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잡이’ 금감원장, 文정부 겨눴다…짙어진 ‘검(檢)감원’ 그림자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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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6000억원대 태양광 대출 점검 착수
시장·정치권 파장 예의주시 속 ‘긴장’
이복현 대전지검 형사3부장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검찰 재직 시절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시계 바늘이 다시 문재인 정부를 향해 흐르고 있다. 서해 피살 공무원과 북한 어민 강제북송 사건 등 전 정부를 겨냥했던 칼날이 '태양광 사업'으로 확대되면서다. 검찰 출신 금융감독원장이 태양광 사업 전반의 자금 흐름을 살피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수사'에 준하는 '점검'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계는 물론 정치권도 금감원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시장에서는 '검(檢)감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6조원대 육박한 대출 겨냥…부실 드러나면 파장 클 듯

금감원이 대대적 조사에 착수한 부분은 총 5조6000억원대로 추산되는 태양광 사업 관련 금융권 대출이다. 은행별 대출 종류와 규모, 건전성 여부를 살피겠다는 건데 태양광 사업과 관련한 주요 자금 흐름을 모두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현재 은행별 태양광 대출 현황과 관련한 기초적인 자료를 집계하고 있다. 현황 파악이 완료되는 대로 전수 조사 및 부실 여부 판단을 위한 검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는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도 포함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태양광 관련 대출 현황 및 건전성 파악을 위한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강조하면서 '은행 책임' 규명도 함께 언급했다. 부실이 드러날 경우 해당 은행을 상대로 한 금감원 차원의 제재를 넘어 수사가 진행될 것이란 경고로 해석된다. 

금감원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윤석열 정부 차원의 대대적 조사와 국민의힘이 꺼내든 '태양광비리진상규명 특별위원회' 구성에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실 대출과 관리 소홀이 적발될 경우 은행권을 넘어 전 정부 인사들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발전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서 2616억원이 부당하게 대출·지급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부도 이에 발맞춰 즉각 전수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정부와 여당이 일사분란하게 태양광 사업을 조준하고 있는 만큼 다른 사안들과 마찬가지로 검찰 수사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윤 대통령도 최근 문재인 정부 주요 정책이었던 태양광 관련 사업에 비리가 포착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혈세 낭비" "이권 카르텔"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문재인 정부 시절 태양광 사업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월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문재인 정부 시절 태양광 사업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칼잡이' 금감원장의 예정된 경로?

이번 조사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은 태양광 대출 대부분이 전 정부에서 집행돼서다. 현재까지 파악된 대출 총 5조6088억원 중 96.1%에 달하는 5조3931억원이 문 정부에서 이뤄졌다. 

금융당국 발걸음에 은행권은 물론 시장 전반이 초긴장 상태다. 대규모 부실이 확인될 경우 경영진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태양광 대출을 가장 많이 승인한 곳은 KB국민은행으로 1조7390여억원에 달한다. 전북은행이 1조483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태양광 대출시 담보 초과 대출 건수는 1만2498건에 달하며, 금액 또한 1조49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북은행은 담보 초과 건수가 6007건에 금액이 4779억원으로 최다였다. 담보 부족 대출은 대출 취급액보다 담보물 평가액이 낮다는 의미다. 그만큼 부실 대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태양광 관련 신용 대출은 365건, 3090억원이었다. 신한은행이 337건(2984억원)으로 가장 많다.

업계에서는 이 원장 취임과 동시에 이 같은 움직임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도 돈다. 이 원장은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불리는 검찰 출신이다. 윤 대통령은 이 원장 임명 당시 경제학 전공, 공인회계사(CPA) 자격증 소지, 장기간 금융·경제 관련 수사 지휘 등을 통해 전문성이 입증된 적임자로 평가했다. 

사상 첫 검찰출신 금감원장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던 금융권에서는 이번 태양광 조사를 기점으로 '검(檢)감원'으로의 행보가 더 가시화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금감원이 태양광 사정정국 출발선에 선 만큼 업계 전반이 수사리스크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도 윤 대통령이 태양광 사업비 집행을 '이권 카르텔 비리'로 규정한 만큼 금감원 조사가 결국은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에 하나 야권 인사가 연루된 정황이 나오거나 수사 칼끝이 전 정부 고위직, 청와대 인사로 확대될 경우 대여(對與) 공세 동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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