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방패’ 된 러시아 신병들…전사자 속출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10.1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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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러, 군대 질보다 양 우선시하는 듯”
“고깃덩이처럼 전쟁터에” 내부 비판도 쏟아져
러시아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 인근 칸칼라 군사기지에서 15일(현지 시각) 군인들이 일렬로 줄지어 있다. ⓒ타스연합
러시아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 인근 칸칼라 군사기지에서 15일(현지 시각) 군인들이 일렬로 줄지어 있다. ⓒ타스연합

러시아가 새로 들어온 신병들을 제대로 된 훈련 없이 전쟁터에 보내고 있다는 증언이 속출하고 있다.

16일(현지 시각)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새로 동원된 신병들이 이미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돼 단 며칠의 훈련만 받고 싸우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인들의 소셜 미디어에는 신병들에 대한 이같은 실태를 폭로하는 동영상 등의 게시물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게시물은 최근 징집된 신병들이 제대로 된 군사 훈련도 받지 않은 채 최전선에 배치됐고, 전투 물품이나 생활환경도 열악하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신병 일부는 동원된 지 단 11일 만에 우크라이나 동부의 치열한 전선 지역으로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징집된 병사 중 한 명은 사격 훈련에 대한 NYT의 질문에 “(사격 훈련은) 딱 한 번 받았다. 탄창은 3개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훈련을 한 차례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1전차연대에 배정된 한 신병은 “연대 사령관이 신병을 위한 사격 연습은 없을 것이며 이론 학습도 생략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토로했다.

NYT는 러시아가 국민들을 있는 대로 징집하고 있지만, 막상 이들을 위한 훈련 체계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의 전 애널리스트이자 공군 베테랑인 글렙 이리소프는 “러시아는 군사 전문가들을 많이 잃었다”며 “신병들을 훈련시킬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군사 훈련 시스템은 오랫동안 매우 약했다”며 “훈련의 대부분은 서류상으로만 진행돼 왔다. 평시 훈련에 고군분투했기 때문에 전시에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훈련 없이 신병들을 전선에 투입하면서 전사자는 늘고 있다. 러시아 중부 첼랴빈스크 당국은 지난 13일 군사훈련을 받지 않은 신병 다수가 전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 중 5명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BBC에 따르면 전사자의 친구와 친척들은 이들이 전투 훈련 없이 ‘고깃덩이’처럼 전선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쟁을 지지했던 군사 전문 블로거 아나스타샤 카셰바로바는 “군 동원령의 결과는 훈련되지 않은 남자들이 최전선에 던져지는 것”이라며 “(푸틴은) 우리에게 훈련이 있을 것이라고 했고, 그들을 일주일 안에 전선으로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거짓말을 했느냐”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잇는 러시아 남서부 벨고로드 주지사는 배치된 대부분의 군인들을 러시아 중부로 돌려보내 추가 훈련을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웃한 국경지역 쿠르스크 주지사도 매점 건물과 샤워실의 열악한 상태, 침대와 유니폼 부족을 언급, 훈련 환경을 비판했다.

NYT는 이같은 러시아군의 상황에 대해 “러시아가 군대의 질보다는 양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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