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주민투표 마지막 날…美, 안보리 규탄결의안 추진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09.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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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비토권 탓에 채택 가능성은 無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실시한 5일간의 주민투표를 통해 해당 지역을 자국 영토로 병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를 규탄하는 결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7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차지하거나 병합하려고 시도하는 어떠한 영토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짜 주민투표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23일부터 이날(27일)까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서 영토 병합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지역주민들에게 투표를 강요하고, 기표 내용을 확인한 후 투명 투표함에 용지를 넣도록 하는 등 선거 절차에서의 기본적 원칙이 어겨지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모스크바가 가짜 주민투표의 결과를 미리 정해놨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만약 이러한 투표 결과가 받아들여진다면 닫을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준비한 이번 결의안에는 이번 주민투표의 불법성과 절차상 문제점에 대한 비판, 영토 병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 러시아군에 대한 즉각적인 철군 요구 등의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안보리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를 겨냥해 “(이번 투표는) 다른 나라의 영토를 훔치려는 시도”라며 “가짜 주민투표가 정상적이라는 러시아의 주장은 러시아의 현 대통령과는 대화할 게 아무것도 없음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퇴출과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 강화를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서방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채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규탄 대상인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결의안에 대한 비토(거부)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소집된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도 미국이 규탄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러시아의 비토권 행사에 채택이 좌절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길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유엔총회에서 러시아를 향해 오해의 소지가 없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부권 행사 시 자동으로 유엔총회가 소집되는데, 이 자리에서 러시아에 대한 집중적인 비판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경고다.

러시아는 이번 투표가 정당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주민투표는) 돈바스 주민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행사로 그들의 땅에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투표가 규정에 따라 투명하게 치러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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