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어쩌나…‘고통의 시간’이 다가온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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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 오나…두번째 ‘빅스텝’ 초읽기
이창용 한은 총재 “다른 것 희생해도 물가 안정 최우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출자들에게 고통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 고환율이 잦아들지 않는 데다 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금통위의 빅스텝은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기준금리는 현재 2.50%에서 3.0%로 뛰어오른다.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로 진입하는 셈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은 이미 빅스텝을 예상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설문조사 결과, 기준금리 인상 수준을 두고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 가운데 89명은 0.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6명은 0.75%포인트 인상을, 5명은 0.25%포인트 인상을 예측했다. 전문가 10명 중 9명이 빅스텝 이상을 예상한 것이다.

한은도 지난달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달라진 금리 인상 전제조건에 대해 시장에 꾸준히 신호를 주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겠다고 한 전제조건이 바뀌었다”며 “연준의 최종금리가 4%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가 한 달 만에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연준은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하며 올 연말 정책금리 전망치를 3.4%에서 4.4%로 수정한 바 있다.

한은의 ‘빅스텝’ 명분은 물가 안정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이 5~6%대에 있는 한 한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것을 희생해도 물가 안정”이라고 큰 폭의 금리 인상의 불가피성을 피력했다. 통계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5.6%를 나타냈다. 8월(5.7%)에 이어 5%대를 기록한 것이다.

상승세는 2개월 연속 둔화했지만 한은의 생각은 달랐다. 근원물가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비스물가는 1년 전보다 4.2% 올랐다. 2001년 10월(4.3%)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지난 5일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근원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통위 회의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이 총재의 앞선 발언과 궤를 같이 하는 분석을 내놓은 셈이다.

지난 10일 인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의 한 시중은행 환전 코너에 원-달러 환율과 각종 외화들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인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의 한 시중은행 환전 코너에 원-달러 환율과 각종 외화들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고물가·고환율 억제 위한 불가피한 선택?

물가와 연관된 환율도 빅스텝 가능성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28일 13년6개월 만에 144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금통위 회의를 하루 앞둔 11일에도 143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고환율이 계속되면 원자재와 농축수산물 등 수입 물가 역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요인을 앞세워 식품 업계는 최근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고환율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이 결국 소비자 체감 물가 오름세를 부채질하는 것이다. 지난 7일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 총재가 “높은 수준의 환율이 추가적인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한 이유다.

한·미 금리 격차 역시 빅스텝의 이유다.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11월 FOMC 금리 인상률 전망에서 자이언트스텝을 예상한 비율은 82%로 우세하다. 9월 미국의 고용지표가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연준이 11월에도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경우 미 기준금리는 3.75~4.0%수준까지 올라간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환율·물가 동반 상승은 물론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는 만큼 금통위가 빅스텝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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