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MB 교육장관인가”…이주호 등장에 커지는 우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9.30 10: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후보자 과거 정책 및 교육관 놓고 반발 목소리 커져
“공교육 파괴 전범…극단의 점수 경쟁으로 퇴행할 것”
윤석열 대통령은 9월29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명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9월29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명했다. ⓒ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을 설계했던 이주호 전 장관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후보자가 과거 추진했던 정책과 최근까지 주장해 온 교육 밑그림이 지나친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가 나온다.  

30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2017년 9월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진행한 세미나에서 "대입을 자율화 해 대학들이 4차 산업혁명 인재에게 어떠한 역량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학생 선발 방식을 발전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은 보수성향 민간 싱크탱크로 이 후보자는 당시 재단의 정책위원장이었다.

이 후보자는 MB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맡아 입학사정관제를 비롯 대입 자율화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확대 등 교육 정책 틀을 만든 인물이다. 세미나 내용을 감안하면 그는 관료 퇴임 후에도 동일한 입장을 유지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해당 세미나에서 "대학을 교육부의 규제 중심 통제에서 떼어내고 혁신전략부(가칭)의 관할로 바꿔야 한다"며 "교육과정과 대학입시 변화를 설계하는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수능의 자격고사화 등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수능을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로 전환, 일정 점수 이상을 올리면 대학 입학 자격을 갖추는 형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 3월 K정책플랫폼의 보고서에서는 "교육부의 대학 관련 기능은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1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을 맞은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1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을 맞은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고 돌아 MB 장관…극단의 점수 경쟁 시대로 돌아가나"

이 후보자가 추진했던 정책, 최근까지 밝혀 온 입장을 종합할 때 과거처럼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 정책으로 회귀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개혁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지난 50여 일간 찾고 찾은 인물이 돌고 돌아 MB 시절 교육부 장관이라는 점에서 결국 과거 회귀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정부 '교육 퇴행'의 정점은 이 전 장관의 복귀"라며 "교육 서열화로 '지잡대'라는 말이 생겨나고 일반고는 '수포고'가 된 현실을 만든 공교육 파괴의 전범"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정의당은 "지금은 맞춤 교육의 시대인데 구시대 경쟁 교육과 닦달 교육을 밀어붙인 인물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교육계에서 거부감 강한 인물인데 (대통령실이) 진영을 떠나 적임자를 물색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후보자가 과도한 경쟁을 조장해 공교육을 황폐화시킨 장본인이라는 이유에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 후보자 지명 직후 논평을 내고 "교육은 사라지고 극단의 점수 경쟁만 남았던 MB 시절로 교육을 돌리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이 후보자가 장관이던 시절)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일제고사를 시행했지만, 학교에서 성적을 올리기 위한 파행 사례가 이어졌다"며 "자사고 확대는 귀족 학교 논란으로 학교 양극화를 부추겼고, 고교 서열화로 '일반고 슬럼화'가 가속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며 "교육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사노조연맹은 "이 후보자는 추진력은 강하지만 장관 시절 교육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 교사들의 반발에 그 정책이 뿌리내리지 못했다"며 "교육을 성공적으로 개혁하고 발전시키려면 정책이 교사들의 동의와 자발적 참여 속에 수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맹은 이어 "이 후보자가 과거에 추진한 경쟁 지향적, 시장 지향적 교육정책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책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