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7조원 들어간 대우조선, 제2의 ‘한화생명’ 되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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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 매각 논란에 공적자금 회수 미지수
1조원 넘게 회수 못한 한화생명 전철 밟을까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 ⓒ연합뉴스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이 돌고 돌아 한화그룹에 매각된다. 2001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 졸업 이후 21년 만이자 2009년 한화에 매각이 무산된 지 13년 만이다. 하지만 헐값 매각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7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을 2조원에 매각하기 때문이다. 향후 잔여 지분을 민간에 매각에 손실을 회복한다는 것이 KDB산업은행(산은)의 계획이지만 1조원 넘게 공적자금 회수를 못하고 있는 한화생명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KDB산업은행과 한화그룹이 또 다시 손을 잡았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26일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 매각 절차에 돌입한다”면서 “첫걸음으로 대우조선해양과 한화그룹은 2조원의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는 지난 2008년에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매각가는 6조4000억원이었다. 이번에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화는 13년 전보다 3분의 1 가량 싼 가격으로 대우조선해양을 품게 될 전망이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한화가 49.3%의 지분을 확보해 산업은행(28.2%)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번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놓고 헐값 매각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대규모 분식 회계 적발 등으로 경영 부실이 심각해진 뒤 7년간 7조1000억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 산은이 20년 넘게 대우조선해양을 보유하면서 투입한 공적자금은 총 13조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경영효율화를 할 수 있는 민간 주인을 찾아서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국민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 판단했다”면서 “대우조선에 투입한 공적자금 중 사실상 3조5000억원의 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강석훈 산은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산업은행
지난 26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강석훈 산은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산업은행

공적자금 1조원 넘게 남은 한화생명, 회수 가능성 요원

산은은 향후 보유할 대우조선해양 지분(28.2%)을 차차 매각하며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이 요주의여신에서 정상여신으로 분류되면 대손충당금(1조6000억원) 대부분이 이익으로 환원되며, 주식손상(1조8000억원)은 민간기업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만들어 매입가 수준까지 오면 상당분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 했다. 현재 대우조선의 주가는 2만4950원(26일 종가 기준)으로, 대략 4만원이면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산은 측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산은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주가 변동 흐름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02년 정부(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 3조5500억원이 투입된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한화그룹에 넘긴 전례가 있다. 당시 지분 51%를 넘기며 정부가 손에 쥔 건 8236억원 뿐이었다.

여전히 예보는 한화생명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1조771억원의 공적자금이 남은 상태다. 하지만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은 요원하다. 한화생명의 주가가 너무 낮은 상태여서다. 26일 종가 기준 한화생명 주가는 2275원이다. 잔여 지분 10%(8658만3000주)를 매각해 1조771억원 이상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주당 가격은 1만1400원이 넘어야 한다.

산은은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현재 2만원대인 주가가 상승해 공적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화생명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산은의 전망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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