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는 인간만이 지구를 구한다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2 11:05
  • 호수 17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보건의료 대가의 미래 생존 전략 《호모 커먼스》

인류를 넘어, 지구 위기에 대한 경고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심지어 지구가 위기로 가는 티핑포인트(임계점) 15개 가운데 이미 9개가 작동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위기의 상당 부분은 인간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생물도 인간밖에 없다. 그럼 인간은 영화 《인터스텔라》 등에서처럼 결국 녹색별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별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국내 공공보건의료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장과 WHO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가 그 근본을 묻는 책을 내놓았다.

호모 커먼스 | 홍윤철 지음 | 포르체 펴냄 | 360쪽 | 1만8000원
호모 커먼스 | 홍윤철 지음 | 포르체 펴냄 | 360쪽 | 1만8000원

‘유전자에서 디지털까지, 인류 빅 히스토리를 통한 공간의 미래’라는 부제로 선보인 《호모 커먼스》가 그 책이다. 책은 의학자가 쓴 책이라기보다는 인류학자가 쓴 책이라는 인상이 들 정도로 생태계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를 담고 있다. 저자가 시선을 집중하는 것은 사유의 반대에 있는 공유의 가치에 관한 것이다. 책의 앞 부분 공유사회, 협력사회는 생물학부터 사회학을 넘나들면서 공유를 통해 만들어온 세계의 가치를 찾아간다.

“이제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나 또는 가공을 통해 인간에게 맞춰야 하는 대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자연에 어떤 변화를 주게 될 때 생태계와 인간 복지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해 가야 한다.” 그런 힘은 BTS 메인 래퍼 RM이 사회적 기업의 재활용품으로 만든 가방을 메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처럼, 새로운 가치관을 만드는 욕구를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책은 8장 ‘새로운 공유지의 개척’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지금 이 시대 공유의 가치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이를 위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이제 경쟁, 독점, 배제와 같은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만큼 공생과 공존이 공영의 전략의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가장 강조되는 것이 ‘돌봄’이다. 고령화로 인해 사회가 정체됐을 때, 세대를 넘어 돌보는 문화가 있을 때만 비용 등의 문제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돌봄은 인간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전략’이니만큼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노인 돌봄을 사회적 책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저자는 디지털 혁명에도 관심을 보인다. 특히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을 통해 디지털 자아와 물리적 자아를 잘 공존시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것을 가장 잘 구현시키는 공간의 새로운 도시를 말한다. 도시의 개념으로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이 포용도시다. 포용도시는 계층 등 다양한 조건에 구애받지 않은 도시다. 그리고 이 포용도시로 설계되는 새로운 도시는 ‘생산적 요소나 기능적 요소만이 아니라, 건강과 웰빙 그리고 생태계의 건강을 주요 결정 요인으로 고려해 공간 계획과 통합’하는 것이다.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서울대병원 등 공공의료를 책임지면서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그 고민이 《팬데믹》이나 《코로나 이후 생존 도시》 같은 저작으로 나왔는데, 이번 책은 그 고민에 대한 깊은 성찰의 결과물로 보인다. 그리고 말한다. “사회 속에서 또 생태계와의 관계에서 공존과 공생, 그리고 공영의 전략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훌륭한 사상가나 정치가가 나타나 이런 일을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시민의 민주적 참여와 소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