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건설폐기물, 철거→소각·재활용→매립까지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2.09.30 16:05
  • 호수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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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처리업체에서 분류 작업 거쳐
소각·재활용도 안 되는 폐기물은 매립지로

9월21일 오후, 인천 중구에 있는 건물 철거 현장. 1000여 평(3305.6㎡)의 현장에서는 막바지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기존 대형 상가는 허물어졌다. 그 자리에는 건축물에 사용됐던 철근콘크리트의 잔해물만 남았다. 폐콘크리트(건축물 등에 사용됐던 콘크리트)는 토사와 뒤엉켜 한곳에 쌓여 있었다. 철근은 트럭에 싣기 편하게 동그랗게 말려 있었다. 포클레인 한 대는 분해된 건물 잔해들을 트럭에 옮겼다. 나머지 두 대는 남은 폐콘크리트 등 폐기물 분해 작업을 이어갔다. 건설폐기물 종류(18개) 중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폐기물이 폐콘크리트다.

철거 작업은 지난 7월 무렵부터 시작됐다. 9월21일에는 7층짜리 건물(연면적 1만214㎡) 지상 부분의 철거가 모두 끝난 상태였다. 남은 지하 철거 작업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포클레인 한 대는 건물이 있던 지하에서 장비를 이용해 콘크리트를 부수고, 철근을 가위로 자르는 작업을 이어갔다. 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건물 철거는 안전성 등을 모두 점검한 뒤 건물 지상 꼭대기나 건물 옆 부분을 허물면서 시작된다. 가령, 아파트의 경우에는 포클레인이 건물 가장 윗부분을 아래로 허물면서 철거를 진행한다. 지하는 가장 마지막에 철거한다. 쉽게 생각하면 건물 위에서부터 아래로 폐기물이 내려가는 식이다.

인천 중구에 있는 건물 철거 현장. 포클레인이 건설폐기물을 트럭에 싣고 있다.ⓒ시사저널 김현지
인천 중구에 있는 건물 지하에서 막바지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시사저널 김현지
각 지자체에서 배출된 폐기물이 인천 서구 수도권 매립지에 쌓여 있다.ⓒ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빼곡한 폐콘크리트…건설폐기물, 다시 중간처리업체로

두꺼운 건물 바닥을 깨는 작업도 필수다. 업계는 이 작업을 ‘프레카’라고 부른다. 문제는 프레카 작업의 소음이 매우 심하다는 점이다. 100~150dB(데시벨)이다. 주거지와 학교, 공공도서관 근처의 현재 소음 기준이 낮 평균 65dB(데시벨)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1.5배 이상 높다. 그래서 프레카 작업은 인근 주민들의 귀를 피해 특정 시간대에만 한다. 하루에 한 시간 내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인근에 아파트나 학교가 있는 경우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철거 막바지 작업 중에는 폐콘크리트를 조각 내거나 철근을 말아서 트럭에 싣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소음이 심하지 않다. 하루 평균 작업 시간은 약 8시간. 건물 철거 작업은 건물 구조와 특성, 아파트·학교 등 주변 환경과 같은 여러 변수에 따라 기간이 달라진다.

초고층이 아닌, 7층짜리 건물라고 해도 건설폐기물 양이 적지는 않다. 폐기물은 트럭 한 대에 담길 수 없을 정도다. 트럭 한 대에 폐기물 25톤가량을 실을 수 있는데, 아파트·주택·상가 등 건물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기본 1만 톤 이상이다. 폐기물을 실은 트럭은 중간처리업체로 향한다. 중간처리업체에서 재활용 혹은 소각될 수 없는 폐기물만 매립지로 간다. 올해부터 중간처리업체에서 분리·선별된 5톤 미만의 건설폐기물만 수도권 매립지에 매립될 수 있다.

수도권 중간처리업체는 인천 서구에 밀집해 있다. 수도권 3매립지(인천 서구)가 인근에 있기도 하다. 인천에 있는 중간처리업체는 모두 15곳. 이를 포함해 582개 중간처리업체가 전국에 있다. 중간처리업체는 건설폐기물을 분류한다. 먼저 실외에 있는 파쇄 공간에 건설폐기물이 투입되면, 업체는 ‘조크러셔’라는 기구로 폐기물을 1차로 파쇄한다. 여기서 나오는 이물질을 제거한 뒤 선별 작업을 한다. 다시 이를 파쇄한다. 이런 작업을 거쳐 재활용이 가능한 순환(재생)골재를 만든다. 이처럼 재활용된 건설폐기물은 건설 현장에서 다시 사용된다고 한다. 철거 현장에서 나온 인테리어 제품과 같이 불에 타는 폐기물은 소각한다. 이마저도 어려운 건설폐기물은 매립된다.

매립된 폐기물 자료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매립된 폐기물 자료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매립된 폐기물 자료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매립된 폐기물 자료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매립된 폐기물 자료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매립된 폐기물 자료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폐기물 쌓인 매립지, 악취는?

수도권 3매립지 인근에는 녹색 차량이 쉼 없이 오간다. 각 지자체에서 나온 생활폐기물이 담긴 트럭이다. 건설폐기물은 하늘색 트럭에 실려 매립지로 향한다. 올해 이전까지만 해도 5톤 이상의 대형 건설폐기물은 붉은 트럭에 실렸다. 대형 건설폐기물 직반입이 금지된 올해부터는 붉은 트럭을 매립지에서 볼 수 없게 됐다. 폐기물을 실은 트럭은 매립지 입구에서 트럭 무게를 재야 한다. 폐기물 양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즉 매립지를 나갈 때 트럭 무게와 비교하기 위해서다.

현재 인천에 남은 수도권 매립지는 3매립지 한 곳뿐이다. 매립지 입구에서 무게를 잰 트럭은 매립지로 들어가 정해진 곳에 폐기물을 쏟는다. 폐기물을 매립하는 곳은 지하가 아닌 평지다. 매립 과정이 반복되면서 점점 동산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그날 하루 매립된 폐기물 위에 흙을 덮고 이를 다지는, ‘일일 복토’ 작업이 이뤄진다. 폐기물이 쌓이면 악취가 날 만도 하다. 그런데 매립지에서는 악취를 맡을 수 없었다. 폐기물을 매립하면서 탈취제도 뿌리는 작업이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매립지 곳곳에 세워진 붉은 기둥은 ‘매립가스 포집 시설’이다. 악취의 원인 물질인 매립가스를 포집해 대기 중 확산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폐기물을 매립하는 일련의 과정은 늦은 오후, 혹은 저녁에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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