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정치풍자=권리’라더니…‘윤석열차’ 엄중경고 후폭풍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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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등 문체부 대응에 반발 분위기 확산
박보균 “정치오염 공모전 만든 진흥원 문제 삼는 것”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윤석열차'.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작품이 부천국제문화축제에 전시된 것을 지적하며 10월4일 '엄중 경고'한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윤석열차'.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작품이 부천국제문화축제에 전시된 것을 지적하며 10월4일 '엄중 경고'한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교생 만화 수상작에 '엄중 경고' 조치를 내리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내외 무대에서 '자유'를 외치고, 정치풍자는 권리라고 한 과거 발언까지 더해지며 '내로남불' 비판도 거세다. 문화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과잉 대응'을 꼬집으며 오히려 정부가 '윤석열차' 홍보에 나선 꼴이 됐다는 '풍자'도 나온다. 

5일 웹툰 작가 단체인 사단법인 웹툰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전날 문화체육관광부가 '윤석열차' 작품을 사회적 물의로 규정하고 엄중 경고 조치한 것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웹툰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문체부는 '사회적 물의'라는 지극히 주관적 잣대를 핑계 삼아 노골적으로 정부 예산 운운하며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정부 시절 관련자들이 사법 단죄를 받은 '블랙리스트' 행태를 대놓고 저지르겠다는 소신 발언은 실소를 넘어 경악할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주무부처가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분야엔 길들이기와 통제 차원에서 국민 세금을 쌈짓돈 쓰듯 자의적으로 쓰겠다는 협박이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문체부의 이번 조치는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밝혔던 소신과 UN총회는 물론 주요 국내 행사에서도 연신 '자유'를 강조했던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치 풍자는 문화예술인들의 권리"라고 말하고, 청년 문화예술인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힘 있는 기득권자들에 대한 풍자가 많이 들어가야 국민 박수를 받는다"며 정치 풍자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는 점에서 여론의 반발이 더 거세다.  

문체부는 전날 '윤석열차' 작품이 최근 열린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전시돼 논란이 인 것과 관련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인 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며 엄중 경고 조치 이유를 설명했다.

문체부가 윤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창작품과 이를 전시한 주체를 향해 '엄중 경고'를 내놓으면서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오갔다. 

한 네티즌은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이 어떻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빠져 있다"며 "사회가 아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이를 물의로 해석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런 대응이 '윤석열차'의 제작 의도와 말하고자 했던 내용을 더 널리 알려준 셈이 됐다"고 비꼬았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보균 "尹정부, 표현·창작의 자유 최대한 보장"

논란이 된 작품은 지난달 30일부터 10월3일까지 열린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차'라는 제목으로 전시된 만화다. 한국만화박물관에 전시된 이 작품은 고등학생이 그린 것으로 지난 7∼8월 진행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이다.

작품에는 윤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열차에 부인 김건희 여사로 보이는 여성이 조종석에 탑승하고, 칼을 든 검사 복장의 남성들이 객실에 줄줄이 타고 있다. 열차 앞에는 시민들이 놀란 표정으로 달아나고 있다.

문체부는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긴 하지만 국민의 세금인 정부 예산 102억원이 지원되고 있고, 이 공모전의 대상은 문체부 장관상으로 수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5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차' 엄중 경고 조치에 대해 "(과거) 블랙리스트와 비교할 성격이 아니다"며 "윤석열 정부는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문제 삼은 것은 작품이 아니다. 순수한 미술적 감수성으로 명성을 쌓은 중고생 만화공모전을 정치 오염 공모전으로 만든 만화진흥원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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