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의문사 시위 탄압”…서방, ‘이란 도덕경찰’에 제재 압박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09.2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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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미 제재, 독일은 “모든 선택지 고려”
이란 “美·유럽, 거짓선동으로 폭도들 지원”
21일(현지 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규탄 시위 도중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EPA연합
21일(현지 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규탄 시위 도중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EPA연합

이란에서 ‘히잡 미착용 의문사’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강경 대응과 이란 내 여성 인권과 관련한 서방의 제재 압박이 커지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는 이날 이란의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에 책임이 있는 소위 ‘도덕 경찰’(morality police)와 그 지도부 등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오타와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이란이 인권을 무시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고,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과 시위 탄압으로 그것을 다시 목도하고 있다”며 “오늘 우리는 이란의 이른바 풍속 경찰을 포함해 수십 명의 개인과 단체에 제재를 가할 것임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에서는 쿠르드계 여성인 아미니가 지난 13일 수도 테헤란에 갔다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돼 구금당했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젊은 여성이 복장 문제로 끌려가 의문사하자 이에 대한 규탄 시위가 열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정부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는 등 강경 진압을 고수하고 있다. 진압 과정에서 수십 명이 사망했고, 체포된 인원만 1200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뿐 아니라 다른 서방 국가들도 이란 정부의 대응을 규탄하며 제재 방침을 밝혔다.

독일은 이날 베를린 주재 이란 대사를 초치해 시위대 폭력 진압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독일 외무부는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이란 당국이 평화적인 시위를 허용하고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더 이상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 내 폭력 사태와 관련해 이란을 추가 제재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과 함께 모든 선택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란 경찰과 간부 등에 대한 제재에 들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기본적 인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이란의 용감한 여성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이날 미 재무부는 이란 여성에 대한 학대와 폭력, 평화로운 시위에 나선 이란인의 권리 침해를 이유로 풍속 경찰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국은 이란 시위대를 지원하기 위해 대(對)이란 제재 적용을 면제받는 인터넷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

한편 이란은 서방의 이같은 제재 움직임이 폭동을 조장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언제나 이란의 안정과 안보를 깨려고 노력해왔다”며 “이번에도 미국과 유럽은 거짓 선동으로 폭도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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