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폭행·비위’에 이미지 추락하는 전남대…“어쩌다 이 지경에”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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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서 동료 여교수 목잡고 침 뱉은 폭행 교수, 직위해제
전국 국립대 중 교직원 범죄 ‘1위’…2위와 두 배 이상 차이
동문들 “학생들이 피눈물로 쌓은 명예 교직원들이 망쳐”
호남권의 최고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전남대학교에서 잇단 교직원 비위 사건이 발생해 학교 이미지 추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전남대 정문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호남권의 최고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전남대학교에서 잇단 교직원 비위 사건이 발생해 학교 이미지 추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전남대 정문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호남권 최고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전남대학교가 최근 잇단 교직원 비위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간 쌓아온 학교 이미지 추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전남대는 전통이나 명성 등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광주전남의 거점 국립대학이다. 전남대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낮은 등록금 등을 앞세워 우수한 인재들을 흡수하는 학교로 명성을 떨쳤다. 심지어 서울의 명문 사립대와 비교해 뒤처지지 않을 수준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1970~80년대 전남대의 경우 광주전남에서 ‘서울대에 입학하지 못할 경우 고려대나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과 함께 다음 선택지로 고민하던 곳’이란 인식이 강할 정도였다. 서정민(85학번)씨는 “한양대와 전남대를 고민하다가 집안 형편에 맞춰 전남대 법대를 선택했다”며 “졸업할 때 행정고시나 사법시험에 합격한 동문이 10명 정도였고, 취업 걱정도 크게 없어서 대부분 후회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돌아봤다.

 

호남 명문 전남대, 잇단 악재에 ‘이미지 먹칠’ 

1960~80년대 군사 독재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의 성지였다. 특히 1980년에는 5.18 민주화운동의 시작이며, 중심에 섰었던 역사를 갖고 있다. 최초 시위가 일어난 곳이 전남대 정문 입구이다. 당시 계엄군들은 교내에 주둔하며 사람들을 무차별로 잡아와서 마구 구타하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맞아 죽은 사람도 여러 명일 정도다. 그래서 과거의 대학본부는 현재 5.18연구소로 쓰이고 있으며, 정문은 5.18 사적지 목록 1호, 전남대학교병원은 9호로 지정됐다. 

현재도 대학 평가에서 10위 안에 드는 항목이 다수 있을 정도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경우 출신 124명이 2022년 제1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이 같은 합격 실적은 전국 25개 대학 로스쿨 중 서울대(150명)에 이어 2위다. 제1회 변호사시험부터 이번 시험까지 모두 1028명의 변호사를 배출했으며 특히 광주·전남지역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 560명 가운데 255명이 전남대 로스쿨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 5월 당시 학교 정문에서 전경과 대치하고 있는 전남대생들 ⓒ광주5.18기록관
1980년 5월 당시 학교 정문에서 계엄군과 대치하고 있는 전남대생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하지만 지금의 학내 상황은 반대로 가고 있다. 인서울 입시 경향 추세는 그렇다 치더라도 교직원들의 각종 ‘비위’와 ‘추문’으로 인한 이미지 먹칠로 동문과 지역사회의 걱정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특히 최근 1차 수시 모집 시기에 교수 폭행 등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학교 위기감은 더욱 높은 상황이다. 전남대를 아껴왔던 지역민은 물론 학생들 또한 ‘문제 대학’ 꼬리표를 단 졸업장이 취업 등에서도 악영향을 줄까 우려하고 있다.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대는 26일 같은 학과 여성 교수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한 남성 교수를 직위 해제했다. 해당 교수가 비위 행위로 경찰 수사를 받는 점 등의 이유에서다. A교수는 그는 지난 8일 강의실에서 동료 여 교수인 B교수에게 영어로 욕설을 하며 물건을 집어던졌으며, 지난 20일에도 강의실로 찾아가 B교수를 주저앉힌 뒤 머리에 침을 뱉은 혐의로 고소당해 불구속 입건됐다.

또 검찰은 지난 19일, 자신의 아내로부터 3월 초 형사고발 당한 C교수를 업무상 횡령혐의로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C교수는 연구비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남대 측은 C교수를 수개월에 걸친 감사 끝에 연구비 유용과 동료 교수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지난달 중순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 교수 공채를 둘러싼 ‘불공정’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수의과대학 교수 공채 과정에서 특정인을 탈락시키기 위해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을 받는 대학 관계자들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전남대는 전국 국립대학 중 교직원 범죄 1위라는 불명예도 차지했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전국 28개교 국립대학으로부터 제출받은 ‘음주운전·성범죄 등 교직원 범죄수사 개시 통보현황’(2017년~2022년 8월)을 분석한 결과 전체 총 639건으로 나왔다. 

이 중 △전남대 111건(17.4%) △경북대 50건 △충남대·안동대 각 34건 △서울과기대 28건 △제주대 27건 순이다. 전남대의 경우 2위와 두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다. 전남대 교직원 범죄 중 단순 직무관련 범죄는 4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음주운전 9건 포함 교통법규 위반이 29건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중범죄에 해당하는 사기·횡령·배임 관련 범죄 11건에 달했고, 상해·폭행 8건, 명예훼손·모욕 6건, 학내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추행·불법촬영 등 성범죄도 4건에 달했다. 이 밖에 금품수수와 부정청탁, 아동학대도 각 1건씩 저질렀다.

이에 대해 전남대는 해명자료를 통해 “국정감사 자료제출 요청을 받고 혐의 없음, 각하, 수사 계류 중인 사안까지 참고용으로 제출했는데 범죄행위로 포함됐다”며 “참고 사항을 제외한 범죄행위는 48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 측이 주장하는 대로 아무리 참고 사항이라하더라도 학내에서 거론조차 돼선 안 될 사안들로, 물의를 빚기로는 오십보백보로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전남대가 어떤 학교인데...참담하고 부끄러워”

잇단 불미스러운 소식에 전남대를 자랑스럽게 여겨왔던 지역민들은 탄식과 함께 ‘부끄럽다’, ‘참담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남대 후문에서 장사를 하는 박남철(56)씨는 “전남대는 지역 명문대로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학생 운동에서도 빛나는 역사를 가진 곳”이라면서 “이런 학교에서 학생들 앞에서의 동료 교수 폭행과 세속에서도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추문, 교직원 범죄 1위를 기록했다는 것에 무척 부끄럽다”고 말했다.

북구 용봉동에서 사는 한철수(73)씨는 “지역 토박이로 전남대와 애환을 같이 해왔으나 이런 저런 궂은 일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남대는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본다”며 “학문의 전당으로서 ‘진리의 탐구’ 등 대학 본연의 사명을 지켜내지 못한 대학 당국의 자질과 무능에 실망했다”고 했다. 

동문들 역시 탄식했다. 전남대 졸업생 김아무개(48)씨는 “당황스럽고 화가 치민다”면서 “전남대가 어떤 학교인가. 1980년 광주 오월 항쟁의 시발점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 이루는데 앞장선 학교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한숨만 나온다. 학생들이 피눈물로 쌓아온 명예를 교직원들이 망치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교직원들의 잇따른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애꿎은 학생들의 피해마저 우려된다. 전남대 한 재학생은 “저희 학교의 명예가 실추되면 취업을 앞 둔 학생들의 입장은 많이 난처해 질 수밖에 없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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