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68억원’ 규모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대형마트·온라인몰에 쏠렸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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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 금액 70%, 이마트·쿠팡 등 대형 유통업체에 집중
낮은 인지도·상이한 할인쿠폰 사용 방식 등 지적 반복
서울 시내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농산물 소비 활성화와 소비자 물가부담 경감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이 대형마트와 대형 온라인몰에서 집중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집행 금액의 70%가 이들 업체에 쏠린 것이다.

29일 시사저널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집행 현황’에 따르면, 올해 배정된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사업 예산(1068억원) 가운데 84% 규모인 895억5500만원이 지난 9월 12일까지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서 각각 462억7600만원과 156억8400만원 등 총 619억6000만원이 집행됐다. 전체 집행 예산 중 약 70%에 해당하는 쿠폰이 하나로마트,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GS리테일 등 대형마트 5곳과 대형마트와 11번가, 컬리, 오아시스, 쿠팡 등 24개 온라인몰에 쓰인 셈이다.

반면 전통시장에서는 97억6600만원 어치 할인쿠폰 발행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집행 예산의 10% 비중이다. 중소상인이 운영하는 친환경매장(75억5400만원)을 합해도 20%가 채 되지 않는다.

정부는 2020년부터 농축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소비자 물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평년 대비 가격이 상승한 주요 품목 중심으로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2주 단위로 할인쿠폰 적용 품목을 선정하고 있다. 소비자가 해당 농축수산물을 대형마트, 온라인몰, 전통시장 등에서 구입하면 20~30% 할인을 지원한다.

특히 지난 추석에는 급등한 물가를 고려해 1인당 할인 한도를 기존 1만원에서 2만원으로 상향했다. 이를 위해 추경 예산(385억원)과 예비비(298억원)를 투입하는 등 683억원 규모의 할인쿠폰을 추가로 공급했다.

할인쿠폰 사용처의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쏠림 현상은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 과정에서 꾸준히 지적된 사안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소비 행태에 따른 예산 배정이라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 배정된 할인쿠폰 비중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78%(1194억원)와 65%(694억5000만원) 수준이다.

 

국민 10명 중 6명 “할인쿠폰 행사 들어본 적 없다”

쿠폰을 할인받은 방식도 사용처마다 다른 점도 개선할 부분으로 지적돼 왔다. 대형마트에서는 회원가입만 돼 있으면 농축수산물 구매 시 계산대에서 자동 할인된다. 반면 전통시장에서 할인을 받으려면 제로페이 앱이나 전통시장 배달앱 ‘놀러와요 시장’, 전통시장 온라인몰 등에서 모바일상품권을 선할인 구매하거나, 쿠폰을 미리 발급 받아야 한다. 고령층이 주로 찾는 전통시장에서 사용하기 번거롭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기존에 할인쿠폰을 사용했던 소비자들은 꾸준히 이용하지만 모르고 있는 소비자들은 활용하지 못하는 편”이라며 “고령의 상인들은 자신의 가게에서 파는 품목이 할인쿠폰 대상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6명이 농축산물 할인 쿠폰 행사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 농촌경제연구원이 전국 식품 구입자 2000명을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결과, 응답자의 39%만 농축산물 할인쿠폰에 대해 알고 있고, 61%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응답한 것이다.

이에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5월 추경 예산 분석보고서에서 “할인쿠폰 행사에 대한 낮은 인지도, 전통시장의 주 고객층이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장·노년층이라는 점, 현금거래 중심의 전통시장 특성 등을 고려해 사업 인지도 제고 방안과 사용상의 애로점 해소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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