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감 후보 사퇴 선언 후 후원금 3400여만원 받았다
  • 이원석·구민주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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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8일 사퇴 선언, 13일 선관위 사퇴 신고…그 사이 들어온 후원금 받아 다 써
선관위 “법적으론 문제없다” vs 강민정 의원 “도덕적 문제”…청문회서 쟁점될 듯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서울시 교육감 후보자 사퇴 선언 후원금 3400여만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서울시 교육감 후보자 사퇴 선언 후원금 3400여만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6·1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중도 사퇴 선언을 한 이후에도 정치 후원금을 받아 모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금액이 3400여만원에 달한다. 

당시 이 후보자는 교육감 후보 사퇴 선언 이후 5일 후에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사퇴를 신고했다. 법적으로는 선관위에 사퇴를 신고한 날이 공식 사퇴일이지만, 사퇴를 언론 등을 통해 공식 발표한 이후에도 정치 후원금을 받아 그를 반환하지 않고 모두 사용한 것은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퇴 선언 5월8일 하고도, 후원금 모금은 12일까지

시사저널이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이 후보자의 서울시 교육감 선거 당시 정치자금 회계 자료 전반을 분석한 결과, 이 후보자의 후원 계좌에는 사퇴 선언을 한 이후인 9일부터 12일 사이 총 3434만3000원의 후원금이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 후보자가 선거 출마 기간 전체 걷은 후원금인 7486만3896원의 46%에 달한다. 

선관위에 공식 접수된 이 후보자의 공식 사퇴 일자는 5월13일이다. 하지만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5월8일 보수 서울시 교육감 후보자들의 단일화 합의가 성사되자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후원금 내역을 분석해 보면, 5월8일 후보직 사퇴 선언 이후 들어온 후원금은 총 27건이다. 30만원 이하의 소액 후원금이 110만원(8건), 50만원에서 200만원 미만의 후원금이 770만원(11건), 200만원대가 864만3000원(4건), 300만원이 1건이었다. 500만원의 고액 후원도 3건으로 모두 1500만원이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연간 300만원 이상의 정치후원금을 후원한 경우에는 후원자의 실명과 생년월일, 주소와 직업 등을 공개해야 한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 후보자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3명 중 1명은 이 후보자의 고교 동창인 치과의사인 A씨다. 나머지 2명은 에듀테크(인공지능 등 정보기술을 활용한 교육) 관련 임원으로 확인됐다. 선거 기간 동안 이 후보자는 모두 4명으로부터 총 1901만원의 고액 후원금을 받았는데, 이중 1500만원(3명)을 사퇴 선언 이후에 받았다. 

회계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사퇴 선언 이후 걷은 3500여만원을 비롯해 7400여만원을 선거비용과 선거이용 외 정치자금으로 모두 사용했다. 사퇴 선언 후 2건의 반납(100만원, 10만원)이 있었지만, 반납 이유는 적시돼 있지 않았다. 

이 후보자가 사퇴 선언을 하고도 선관위에 공식 사퇴 신고 전까지 후원금을 받은 것에 대해 현재로서는 규제할 명확한 법령 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현재 법률상 선관위에 사퇴 서류를 제출해 후원회가 해산된 이후부터는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면서도 “다만 언론 등을 통해 사퇴 선언을 공표했다고 해도 그것이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므로 후보자 혹은 예비후보자 신분이 상실됐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기에 그 사이에 후원금을 받았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 과연 적절했는지를 두고서는 문제제기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인 강민정 의원은 “후보 사퇴 선언 이후 후원금을 모금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후원금을 반환하지 않고 선거비용으로 사용한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식과 양심의 문제…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헛웃음 나올 일”

정치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퇴 의사를 밝혔으면 바로 공식적으로 사퇴를 하는 게 맞다. 시차가 있다면 왜 그랬는지 사실 설명이 필요하다. 지금의 과정이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퇴 선언과 실제 선관위 사퇴 신고 사이에 후원금이 들어왔다면, 차후에라도 반납하면 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헛웃음이 나올 일이다. 도의적으로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사퇴 공표를 하고 후원금을 받았다면 당연히 돌려줘야 한다. 이건 상식과 양심의 문제”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정치 후원금의 기본 취지가 선거 운동을 잘 하라고 주는 것인데 사퇴 이후에 받는 것은 맞지 않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정치인이라고 한다면, 국민 눈높이에서 그 행동이 올바른지 판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위법적인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나 수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20년차 변호사는 “공식 사퇴 이전까지 후원금을 받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사퇴 공표를 하고도 의도적으로 사퇴 신고를 미루고 후원금을 받았다면 기망에 의한 사기죄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과거 정치권에서 대가성을 갖고 정치 후원금을 주고받는 사례들이 존재하는 만큼 후보자의 사퇴 사실을 후원자가 알고 후원을 한 것인지, 후원금에 대가성은 없었는지 등이 위법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인사청문준비단은 시사저널에 “급박한 선거 상황 속에서 5월8일 먼저 사퇴 의사를 공표했지만 법률상, 행정상 사퇴가 이뤄진 건 5월13일”이라며 “정치 후원금이란 건 후원회가 결성돼 후원회에서 모금하고 결성하는 구조인데, 이 경우 모든 업무가 행정적인 과정과 기준에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5월13일을 기점으로 운용하는 것이 법적이나 도의적으로 하자가 없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앞서 이 후보자의 고액 후원자 중 2명이 에듀테크 업계 관계자라는 점을 두고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교육감 선거에서 AI(인공지능) 활용 교육 관련 공약을 하기도 했는데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특정 업계 이익을 대변하지 않겠냐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자 측은 “후보자는 당시 관련 법령을 준수해 공개적으로 후원금을 모집했다”며 “AI 관련 공약은 대부분의 후보가 제안했던 것이다. 후보자는 교육부 장관으로 임용된다면 특정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공직자윤리법’ 등에 따라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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