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 악용한 ‘경태아빠’와 여친…후원금 6억원 모두 탕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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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 6개월 만에 검거, 여자친구 구속
후원금 전액 탕진 정황…“환수 어려울 듯”
'택배견' 경태 ⓒ 인스타그램 캡처
'택배견' 경태 ⓒ 인스타그램 캡처

반려견을 앞세워 수 억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모은 뒤 잠적했던 택배기사의 여자친구가 구속됐다. 경찰은 여자친구가 주도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전날 사기·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택배기사 김아무개씨의 연인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남자친구인 김씨와 함께 반려견 '경태'와 '태희'의 치료비를 명목으로 온라인을 통해 거액의 후원금을 모았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을 팔로우 한 사람들에게 '반려견 수술비가 필요하다'고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이 같은 방식으로 김씨와 A씨가 총 6억원 상당을 모금한 것으로 판단했다. 모금액 대부분이 A씨 통장으로 넘어간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경찰은 범행을 A씨가 주도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재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씨는 사람들을 속여 후원금을 모으는 과정을 A씨가 주도했으며, 자신과 관련된 혐의도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지난 4월 국민신문고 진정을 통해 민원을 접수하고 사건을 조사해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4일 대구에서 잠적했던 김씨와 A씨를 6개월 만에 검거했다. 검거 당시 반려견 경태와 태희도 함께 있었다. 

김씨와 A씨를 체포했지만 후원금 환수는 불투명하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후원금 대부분을 모두 써버린 것으로 파악돼 범죄 수익 환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씨와 함께 택배 트럭을 타고 다닌 반려견 경태가 유명세를 탄 후 올해 초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SNS를 통해 강아지들의 병원비를 후원받았다. 김씨는 "경태와 태희가 최근 심장병을 진단받았는데 최근 누가 차 사고를 내고 가버려 택배 일도 할 수 없다"며 시민들로부터 후원금을 모았다.

이후 김씨의 후원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자 김씨는 지난 3월 "허가받지 않은 1000만원 이상의 개인 후원금은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환불하겠다고 약속한 후 돌연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후원금을 보낸 이들은 총 모금액과 구체적인 사용처를 밝히라고 했지만 김씨는 모르쇠로 일관했고, 직접 메시지를 보내 빌렸던 돈도 대부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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