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난 줄” 공포에 떤 강릉 시민들…軍 ‘부실대응’ 뭇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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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밤 강릉비행장서 큰 폭발음과 불길 ‘대혼란’
군, 주민에 사전 안내 안하고 이후에도 구체적 설명 안해 
한·미 군 당국은 10월5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동해상으로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사진은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 모습 ⓒ 연합뉴스
한·미 군 당국은 10월5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동해상으로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사진은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 모습 ⓒ 연합뉴스

강원 강릉 지역 주민들이 4일 밤부터 5일 새벽까지 이어진 큰 폭발음과 불길로 밤새 공포에 시달렸다.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폭발음과 화염은 군의 북한 도발 대응 훈련 중 미사일이 비정상 낙하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밤 중 발생한 사고에도 군이 미숙한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5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강릉 주민들이 전날 밤 11시께부터 이날 새벽 1시30분 사이 강릉 공군비행장 인근에서 큰 불길과 연기,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는 목격담과 사진, 영상이 속속 올라왔다. 

주민들이 올린 영상에서는 불꽃 섬광이 하늘로 치솟거나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굉음이 연속적으로 확인됐다.

시민들은 "군부대에서 이 정도의 폭발음이 들리는 훈련을 한 적이 없다", "집이 흔들릴 정도였는데 전쟁난 것 아니냐", "피신이라도 해야하는건가. 왜 시나 군 어디에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나" 등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잇달았다. 

강원소방 119상황실에도 '비행장에서 폭탄 소리가 난다', '비행기가 추락한 것 같다'는 등의 신고 10여 건이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출동 중 군부대 측으로부터 훈련 중이라는 설명을 듣고 3분 만에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시에도 화재와 폭발의 원인을 묻는 시민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시민들의 이 같은 혼란에도 군 당국은 이날 오전 7시가 돼서야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합동참모본부는 한미 군 당국이 전날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5일 동해상으로 연합 지대지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 각 2발 총 4발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큰 불길과 화염, 섬광, 폭발음 등은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 후 기지 내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시민들이 크게 동요하고 소방당국까지 출동하는 사태로 번졌지만 군부대 측은 추가 안내 없이 "훈련 중"이라고만 밝히면서 뭇매를 맞았다. 훈련 전에도 주민들에게 별다른 고지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군 당국은 비정상 비행과 관련한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다. 

강릉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도시 전체가 난리 났는데도 밤사이 행정당국은 물론 군도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며 "불안한 주민들이 단톡방이나 SNS에 모여 정보를 공유했는데 전쟁이 나도 이렇게 각자도생에 맡길 건가"라며 부실 대응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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