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도 못 막은 골프 약속…수해에 수세까지 몰린 최정우 포스코 회장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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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골프 의혹 보도 이후 국감장에서 난타전…최 회장 “책임 분할” 주장에 “말이 되느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했을 때 주말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나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가 쏟아졌다. 골프 의혹을 전한 시사저널 보도가 국감장에서 공론화된 것이다. 최 회장의 수해 복구 책임론이 가시지 않은 와중에 골프 사실마저 알려지며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10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공무원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10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공무원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10월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최 회장에게 “9월1일부터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했다고 했는데 9월3~4일 주말을 이용해 골프를 쳤느냐”고 물었다. 최 회장은 “3일은 골프를 쳤고 4일은 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9월3일은 토요일이었다.

이에 박 의원은 “일주일 전부터 재난대책본부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골프를 치러 가는 게 재난대책 책임자로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회사 매뉴얼상 재난대책본부장은 제철소장으로 돼 있다. 최종 책임자는 회장이지만 회사에는 역할과 책임이 분할돼 있다”며 책임 공방을 차단하려는 듯한 답변을 이어갔다. 하지만 박 의원은 “태풍으로 전부 긴장한 상황에서 포스코 회장이 골프장에 가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 책임져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시사저널은 9월30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최 회장의 주말 골프 의혹을 처음 전했다. 당시 포스코 측은 ‘개인 일정’이란 이유로 확인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번 국감을 통해 주말 골프가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태풍이 온다는 날에 골프장에 있었다는 말을 할 수가 있느냐”고 비판에 힘을 보탰다.

최 회장의 9월5일 일정도 도마에 올랐다. 국감장에서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8월 30일부터 단 한 번도 최고 경영진 주재 회의를 한 적이 없고 9월5일에는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최 회장은 “맞다”고 시인했다. 당시 최 회장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 전시회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인 9월4일 포스코는 힌남노의 영향으로 조업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이 의원은 “9월5일 회장이 미술 전시회를 보는 게 맞느냐”고 꼬집었다.

포항제철소·협력사 임직원들이 포항제철소 연주공장 에서 태풍 피해를 복구하고 있다.ⓒ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협력사 임직원들이 포항제철소 연주공장 에서 태풍 피해를 복구하고 있다.ⓒ포스코 제공

 

최 회장은 빠른 상황 수습을 약속했다. 그는 “최대한 복구를 단축시켜 국가 경제와 철강 수급에 영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복구 비용은 12월 정상 가동 시점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힌남노에 따른 매출 감소액은 2조400억원 수준이란 말도 덧붙였다.

최 회장은 잇따른 안전 사고로 리더십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포항제철소에서 배관 보온 작업을 하던 30대 용역사 직원이 사고로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작년 2월과 3월에도 포항제철소 협력∙하청업체 직원이 연이어 목숨을 잃었다. 그해 10월에는 포스코 계열사 직원이 덤프트럭과 충돌해 사망했다. 2018~20년에도 매년 인명사고와 폭발, 화재 사고가 터졌다. 모두 2018년 7월 최 회장 취임 이후 발생한 일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최 회장 교체론마저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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