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취임 앞두고 2기 준법위에 준법의지 재표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복권 이후 두 달 사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더해 삼성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도 만났다.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 임박했다는 관측까지 더해지면서 재계에선 이번 면담이 회장 취임 전 사전인사를 겸한 자리였을 것이라는 해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후 ‘취업제한’이라는 족쇄가 풀리면서 경영 일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19일 경기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착공식 참석을 시작으로 △8월 24일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 △8월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8월 30일 삼성SDS 잠실캠퍼스 등을 찾았다.
이후에도 △9월 1일 삼성인력개발원 △9월 28일 삼성생명 MZ세대 지점장 간담회 △10월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 제4공장 준공식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9월 26일에는 40여 명의 계열사 사장단을 경기 용인 인재개발원에 불러 모아 식사를 하고 경영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부회장은 전자 계열사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계열사는 물론 바이오까지 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두루 챙기고 있다. 특히 신입사원부터 사장급까지 직책을 가리지 않고 임직원들을 만나며 소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의 현장 행보는 해외에서도 이뤄졌다. 지난 추석연휴 기간 파나마와 멕시코, 영국을 방문해 현지 공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멕시코에 동반 진출한 국내 협력업체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삼성 감시하는 준법위 찾아 준법의지 표명?
삼성그룹 총수의 리더십을 과시한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삼성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논의 중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도 찾았다. 이 부회장의 준법위 회동은 1년9개월 만으로, 올 초 출범한 준법위 2기 위원들과는 첫 만남이었다.
준법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면담에서 지난 2020년 대국민발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위원회의 활동방향인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경영, ESG 경영에 적극 동참하며,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답변했다.
재계에서는 삼성과 이 부회장이 오랜 기간 재판을 받아온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하는 준법위를 찾은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회장 취임을 앞두고 준법위원들과 컨트롤타워 설치에 대해 논의하고 준법 경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표명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잇따른 현장 행보에 준법위까지 찾으면서 회장 승진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시점이다. 재계에서는 오는 25일 이건희 회장 2주기, 11월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 19일 이병철 선대회장 35주기 등을 거론한다. 이 중 11월1일을 가장 유력하게 꼽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컨트롤타워의 부활과 함께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에 준하는 혁신적인 메시지를 통해 이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하는 모양새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