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동원령’에 절규하는 러…“푸틴 총알받이로 죽을 수 없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2 10: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서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출국 행렬도
9월21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경찰이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항의하는 한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 AP 연합
9월21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경찰이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항의하는 한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 AP 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내리면서 러시아 전역이 대혼돈에 빠져들었다.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거세게 불 붙고, 동원령을 피하기 위한 출국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러시아 38개 도시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벌어져 1400명에 육박한 시민들이 체포됐다. 인권단체 OVD-인포는 수도 모스크바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각각 500명 넘는 인원이 붙잡혔다고 전했다. 경찰에 체포된 이들은 주요 도시 중심가에서 '동원령 반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인 혐의로 연행됐다.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국적인 차원의 첫 반전 시위에 불을 당기는 단초가 됐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에서도 반전 단체를 중심으로 시위 참여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수감 중인 러시아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변호인들이 녹화하고 배포한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이 범죄적인 전쟁이 더욱 악화, 심화하고 있으며 푸틴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여기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면서 시민들에게 항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 청년 반전 단체 '베스나'도 "이것은 우리의 아버지, 형제, 남편인 수많은 러시아인이 전쟁의 고기 분쇄기에 끌려들어 갈 것임을 의미한다. 이제 전쟁은 모든 가정과 모든 가족에게 닥쳤다"며 시위 참여를 촉구했다. 단체는 "푸틴을 위해 죽을 필요는 없다"며 "당국에게 당신은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는 총알받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9월21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경찰이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항의하는 한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 AP 연합
9월21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경찰이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하고 있다. ⓒ AP 연합

모스크바 검찰청은 온라인에서의 반정부 움직임이 거세지자 인터넷상에서 미허가된 가두시위에 합류하라고 촉구하거나 직접 참여할 경우 최고 15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동원령 발표 이후 국외 탈출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에서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의 직항편은 매진 상태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5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4개국이 러시아 관광객 입국을 불허하면서 육로를 통한 출국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구글과 러시아 검색 사이트 얀덱스에서는 '팔 부러뜨리는 방법', '징병을 피하는 방법' 등의 검색량이 크게 늘었다. 이에 입대를 회피하기 목적의 뇌물이 성행할 것이라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드미트리 오레시킨 러 정치분석가는 "러시아 사람은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통해 동원령을 피할 것"이라며 최근까지만 해도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식으로 전쟁에 참여했던 러시아 시민들에게 큰 타격이다. 이제 전쟁은 이들 집 안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9월21일(현지 시각) 러시아 북서부 벨리키노브고로드에서 열린 러시아 건국 116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9월21일(현지 시각) 러시아 북서부 벨리키노브고로드에서 열린 러시아 건국 116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러시아 전역이 동원령 공포에 노출되면서 증시와 외환시장도 주저앉았다. 이날 러시아 증시 MOEX 지수는 한때 2002.73으로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해 전날보다 3.8% 하락한 2130.7로 마감됐다. 루블화 환율은 한때 달러당 62.7975루블로 지난 7월7일 이후 최고치(루블화 가치 최저)를 기록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러시아의 주권과 영토 보호를 위해 예비군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구체적인 동원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전체 예비군 2500만 명 중 30만 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동원령 발표 후 전국적으로 반발 움직임이 일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동원 대상자의 채무 상환 유예 등 지원책을 내놨다. 국방부는 동원 대상에 대학생과 징집병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