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점령지 합병 주민투표에 “투표율 70% 넘겨”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09.2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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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네츠크·루한스크 각각 76%·77%…“국제규정상 주민투표 성사”
러시아가 임명한 콘스탄틴 이바셴코 마리우폴 시장이 2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에 마련된 한 주민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EPA연합
러시아가 임명한 콘스탄틴 이바셴코 마리우폴 시장이 2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에 마련된 한 주민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EPA연합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4곳에서 실시 중인 영토합병 찬반 주민투표가 실시 사흘 만에 투표율 70%를 넘겼다고 주장했다.

25일(현지 시각)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투표율이 사흘 만에 각각 76%와 77%를 기록했다고 현지 선거당국이 주장했다. 국제규정에 따르면 유권자 50% 이상이 참여하면 주민투표가 성사된 것으로 본다는 것이 선거당국의 주장이다.

DPR과 LPR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 세워진 반군 정부로, 2014년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자들이 일방적으로 설립했다. 지난 2월 말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이들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번에 실시되는 주민투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귀속할 발판으로 활용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현재 러시아군이 전투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남부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 4곳 지역에서 실시되며,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닷새 동안 진행된다. 이 중 루한스크와 헤르손주는 대부분이, 자포리자주는 80%, 도네츠크주는 60% 정도가 러시아군 통제 하에 들어가 있지만 여전히 전투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외에도, 러시아군이 대부분 점령한 자포리자주의 투표율도 51%를 넘겼다고 현지 선거당국이 발표했다. 또 다른 점령지인 헤르손주의 경우 48%로 집계돼, 남은 이틀의 기간 동안에 50%를 훌쩍 넘길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해당 지역들이 거의 러시아군 손에 들어가 있는 데다, 현지에 남아있는 주민들도 대부분 친러 성향이 강해 투표에서도 러시아 귀속을 지지하는 결과가 절대다수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2014년에도 러시아군 점령 하에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러시아 편입 주민투표를 실시해 주민 97%가 찬성했다고 주장, 크림반도를 일방적으로 병합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과거 크림반도 병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번 주민투표에 대해서도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고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번 투표 결과를 빌미로 러시아가 이 지역들에 대한 병합을 선언할 경우, 향후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가 이 지역들을 공격하면 러시아가 이를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더 강한 대응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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