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침투로 발칵 뒤집힌 일본 정계…‘기시다 낙마’ 위기까지
  • 유재순 재일 작가 (yjs2009@jpnews.kr)
  • 승인 2022.09.24 09:05
  • 호수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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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7일 아베 국장 앞두고 “자민당 의원 179명, 통일교와 관련” 공식 발표
기시다 총리, 두 차례나 “통일교와 절연” 선언했으나 도중하차 위기에 몰려

요즘 일본 정계는 아수라장이다. 한마디로 ‘통일교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빠져나오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욱 깊게 빠져든다. 일본 정부와 여당인 자민당의 모습이 딱 그렇다. 7월8일 나라현 야마토사이다이 지역 광장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피격당해 사망한 후 일주일 정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은 물론 일본 국민은 애틋한 마음으로 비명횡사한 아베를 애도했다. 추모 열기는 ‘아베 국장’(9월27일)이라는 국가행사로 귀결됐다.

일본어에 ‘調子に乗ってる(조우시니 놋테루)라는 말이 있다. 분위기에 편승한다는 뜻이다. 아베 사후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인들은 바로 기시다 정부가 ‘조우시니 놋테루’ 하고 있다고 간파했다. 기시다가 국내외 추모 열기에 편승해 아베의 국장을 결정했다고 봤다. 이제 기시다는 총리 자리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자민당을 비롯해 일본 정계 전반에 침투한 통일교 문제가 불거지면서 붕괴 위기에 봉착했다. 사진은 기시다 총리의 기자회견 모습ⓒAP 연합

통일교에 연루된 아베 국장에 반대 75%, 찬성은 22%

현재 ‘아베 국장’에 대해 일본 언론과 국민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과연 아베가 국장을 치를 자격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8년9개월이라는 무소불위의 최장기 집권을 이뤄낸 총리였다고는 하나, 총리 재임 시절 온갖 부조리한 정치 스캔들로 얼룩진 정치인이라는 사실이 소환되면서 일본인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자신의 별장에 자주 초대해 골프를 치고 함께 술을 마셨던 절친이 운영하는 오카야마대학 수의학부 신설 개입, 지인에게 부동산 공시가격 9억5600만 엔짜리 국유지를 헐값인 1억3400만 엔에 사게 해준 오사카 모리토모 학교 비리 문제, 또한 국가행사 벚꽃놀이에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과 평소 신세를 진 우익 인사를 대거 초청해 국비를 낭비했다는 의혹 등이 재조명됐다.

여기에 들불 타오르듯 분노의 화살을 당긴 것이 아베와 통일교의 밀착 관계였다. 피살 당시만 해도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가 주최하는 행사에 동영상 축사 정도만 한 걸로 알려졌다. 그래서 국민은 아베를 절대적인 피해자로, 범인인 야마가미 데쓰야(41)는 극악무도한 살인자로 치부했다.

경찰 조사에서 야마가미는 아베 살해의 동기로, “내 가정이 파탄 난 것은 통일교 때문이다. 통일교 신자인 어머니가 집안의 전 재산을 통일교에 헌금으로 내 우리 집이 풍비박산 났다. 그런 통일교를 지원한 이가 아베였기 때문에 그를 저격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일본 시사주간지들, 정치인과 통일교 유착 관계 집중 보도

시간이 지나면서 추모 분위기의 양상이 달라졌다. 일본 언론, 특히 시사주간지들이 통일교와 일본 정치인들의 지저분한 관계를 보도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아베만 관련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계속 보도되는 기사들은 통일교와 아베, 그리고 정치인들의 밀착 관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심지어 아베의 외조부이자 전 국무총리였던 기시 노부스케까지 무덤에서 끌어냈다. 오늘날 통일교를 실질적으로 일본에 정착하게 해준, 통일교에는 ‘구세주’ 같은 인물이었던 까닭이다.

기시 노부스케는 일제 강점기에 같은 A급 전범 출신으로 정치인이자 기업가였던 사사카와 료이치와 함께 1959년부터 통일교가 일본에 정착할 수 있게끔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도와준 장본인이다. 1971년에는 통일교가 만든 평화 사절단 ‘리틀엔젤스’가 도쿄 공연을 했을 때, 기시는 당시 미치코 왕세자비를 초청해 무용단 단원을 일일이 소개해 주기까지 했다. 말하자면 일본 황실에까지 통일교를 연결시켜준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시가 통일교를 어느 정도 선까지 지원했는가 하는 바로미터는, 1984년 11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한 통의 편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984년 4월 문선명 교주는 탈세 혐의로 미국에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그런 문선명을 위해 기시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그해 11월, 기시는 레이건 대통령에게 절절한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기시 전 총리, 1984년 “문선명 석방해 달라” 레이건 대통령에게 편지

‘친애하는 대통령 각하’로 시작되는 기시의 편지는 “현재 문선명은 미국에서 박해를 받아 구금되어 있는 상태다. 문은 성실한 남자로, 자유와 민주주의에 꼭 필요한 사람이며 귀중한 인물이다. 그가 투옥되어 있는 것은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루빨리 석방시켜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는 요지의, 즉 문선명을 즉각 석방해 달라는 탄원서를 보낸 것이다. 발신자 이름란엔 ‘기시 노부스케 일본 전 국무총리’라고 쓰여 있었다.

충격적인 기시의 탄원서는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잠자다가 2017년, 한 프리랜서 기자가 캘리포니아에 있는 레이건 도서관에서 찾아내면서 비로소 일본인들에게 알려졌다. 아베의 죽음을 계기로 일본 국민이 기시에게 분노한 것은, 1984년 당시 통일교의 영감상법이 일본에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기시 노부스케는 아베가 어렸을 때부터 롤모델로 따르고 존경하며 정치인 꿈을 키웠다는, 다름 아닌 그의 외조부이기도 해 더욱 분노를 샀다.

이런 상황들이 재조명되면서 일본인 사이에 아베가 국장 자격이 없다는 반발이 일어난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야후재팬에서 조사한 결과(9월22일 현재 응답자 72만8991명)를 보면 국장 반대 여론이 76%에 달하고 찬성은 22%에 불과했다. 또한 40만 명 이상이 국장 반대 운동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대 열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9월19일에는 일본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도쿄 요요기공원에서는 태풍으로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1만6000여 명이 모여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날 저명한 르포라이터 가마타 사토시(85)는 노구를 이끌고 비를 맞으면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할 때도 각의에서 결정했다. 국장도 그렇다. 제멋대로 결정하지 마라. 가장 분노하고 있다. 국회를 통하라. 그것이 민주주의다”라고 외쳤다. 9월21일에는 70대 남성이 총리 관저 근처 도로에서 ‘아베 국장 결사 반대’라는 손글씨 패널을 들고 분신자살을 시도하다가 경비원에 발견됐으나 생명이 위중하다.

ⓒEPA 연합
9월27일로 예정된 ‘아베 국장’을 반대하는 일본인들의 시위가 8월16일 도쿄 시내에서 벌어졌다. 이들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생전에 통일교와 맺었던 깊은 관계를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EPA 연합

‘문선명 등신불’ 모형을 수백만 엔에 판매하는 ‘영감상법’

지방자치단체나 교육계에도 파문이 번지고 있다. 9월27일 국장 당일에 조기를 게양하느냐 마느냐가 화두가 됐다. 오키나와현은 이미 오래전부터 불참 의사와 함께 국장 당일 조기를 게양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나가노현 사구시의 야나기다 세이지 시장은 “현재의 국장 실시에 대해 여론이 양분돼 있다. 대다수 국민의 마음이 일치할 때 조기를 게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장일에 역시 조기를 게양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도쿄 도내의 세다가야구 구청장 등 일부 공공기관장도 공개적으로 참석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정당의 경우에는 우선 입헌민주당 소속으로 간 나오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이즈미 겐타 당 대표 등 9명의 임원진이 국장에 불참한다고 선언했고, 평의원들의 참석 여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여당인 자민당에서는 11선의 무라카미 세이치로 중의원 겸 전 행정개혁장관이 공개적으로 불참 의사를 밝혀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아베는 재정·외교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관료 기구까지 파괴했다. 국적(國敵)이다. 애초부터 국장은 반대해 왔다. 만약 출석하게 되면 아베의 문제점을 용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불참할 것이다. 자민당 내에서 이런 이야기를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상한 일이다.”

기시다 총리가 총재로 있는 집권당인 자민당 중진 의원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아베를 비판하며 불참 의사를 밝힌 건 처음이다. 여기에 국장 비용을 거론하며 반대하는 이들을 향해 기시다 총리가 2억5000만 엔밖에 안 든다고 장담했다가, 최근 16억6000만 엔의 비용을 예상하고 있다고 발표해 반대파들의 반발만 더욱 부추겼다.

통일교는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시뿐만 아니라 자민당 소속 의원들과도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일본 내 통일교 출범에는 기시 정부가 절대적인 조력자 역할을 했지만 그 이후에는 자민당 소속 의원들의 암묵적인 비호 아래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그런 반면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교단 내 헌금 독려 방식이 일반 상식을 훨씬 벗어나 사회 규범을 해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이 아직까지도 일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영감상법’이다. 영감상법은 1970∼80년대에 기승을 부렸다. 시중에서 1만원 정도 하는 화병이나 물건을 문선명 교주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설법으로 통일교 신자들에게 수백만 엔(수천만원), 많게는 수천만 엔에 판매하는 행위다. 문선명 교주의 신체를 모형화한 등신불도 수백만 엔에 팔렸다.

2018년 8월 경기도 가평군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열린 통일교 국제 합동결혼식에서 신랑신부들이 눈을 맞추고 있다.ⓒ뉴시스

통일교 물건 구입 위해 집과 땅 팔아…사회적 문제로 비화

심각한 것은 통일교 신자들이 이런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거액을 쏟아붓는 것도 모자라 대출이나 사채, 심지어 집과 땅을 파는 바람에 순식간에 한 가정이 풍비박산하는 사례가 줄줄이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아베를 살해한 범인 야마가미 데쓰야의 어머니도 이런 경우였다. 통일교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장애를 가진 형마저 자살하고 가정이 풍비박산 나자 통일교에 원한을 품게 됐다. 그 자신도 너무 힘들어 자살을 시도했는데 마침 그때 통일교 행사 때문에 한국에 가있던 어머니는 교회 프로그램을 모두 마친 후에 일본으로 돌아왔다는 기막힌 이야기도 전해진다.

영감상법으로 인한 신자들의 피해 규모도 엄청났다. ‘일본전국 영감상법대책 변호사 연락회’가 지난 8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35(1987~2021)년 동안 변호사 연락회에 접수된 피해 액수는 무려 1237억 엔(3만4537건)에 달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1조2000억원이 넘는 액수다. 최근 5년 동안 접수된 피해액도 580건에 54억 엔(540억원)에 달한다.

 

“사람(아베)을 죽인 건 용납할 수 없지만 범인의 심정은 이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얼마 전, 통일교 신자인 어머니의 강요에 의해 한국 남성과 강제 결혼을 했다가 이혼하고 어머니와도 절연한 한 일본 여성이 방송에 나와 “사람을 죽인 건 용납할 수 없는 행위지만 저는 그 범인의 심정만큼은 이해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일본 정치인들의 통일교와의 밀착 관계는 멈추지 않았다. 작년 9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회가 주최한 행사에 아베 전 총리가 축사를 한 것을 확인한 피해자 단체들이 아베에게 “일본 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으로서 더 이상 통일교를 지원하는 듯한 행동을 멈춰 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는데도 아베는 이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닌 여러 차례 자제를 권고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범인 야마가미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비단 아베뿐만이 아니었다. 우선 기시다 내각 중에서 얼마 전 실각한 아베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전 방위청 장관도 선거 때 통일교의 도움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또한 야마구치 쓰요시 환경청 장관 등 19명의 전 각료 중 7명이 통일교와 이런저런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지난 8월 장관직을 내놓기도 했다.

9월8일에는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이, 4일에 이어 2차 통일교 관련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못해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다. 중·참의원 의장단을 뺀 379명의 의원 중 무려 179명이 어떤 형태로든 통일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베 신조, 아소 다로 전 총리, 호소다 히로유키 중의원 의장, 이시바 시게루 중의원,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장관 등 5선에서 10선 이상 된 원로 의원도 수두룩했다. 통일교와 접점이 없는 의원은 ‘빽’ 없고 힘없는 정치인뿐이라는 항간의 소문이 진실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통일교 주최 행사에 직접 참석한 의원은 10명, 통일교 관련 단체에 참석해 인사를 한 의원은 96명, 강연 20명, 선거 때 신자들로부터 자원봉사를 받은 17명 등 관련 이유도 다양했다. 기시다 총리는 벌써 2회에 걸쳐 통일교와 절연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다. 그런가 하면 입헌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의원 14명도 자진해서 커밍아웃을 했다.

 

“통일교단은 정치에 보험 들고, 정치인은 정치자금 수수”

하지만 피해자 단체와 통일교를 추적하는 전문가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아직 미발표 의원이 많으며 정작 정치헌금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자민당이 공개해도 될 만큼의 선에서 적당히 발표했다는 것이다. 통일교 전문기자인 스즈키 에이토는 주간 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교단은 정치가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교단의 발전이나 조직 방위를 하고자 한다. 현재와 같은 비판을 받는 상황이 되었을 때 법인 해산 명령에 이르지 않게끔 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과도 같은 것이다. 통일교와 가장 관계가 깊은 아베파나 그에 연결되는 스가 그룹과의 관계를 직접 들여다보지 못하면 통일교가 어떻게 정치를 이용하고 어떻게 정치인이 가담했는지 아무것도 해명할 수 없다. 자민당 조사로 그것을 해낼 수가 있나?”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 열도는 발칵 뒤집혔다. 두 달 전 아베 피격 당시의 애틋한 애도 분위기는 간 곳이 없었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그동안 살해범으로 온갖 비난을 받아왔던 야마가미 데쓰야가 역설적으로 일본 정치사에 큰 공(?)을 세웠다는 웃지 못할 영웅론마저 급부상했다. 만약 야마가미가 아베를 저격하지 않았다면 전후의 기시 노부스케 정권부터 아베-기시다 정부에 이르는 수많은 정치인이, 지난 50여 년간 유착관계를 감쪽같이 숨긴 채, 선거 때마다 통일교로부터 단물을 빨아먹었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일본 언론에서조차도 야마가미에 대한 비난이나 단죄 보도는 보기 힘들다.

이처럼 여론과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가자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기시다 총리다. 사실 일본 언론은 지난 7월10일 참의원 총선거를 끝으로 앞으로 3년간은 전국적인 큰 선거가 없기 때문에 모두들 기시다 정부의 여정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아베가 피격당해 숨지고 국장을 발표하면서 통일교와의 밀착 관계 등이 연이어 폭로됐다. 그 여파로 국민 대다수가 아베 국장을 반대하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비용 문제 또한 잘못 산정·발표해 기시다 총리는 오히려 혹을 떼려다 혹을 주렁주렁 갖다 붙이는 사태를 불러왔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국장과 맞물리는 상황도 조문외교를 외치던 기시다 총리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악재가 되었다.

사망한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 단체인 천주평화연합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 2021년 9월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희망전진대회에서 영상으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위 사진), 뒤이어 한학자 총재가 발언을 하고 있다.ⓒ피스링크TV 화면 캡쳐·뉴시스

총리직마저 위태롭게 된 기사다 총리의 미래

기시다 총리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지지율 또한 곤두박질하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NHK 여론조사에서 40%였는데 9월22일 현재 TV아사히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한다’가 36.3%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베 국장-통일교 관련에 대한 전 국민적 반발이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밀려온 탓이다.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 이 위기를 탈출할 획기적인 대안이 없는 게 더 문제다. 국장을 취소할 수도, 또한 캐면 캘수록 고구마 줄기처럼 줄지어 나오는 통일교와의 검은 커넥션을 드러내놓고 자폭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장이 끝나도 기시다 총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부담 가득한 현실뿐이다. 지난 잃어버린 30여 년 동안 꿈쩍도 하지 않던 물가가 최근에는 하루가 다르게 부쩍 오르며 서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부추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회가 있는 나가타초에는 벌써부터 다음 총리가 누가 될 것이냐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래도 그는 코앞에 닥친 아베의 국장을 온갖 비난 속에 무사히 치러야 한다. 결국 아베가 뿌린 오물을 과거 경쟁자였던 기시다 총리가 거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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