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권핵관’과 ‘장핵관’으로 쪼개져 싸운 지 오래”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6 10:05
  • 호수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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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계-장제원계로 분열 대립하다 몰락…新윤핵관 생겨나기도
“이준석 무리하게 몰아내려다 당 혼란에 빠트려” 당내 쓴소리

“와~” 9월1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좌중 속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원내대표 선거는 TK(대구·경북) 5선 주호영 의원과 호남 재선 이용호 의원의 맞대결이었다. 결과는 61대 42. 대부분이 예상한 대로 주 의원의 승리였다. 그러나 시선은 승리자보다 패배자에게 쏠렸다. 예상보다 훨신 많은 표가 이 의원에게 갔기 때문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 이른바 원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분화와 그들에 대한 불신이 드러난 결정적 장면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권 의원은 자신의 후임 원내대표로 주호영 의원을 강력하게 밀었다. 따라서 ‘주 의원 당선이 곧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이라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실제 주 의원의 압도적 선출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심지어 경선 아닌 추대론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주 의원의 ‘신승’이었다.

당내에선 ‘권(권성동)핵관과 장(장제원)핵관의 표가 갈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최근의 비상 상황으로까지 당을 끌고 온 윤핵관 등 주류들을 향한 비(非)친윤계 의원들의 항의성 표심도 꽤 존재한 것으로 풀이됐다. 추측해 보면 권 의원을 지지하는 친윤계는 주 의원을 뽑고, 장 의원 측 친윤계와 비(非)친윤계, 그리고 이준석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모여 이용호 의원이 획득한 ‘42표’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드러난 여당 의원들의 표심이 집권한 지 5개월도 채 안 된 시점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당내 세력 지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내홍설에 휩싸였던 장제원(왼쪽)·권성동 의원이 7월1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한 뒤 나오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윤핵관이라고 다 같은 윤핵관이 아니다” 

‘권핵관’ ‘장핵관’은 실제 최근 당내 현역 의원들 사이에 자주 회자되는 표현이라고 한다. 한 재선 이상급 의원의 설명이다. “윤핵관이라고 다 같은 윤핵관이 아니다. 집권 직후부터 권 의원을 따르는 권핵관과 장 의원을 따르는 장핵관으로 점점 나뉘어 자신들끼리 지키고 서로 헐뜯고 한 지 오래다. 이들을 그냥 한 묶음으로 묶어버리면 일련의 당내 상황에 대한 설명이 어려워진다.” 이 의원은 현재 당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안에 대한 책임 소재에서 자신들이 한데 엮이는 것을 불쾌해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어쩌다 이들은 이렇게 나뉘어 반목하게 됐을까. 

출신 대학도 같은 권 의원과 장 의원은 사석에서도 형, 동생으로 매우 가깝게 지내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친이(親이명박)계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대선캠프 외곽 조직인 ‘선진국민연대’에서 출발해 MB 정권 출범 이후 중앙정치권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MB 정권 이후 정치활동에서 두 사람은 대체로 계파색이 옅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탄핵 찬성파로 바른정당에도 함께 합류하는 등 정치적 노선을 같이 걸었다.

두 의원은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고 정치 준비를 위해 잠행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밀접하게 접촉하고 설득·조력하며 최측근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각자 개인적 인연도 있다. 권 의원의 경우 윤 대통령 외가가 강릉인 까닭에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였다. 이후 검찰 선후배로도 친분이 오래 이어졌다. 장 의원은 악연이 인연이 된 경우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야당 법사위원이었던 장 의원은 가장 까다로운 ‘저격수’였다. 그러나 오히려 그 인연으로 서로 소통하며 신뢰를 쌓았다고 한다. 

권·장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정치 선언을 한 뒤 지난해 8월경부터 캠프에 합류하며 최측근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과 권·장 의원의 결합은 개인적 인연도 인연이지만 ‘전략적 공생 관계’로 이뤄진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두 의원 입장에선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실 주류가 되기엔 비호감도가 높고 당내 입지 또한 탄탄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대 정서가 강한 상황에서 이들로서는 그 정서를 온전히 담아내면서 자신들이 주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킹’이 필요했고, 자신들은 ‘킹메이커’가 되길 바랐다.

정치 초년생이었던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대통령 당선을 위해선 기존 정치 세력과의 연합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윤 대통령은 기존 정치 세력에 대해 상당한 불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에겐 국민의힘 내에 믿을 만한, 그러면서 어느 정도 세력이 있는 조력자들이 필요했다. 이에 권·장 의원을 곁에 두고 그들을 중심으로 친이계 인사들을 끌어모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집권엔 성공했지만, 일각에선 이들의 결합을 매우 약한 고리로 이뤄진 연결이라고 보고 있다. 환경 탓이 컸고, 스스로의 권력 기반은 매우 약하다는 지적이다. 

 

정치 신인 尹대통령과 권성동·장제원의 ‘약한 고리’ 결합

이를 증명하듯 윤핵관들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등장해 대선에서 승리하고 지금까지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상당히 많은 실수와 약점이 노출된 게 사실이다. 지난해 캠프 총괄실장을 맡았던 장 의원은 자녀 문제로 인해 얼마 지나지 않아 직을 내려놔야 했고, 이후 윤 대통령 당선 때까지 보이지 않는 조력자로 지내야 했다. 그는 대선 직후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해 대통령실과 내각 인사를 주도했으나 현재는 윤석열 정부 초기 인사 실패의 제1 책임자로 거론된다. 권 의원은 대선 승리 이후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으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협상 과정에서의 실책, 9급 공무원 비하 발언 등 실언, 윤 대통령과 나눈 문자 유출 등 치명적 실수를 연이어 저지르며 결국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내려왔다. 두 사람의 잇단 실책으로 윤 대통령도 최근 권·장 의원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주변에 이야기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최근 노골화한 윤핵관 내부의 분화는 권력이 현실화된 윤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계속 이어지며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에 꾸준히 영향을 미쳐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장 의원은 정부 초기 인사 구성 과정에서부터 상당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7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이후 지도체제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을 때부터 양측의 견해차가 밖으로 노출됐다. 권력에 빈자리가 생긴 시점부터 분화가 본격화됐다는 해석이다. 권 의원은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원했으나 장 의원은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비대위를 구성하는 과정 등 당내 논쟁의 순간마다 권핵관과 장핵관들의 막후 신경전이 상당했다고 한다. 

 

“지금 잠시 권력 내려놨지만 욕심 여전할 것”

특히 결정적으로 윤핵관의 분열을 초래한 데는 이 전 대표의 ‘공’이 컸다는 평가가 있다. 양승함 연세대 정외과 명예교수는 “정치의 생리상 최측근들의 경쟁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준석이라는 변수가 결정적이었다”며 “이 전 대표는 윤핵관이란 프레임을 만들어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각인시켰고, 의도했든 안 했든 본인을 둘러싼 논란들로 두 윤핵관을 싸움 붙이고, 당을 매우 큰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양 교수의 말대로 윤핵관이란 표현을 가장 먼저 쓴 게 이 전 대표다. 그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윤핵관이란 사람들이 익명 뒤에 숨어 언론에 이상한 얘기를 하고 다닌다”며 윤핵관이란 존재를 국민의 인식 속에 강렬하게 새겼다. 

일련의 당내 권력 부재 상태와 혼돈 상황 역시 윤핵관이 이 전 대표를 무리하게 쫓아내려다가 발생하게 됐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무리하게 당 대표에 대한 징계가 이뤄졌고, 이후 과정마다 당이 혼란에 빠지는 결정들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체제는 한 달 만에 신뢰를 잃었고, 주호영 비대위는 일주일 만에 좌초됐다. 앞으로도 이 전 대표와 당의 지난한 법적 대응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도 야속하지만 결국은 윤핵관이 무조건 이 전 대표를 몰아내려고 하면서 당이 이 지경이 됐다”며 “이성적인 판단으로 중간에 브레이크 잡고, 이 전 대표를 설득해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았다면 당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여전히 당을 움직이는 건 윤핵관들이란 사실이다. 원조 윤핵관들은 2선으로 빠졌지만, 당내에선 정진석 비대위원장이나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윤핵관이라는 데 우려를 표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신(新)윤핵관’이란 용어도 생겨났다. 한 중진 의원은 이같이 일갈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윤핵관들에 대한 분노와 우려, 그리고 현실까지 충분히 드러났다고 본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권력을 가진 이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권성동·장제원 의원 또한 지금은 잠시 내려놨지만, 권력은 숨이 끊어질 때까지 붙잡고 있는 게 속성이다. 그들의 욕심은 더 강해지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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