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큼 ‘세랑의 소설’을 사랑할 순 없어
시사저널의 창간 기획 ‘차세대 리더 100’은 국내 언론 사상 최장기 기획인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의 미래 버전이다. 창간 33주년을 맞아 시사저널이 내놓는 ‘2022 차세대 리더 100’의 선정 과정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 경제(기업·IT·스타트업), 사회(법조·환경·NGO·종교·의학·과학·크리에이터), 문화(예술·영화·방송연예·스포츠·레저) 각 분야에서 내일의 대한민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 100명을 추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전문가 500명, 일반 국민 500명 등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기초자료로 해서 시사저널 기자들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후보군을 압축했다. 최종적으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올 한 해 미디어에 나온 여러 자료를 검토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국내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미래의 불확실성과 함께 위기감이 커지는 2022년 말. 시사저널이 제시하는 100명의 차세대 리더를 보면서, 그래도 내일을 기대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소망해 본다.
독자들에게 특별하게 사랑받고 있는 작가, 작가들도 애정하는 작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글을 쓰고, 또 그만큼 소통에도 적극적인 정세랑(39) 작가를 대중은 사랑한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독특하고 색다른 설정으로 독자들을 만났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피프티 피플》은 여러 인물이 맞닥뜨린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면서 연대 의지를 되살리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시선으로부터》는 사회의 차별과 억압의 시선을 보여줬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경쾌한 상상력, 사회적 이슈를 짚어내는 예리한 서사. 정세랑 작가의 글에 빠져드는 이가 많은 이유다.
정세랑 작가는 2010년 장르문학 잡지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2013년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 2017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지난해 수필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출간했고, 올해 엽편소설집 《아라의 소설》을 펴냈다. 등단 초기인 2011년부터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짧은 소설을 실은 책이다. 짧은 엽편부터 단편까지 다양한 분량이 담긴 이 책에는 SF 작가의 과감한 상상력이 담겨 있는가 하면, 시대를 반영하는 날카로움, 정세랑 작가 특유의 유머코드도 녹아있다. 그렇게 《아라의 소설》은 ‘정세랑 월드’의 압축판처럼 여겨지면서 장편소설을 기다리는 이들의 틈새에 스며들었다.
그는 다양하게 다작하며 대중이 문학으로 향할 수 있는 부드러운 진입로를 만든다. 계속 새로운 매체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정세랑 작가는, 현재 새로운 OTT 시리즈물인 《일루미네이션》의 대본을 집필하고 있다. K팝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성장통과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최근에는 걸그룹 아이브의 서머필름을 통해 협업하며 ‘짧지만 사랑으로 가득 찬’ 내레이션을 썼다. “무릎엔 흉터가 있어도 마음엔 없기로 해”와 같은 정세랑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은 청춘의 싱그러움을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