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리더-문화예술] 임윤찬 피아니스트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0 09:05
  • 호수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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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선정 '2022 차세대리더' 100인]
건반 위에서 역사를 연주하는 ‘시간 여행자’

시사저널의 창간 기획 ‘차세대 리더 100’은 국내 언론 사상 최장기 기획인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의 미래 버전이다. 창간 33주년을 맞아 시사저널이 내놓는 ‘2022 차세대 리더 100’의 선정 과정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 경제(기업·IT·스타트업), 사회(법조·환경·NGO·종교·의학·과학·크리에이터), 문화(예술·영화·방송연예·스포츠·레저) 각 분야에서 내일의 대한민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 100명을 추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전문가 500명, 일반 국민 500명 등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기초자료로 해서 시사저널 기자들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후보군을 압축했다. 최종적으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올 한 해 미디어에 나온 여러 자료를 검토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국내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미래의 불확실성과 함께 위기감이 커지는 2022년 말. 시사저널이 제시하는 100명의 차세대 리더를 보면서, 그래도 내일을 기대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소망해 본다.

 

ⓒTaeuk Kang/ MOC

천재의 계보를 이어가는 피아니스트. 2022년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하며 자신의 존재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임윤찬(19)이다. 콩쿠르에서 보여준 그의 재능은 압도적이었다. 결선 무대에서 그가 연주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빼어난 기교와 풍부한 표현력을 인정받으며 ‘세계 음악계가 기억할 연주’로 꼽혔다. 결선 무대에서 그와 합을 맞춘 지휘자이자 심사위원장인 마린 알솝은 임윤찬과의 연주가 ‘음악 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고 표현했다. 연주에 감응한 전 세계 클래식 팬들은 온라인 투표에 참여해 그에게 청중상을 안겼다. 현대곡을 가장 잘 연주하는 이에게 주는 신작 최고 연주상까지 차지하며 대회 3관왕에 오른 그다. 그는 이미 준결선에서도 실력을 입증했다. 준결선에서 선택한 곡은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극도의 집중력과 ‘악마적 기교’를 요구하는 12곡 전곡을, 그는 65분 동안 쉬지 않고 완벽하게 연주해 청중을 놀라게 했다.

임윤찬은 2004년생이다. 7세에 동네 상가의 피아노학원에서 피아노를 시작했으니, 다른 천재들에 비해 시작은 늦은 셈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TV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의 오디션에 참여해 합격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초를 다지며 실력을 쌓았다. 2015년 만 11세의 나이로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했고, 2017년부터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손민수 피아니스트를 사사하며 성장했다. 이때부터 국내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하고 해외 콩쿠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8년 미국 클리블랜드 청소년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쇼팽 특별상을 받았고, 쿠퍼 국제콩쿠르에서는 최연소 참가자로 3위에 오르며 청중상의 주인공이 됐다. 2019년에는 주스페인한국문화원 초청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산페르난도 왕립미술원 콘서트홀에서 첫 해외 독주회를 했다. 2019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고, 클래식 음악계는 본격적으로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2020년 2월 예원학교 음악과를 전체 수석으로 졸업한 후, 2021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해 재학 중이다.

확신으로 가득한 단단한 연주, 흔들림 없는 성숙함은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몰입도도 굉장하다. 손민수 피아니스트는 “음악에 몰입해 사는 모습이 18~19세기에 사는 듯하다”며 그에게 ‘시간 여행자’란 별명을 붙여줬다. 그는 곡을 이해하기 위해 독서를 즐긴다. 리스트의 작품인 ‘단테 소나타’를 이해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외우다시피 읽었다.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피아니스트는 스승인 손민수 피아니스트고, 좋아하는 작곡가로는 바흐와 쇼팽, 스크랴빈을 꼽는다. 테너 유시 비욜링,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 러셀 셔먼, 이그나츠 프리드만, 블라디미르 소프로니트스키, 콰르테토 이탈리아노 같은 전설적인 예술가들의 레코딩을 들으면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 “입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연주의 성숙도’를 확인하고 싶어 콩쿠르에 나왔다”는 그는 이미 그 자신의 성숙도를 세상에 알렸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전곡, 모차르트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쇼스타코비치의 프렐류드와 푸가 전곡 등 그가 확장할 레퍼토리는 아직 많다. 세상의 모든 레퍼토리를 정복하고 싶다는 임윤찬. 그가 앞으로 건반으로 연주할 역사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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