 배치된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도주 따위는 안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주(run)’와 ‘달리기(run)’의 철자가 같은 점을 이용해 “한동안 살을 빼려고 달리기 한 적도 없다”며 능청을 떨었다. 권 대표 특유의 허세 섞인 발언이다. 이어 권 대표는 “우리는 숨길 게 전혀 없고 소통을 원하는 정부 당국이 있다면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협조로 볼 여지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코이니지 홈페이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코이니지 홈페이지

수사 당국에 혼선 주며 소재지 숨겨

권 대표는 협조의 뜻을 밝히면서도 소재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는 줄곧 싱가포르에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 5월에는 트위터로 “작년 12월부터 싱가포르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8월15일에는 ‘코이니지(Coinage)’란 신생 암호화폐 전문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족 안전을 위해 싱가포르로 왔다”고 밝혔다. 인터뷰 사진에는 권 대표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앞에서 대화하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한 달쯤 뒤인 9월17일 싱가포르 경찰은 AFP통신에 “권도형은 현재 여기에 없다”고 밝혔다.

트위터상에서는 권 대표가 이름 없는 매체와 인터뷰한 것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떳떳하면 왜 대형 언론과 인터뷰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권 대표를 인터뷰한 코이니지 기자 잭 구즈만은 반론을 펼쳤다. “나 역시 테라 사태로 큰 손해를 봤고, 그동안 테라를 취재해 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테라폼랩스가 코이니지의 모회사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또 인터뷰 형식을 취했지만 결국 근거 없이 권 대표의 입장만 전달했다는 점에서 “교묘한 조작”이란 시각도 불거졌다.

검찰은 권 대표의 여권 무효화를 요청하고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의뢰했다. 여권 무효화를 요청받은 외교부는 여권 소지자에게 반납 명령을 내린다. 그래도 반납하지 않으면 여권은 효력을 잃어 소지자는 발이 묶이게 된다. 여권 무효화에는 통상 한 달이 걸린다. 이 와중에 적색 수배령이 떨어지면 전 세계 공항과 경찰에 피의자 인적사항이 전달된다. 그때는 진짜 도망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권 대표는 9월18일 트위터에 “친구가 아니거나 만날 계획이 없는 사람은 내 정확한 위치를 알 자격이 없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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