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 간 외국인이 사들인 아파트 3만 채…중국인 62%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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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매입 비중 가장 높은 곳은 울산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부터 외국인 주택 거래·보유 현황 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매입 통계가 최초로 공개됐다. 2015년 이후 외국인의 전국 아파트 매입 건수는 약 3만 건에 달했고, 이 중 62%는 중국인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제출받은 연도별 외국인 아파트 매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외국인이 사들인 전국 아파트는 총 2만9792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국인의 매입 건수가 1만8465건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인이 매입한 경우가 5855건으로 19.6%였고, 기타 국적의 외국인이 산 경우는 5472건으로 18.4%를 차지했다.

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매입 건수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는 외국인 토지 거래 현황은 매월, 보유 현황은 6개월 주기로 공개하지만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보유·거래 공식 통계는 생산·공표하지 않았다.

부동산원이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아파트 매입은 2020년 정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전국 아파트 매입 건수는 2015년 2979건에서 2016년 3004건, 2017년 3188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2018년부터 3697건, 2019년 3930건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러다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뛰기 시작한 지난 2020년에는 외국인 매입 건수가 5640건으로 전년 대비 43.5% 급증했다. 2019년 말부터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가 강화되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주택담보 대출이 금지되는 등 고강도 금융 규제로 내국인의 주택 매입은 어려워진 반면 이 같은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외국인들의 아파트 매입은 많이 증가한 것이다.

이후 2021년에는 4931건으로 전년보다 소폭 줄었고, 올해는 8월까지 2423건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8월)에 매입한 3662건보다 33.8%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 등으로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한 데다 윤석열 정부의 외국인 부동산 투기 단속 의지에 따라 외국인들도 아파트 매입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이후 외국인이 사들인 아파트 중 중국인의 매입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울산으로 87.0%에 달했다. 이어 충남(80.6%), 제주(79.2%), 충북(77.4%), 인천(73.6%) 등의 순이다. 서울은 이 기간 외국인의 아파트 매입 건수가 총 5003건이며, 1605건으로 사들인 중국인(32.1%)보다는 1858건을 매입한 미국인(37.1%) 비중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시·도 가운데 중국인보다 미국인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높은 지역은 서울이 유일했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내년부터 외국인 주택 보유·거래 통계를 국가승인통계로 공표할 예정이다. 최근 2년 새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이 내국인과 외국인 부동산 매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거세지며 통계의 중요성이 커졌다.

아울러 국토부는 지난 6월부터 국세청, 관세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거래에 대한 첫 기획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달 말 합동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외국인 투기 방지 대책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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