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 올리는 한동훈, ‘윤석열의 길’ 걸을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9 17: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대 넓히는 한 장관, ‘尹정부 명패’ 득 아닌 실 가능성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공개변론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공개변론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헌법재판소 법정을 무대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반격에 나섰다. 취임 후 더불어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키운 한 장관은 역설적이게도 야당이 추진한 정책을 발판으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가는 양상이다. 

정치권은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한 장관이 '윤석열의 길'을 걸을 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을 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를 향한 여론의 성적표가 향후 한 장관의 경로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 채찍으로 큰 尹, 한동훈도 동일 경로?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이례적인 질문과 답이 오갔다. 지난 22일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은 한 장관을 향해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한 장관이 범보수권 1위를 차지했는데 집권 초기에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것이 옳은가"라며 "조사 대상에서 빼달라고 하는 것이 정치적 도리이고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형식은 조언이었지만, 자진해서 조사 대상에서 빠지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한 장관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제가 (조사 대상에서) 빼달라 말라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며 "정치적 도리까진 모르겠지만 저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답했다. 

야당 의원의 이 같은 질의는 그만큼 한 장관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야 모두 '소통령' '2인자'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리는 한 장관을 경계 또는 예의주시해왔다. 야당이 한 장관을 겨냥한 탄핵 공세를 퍼부으면서, 여당은 '이준석 발(發)' 내홍이 장기화되면서 양쪽 진영 모두에서 존재감이 더 부각되는 모양새다. 

9월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검수완박' 반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응원 등의 메시지가 담긴 화환이 놓여있다. ⓒ 연합뉴스
9월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검수완박' 반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응원 등의 메시지가 담긴 화환이 놓여있다. ⓒ 연합뉴스

갈수록 매서워지는 야당의 채찍이 한 장관에게는 오히려 '득'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야권과 충돌하고, 민주당이 때릴 수록 존재감을 키운 뒤 정치 신인으로서 단숨에 대권을 거머쥔 윤 대통령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시절 윤 대통령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필두고 야당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구속시킨 앙금이 있던 국민의힘이 태세를 전환해 윤 대통령을 엄호하고 나선 것도 이 때부터다. 한직을 돌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된 검찰총장이 자신을 임명한 정부를 향해 강성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여론은 출렁였고, 윤 대통령 체급도 올라갔다. 

한 장관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에 제동을 걸던 한 장관은 급기야 헌재 변론까지 직접 출격했고, 법정을 무대로 전임 정부와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야당이 자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사태까지 치달았지만 한 장관은 입장문을 내고 "할 말 있으면 재판정에 나와서 당당하게 말하지 그랬느냐"며 되받아쳤다.

발언 수위와 강도가 점점 올라가고 여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야당 대 여당'이 아닌 '야당 대 한 장관'의 구도가 굳혀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검수완박법' 권한쟁의심판 첫 공개 변론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검수완박법' 권한쟁의심판 첫 공개 변론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尹 정부 스타 장관, '득'될까 '실'될까

정부 출범 후 윤 대통령이 언급한 '스타 장관'에 가까이 다가 선 인물은 현재로선 한 장관이 유일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스타 장관' 출신이라는 명패가 오히려 향후 진로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전망도 상존한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정권 출범 초반인데도 20~30%대에 머무는 데다 실언·외교참사 논란과 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으로 반등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검찰 출신 윤 대통령이 '무능' '비호감' 이미지를 쉽사리 벗지 못하면서 검사였던 한 장관의 정치 투신에도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김 여사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수사 결과도 변수다. 검찰은 주가조작 공범을 모두 기소했고,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고 가담했다는 정황도 나왔지만 아직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한 장관은 김 여사 의혹 관련 수사에 개입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불기소 처분으로 끝날 경우 역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검수원복'을 시도하며 사안을 헌재로 가져간 것도 그 결과에 따라 한 장관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정부 고위직 인사검증 권한을 가진 한 장관이 잇단 인사 책임론을 어떻게 만회할 지,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3000억원대를 지급하라는 판정에 대한 '뒤집기' 시도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도 한 장관 입지를 둘러싼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