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한·미·일 훈련을 문제 삼는 이재명 대표에게 바란다
  • 전영기 편집인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5 07:35
  • 호수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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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핵공격 위협을 한국과 미국, 일본이 협조해서 막아야 하는 건 상식에 속한다. 이재명 야당 대표가 현존하고 임박한 핵미사일 협박을 감행한 북한은 놔둔 채 한·미·일 대응 훈련만 문제 삼는 언행을 반복하고 있다. 상식에 반하는 일이어서 유감스럽다. 국제 정세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70여 년 전에 적이었던 일본이 거의 3세대가 지난 지금까지 계속 우리의 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핵공격이라는 북한의 큰 위협 앞에 동병상련 나라들이 작은 갈등 요인을 뒤로하고, 각자 가진 장점을 주고받는 행위는 매우 자연스럽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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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오늘의 국민 생명

이재명 대표는 한·미·일 공동 대응에서 일본이 끼어들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 이유로 과거사를 꺼내든다. 아픈 과거사를 잊을 수야 없지만 그것 때문에 현재 살아있는 사람들의 안전보장을 외면하는 것은 정치인의 길이 아니다. 역사도 이념도 다 국민 생명을 지키자고 있는 것이다. 용서 못 할 과거사나 우리 민족끼리 이념에 경도되어 오늘과 미래 세대 수천만 명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현재’와 ‘내일’, ‘국민’과 ‘생명’은 정치인이 책임져야 할 최우선적 가치들이다. ‘과거’와 ‘이념’, ‘민족’과 ‘역사’ 같은 관념은 정치인보다 운동권 인사들이 좋아하는 신념의 용어들이다. 이 대표는 국민한테 책임질 수 있는 언행을 하기 바란다.

북한의 핵무기 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처하는 데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는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이 수도 없이 가지고 있는 사거리 1000km 미만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은 모두 한국과 주한·주일 미군을 겨냥한 것이다. 탄도미사일의 상승·시작 국면은 한국 레이더로도 탐지가 잘되지만 하강·종말 단계의 탐지는 일본이 뛰어나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의 지리적 차이, 북핵 공격에 맞춰 체계화된 일본의 대공 방어 시스템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9년 7월25일 북한의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한국군은 하강 국면의 궤도 불규칙성 때문에 사거리 계산에 실패했지만 일본 자위대의 정보를 받아 최종 확정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당시 군 고위 관계자가 전한 바 있다. 이번에 이재명 대표가 문제 삼은 한·미·일 군사훈련의 경우 핵무기를 장착한 북한 잠수함을 잡아내는 대잠 합동훈련으로 진행됐는데, 잠수함 탐지 능력은 초계기를 110대 보유하고 있는 일본을 한국이 따라갈 수 없다고 한다. 즉, 땅 위나 바다 아래서 한국을 겨냥해 쏘는 북한의 단거리 핵미사일을 탐지·요격하기 위해 한일 간 정보교환과 합동작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윤 대통령, 이 대표에게 여야 대표회담 제안하길

분열된 집안은 일어설 수 없다. 정부와 국민이 따로 놀고, 행정부와 국회가 사사건건 대립하는 모양새로 김정은의 공격을 이겨내기는 힘들다. 김정은은 한국 정치의 분열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에게 북핵 공격력의 실체와 한·미·일 국방협력의 필요성을 차근차근 설명해 초당적 대처를 도모할 책임은 최종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비협조를 지레 탓할 필요는 없다. 한시바삐 여야 대표회담을 여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우선 국민들의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야당의 도움은 국민 일치성 회복의 전제가 된다. 대통령의 간곡한 설명에도 이재명 대표가 엇나가면 그 책임은 이 대표에게 돌아갈 것이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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