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10만 부산시민 만나 ‘정책 인터뷰’ 한다”
  • 김종일·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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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부산시당위원장) “이재명, 선거구 개편 의지 확고해…지구당 부활 절실”
“‘노인과 바다’가 된 부산, 매년 청년 2만 명씩 떠나가…산업은행은 부산으로, 서울은 ‘글로벌 금융’ 유치해야”
서은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0월14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서은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0월14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서은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동진(東進) 전략을 상징한다. 이재명 대표는 9월6일 임선숙 변호사를 호남 몫, 서 최고위원을 영남 몫으로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했다. 서 최고위원은 2006년 부산진구 구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2018년 구청장 자리에까지 오른 ‘풀뿌리 정치인’이다. 지난 6·1 지방선거 이후 원외 부산시당위원장직을 수행하던 그는 이제 중앙 정치 무대에서 ‘지역균형 발전’과 ‘유능한 민주당’을 위해 다각도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 최고위원은 10월14일 국회에서 진행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이기는 민주당’을 강조했다. 민주당을 전국 정당으로 만드는 일, 지역균형 발전, 지역정책연구소 활성화, 상향식 총선 정책 마련, 지구당 부활, 선거제도 개편 등 그가 주력하고 집중하고 있는 모든 것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시금 국민 신뢰를 회복해 승리하는 데 맞춰져 있었다. 서 최고위원은 “제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은 2024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준비를 하는 일”이라면서 “이재명 대표가 만드는 유능한 민주당에 힘을 보태는 최고위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차기 총선에서 제시할 공약 마련을 위해 부산 시민 10만 명을 인터뷰를 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렸다. 서 최고위원은 “부산에 지금 어떤 정책이 가장 필요한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골목골목을 돌며 직접 시민들에게 여쭙고 준비하려고 한다”고 했다. 서 최고위원은 시사저널이 선정한 ‘2022 차세대 리더 100’에 뽑히기도 했다. 

 

최고위원으로 지명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중앙정치에 지역을 넣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이 전국정당화의 길을 걷는다는 뜻으로 저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했다. 중앙에 와서 보니 더더욱 대한민국이 너무 빠른 속도로 중앙 집중화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서울과 수도권에 예산과 정책 등 모든 게 쏠리고 있다. 제 고민은 ‘지역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점을 어필하고, 이를 위해 중앙정치에 지역을 넣는 것이다. 물론 중앙에서 지역을 보니 지역이 또 다르게 보이는 점도 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 보람도 느끼고 더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 우선은 메시지보다는 메신저의 힘을 키우려고 한다.”

최고위원직을 제안하고 수락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와 특별히 나눈 이야기가 있나.

“이 대표는 민주당을 전국정당으로 만드는데 영남, 특히 부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당원 투표로 선출된 부산시당위원장인 만큼 제가 당원의 뜻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구청장이라는 행정 경험에 여성 등이라는 점이 서은숙과 함께 일하고 싶은 이유라고 하셨다. 결국 원외, 지역, 자치분권, 여성 등을 다 대변하라는 말씀이었다(웃음).”

최고위원으로서 ‘이것만큼은 꼭 해내겠다’ 하는 과제는.

“지구당 부활이다. 당초 지구당 폐지는 우리 정치지형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고심 끝의 정책이었다. 그런데 이제 한국정치는 많이 투명해졌다. 시민의 감시도 강해졌다. 다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갈 수 없다. 지역정치의 건강함을 위해, 현대정당으로 가기 위해 지구당 부활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 하나는 선거제도 개편이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너무 낡았다. 내가 행사한 한 표가 제대로 반영이 안 되고 있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국민 삶에 불편과 어려움을 주고 있다. 언제까지 불균형한 정치를 이어갈 것인가. 두 문제 모두 진영 간 유불리를 따질 문제도 아니다.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 지금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편은 민주당으로서도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이다.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 의원들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보나.

“물론이다. 이 대표가 내년 4월까지 선거제도 개편을 반드시 완료하겠다고 했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1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가동될 것이다. 이번엔 꼭 성과를 낼 것이다.”

이번엔 정말 다를까.

“이 대표가 분명한 의지가 있다. 제가 이 대표를 신뢰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여의도 정치 문법을 따르지 않고, 여의도 문법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 대표들에게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고, 이 시대의 민주당 대표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 본다. 정개특위가 그간 성과가 없었던 이유는 합의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직접 내려놔야 하는 당사자들의 합의는 결코 쉽지 않다. 국민적 요구와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 저는 결과물을 만드는데 정개특위가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분명히 성과를 낼 것이다.”

서은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0월14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서은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0월14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부산시당의 지역정책연구소인 ‘오륙도연구소’ 활성화를 통해 지역의 정책이 중앙에 끌려 다니지 않게 노력하는 걸로 안다. 

“오륙도연구소는 2016년 민주당의 시도당 중 지역에선 부산에 처음으로 생겼다. 문제의식은 확실하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전체적인 대한민국의 정책을 의제로 삼는다면, 지역은 지역만의 의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스스로가 심도 있게 논의하는 정책단위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인데, 지난 몇 년간 거의 역할을 못 했다. 출범 이후 2년 정도 활발했는데, 지난 4년간 거의 작동을 안 했다. 지금 목표는 이를 다시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음 총선 정책을 지금부터 미리 준비하려고 한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정책을 묻고, 그렇게 만들어진 정책을 구체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 총선을 두세 달 앞두고 짜깁기해서 급하게 만드는 지역 공약은 더 이상 없게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안이 있나.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위대한 부산시민 정책 10만 인터뷰’라는 이름이다. 부산시당이 주도한다. 부산 시민 10만 명에게 정책을 묻는 것이다. 부산에 지금 어떤 정책이 가장 필요한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골목골목을 돌며 직접 시민들에게 여쭙고 준비하려고 한다. 민주당 부산의 18개 지역위원장과 선출직 의원들, 청년들이 거리에 나가 시민들을 인터뷰 하고 그 내용을 데이터로 정리해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 것이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선 대토론회, 전문가 토론회 등을 마련할 거다.”

프로젝트는 언제부터 시작하는 건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기자회견을 하며 언론에 발표할 계획이다. 지금은 인터뷰를 위한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내부 교육 작업이 다음 주쯤 시작할 예정이다. 총선을 1년 정도 남겨놓고 부산 시민들이 바라는 정책을 정리해 발표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당에서 예산과 인력 등 적극적인 지원이 있나.

“우선 당비 배분 구조를 이재명 대표가 바꿨다. 좀 더 어려운 지역에 당비가 조금 더 많이 갈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민주연구원이 지역 정책연구 단위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도 했다. 부산뿐만 아니라 민주연구원과 지역의 연구 단위가 네트워크를 맺어 지역의 목소리와 정책이 중앙에 반영될 수 있게 더 노력할 것이다.”

서은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0월14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서은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0월14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윤석열 정부의 국가균형 발전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평가할 게 없다. 그 시금석이 산업은행 이전과 에어부산, 진에어, 에어서울 등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지역 이전 등인데, 제대로 추진되는 게 없다. 정부여당이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데, 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당이 어딘가. 정부여당이 의지 있게 추진하면 될 의제들을 민주당 탓을 하는 것은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 앞으로 계속 지켜볼 거다.”

민주당은 어떤가. 이재명 대표는 산업은행을 부산에 유치시킬 수 있나.

“(이 대표의) 목을 잡고서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웃음).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온다고 해서 서울에 문제가 생길 것은 없다. 오히려 (산업은행이 위치한) 여의도에는 글로벌 금융 단지를 유치하는 게 맞다. 대한민국이라는 큰 지도를 보면 서울 안에서 산업은행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부산에서 산업은행 이전은 굉장히 큰 문제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서울보다 파급력이 훨씬 크다. 이런 효과들이 지역에선 잘 보이는데, 중앙에선 잘 안 보이는 경우가 있다.”

부산에서 바라보는 엑스포 유치 진행 상황은 어떤가.

“엑스포 유치 지역이 서울이었다면 정부가 이렇게 대응했을까 싶은 부분이 있다. 물론 엑스포 유치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머니 말고는 별로 내세울 게 없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부산의 매력과 한국의 문화 등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부산 엑스포라고 해서 홍보가 부산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엑스포라는 차원에서 국민에게 받아들여지게 하려면 국내 구석구석까지 먼저 알리고 공감시켜야 한다. 지금 다른 지역들은 별 관심이 없어 보이지 않나. 여러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도전해 볼 만하다고 본다.”

부산 엑스포와 가덕도신공항은 연결돼 있는데.

“맞다. 그게 더 걱정이다. 만에 하나라도 엑스포 유치가 실패하면 2030년 전 개항을 목표로 하는 가덕도신공항이 또 늦춰질까봐 걱정이다. 계속해서 정부와 협의하고 체크하고 있다. 사실 부산 엑스포가 유치 된다면 효과는 엄청 크다. ‘등록(registered) 엑스포’는 ‘인정(recognized) 엑스포’와 차원이 다르다. 위상은 물론 경제유발 효과 등 부가가치 창출 효과도 매우 크다. 기후변화와 미래기술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루는 만큼 주목도도 남다르다.”

선거 때마다 요동치는 부산 지역의 민심은 어떤가. 부산시당위원장으로서 지금 민심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부산은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 매년 청년이 2만 명씩 떠나고 있다. 부산은 통계청 인구추계로 처음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가 됐다. 말 그대로 ‘노인과 바다’의 도시다. 부산은 선거에서 구도의 영향이 굉장히 크다. 주거형태에 따른 변화도 표심의 향방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부산 전체 의석 18석 중 3석 밖에 얻지 못했는데 평균 득표율은 43.6%였다. 낙선한 지역의 격차가 대부분 3~5%포인트였다. 물론 선수가 열심히 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만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민주당이 잘하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유능한 민주당의 기조가 전국적인 성과로 드러나고, 그게 윤석열 정부의 무능함과 대조된다면 부산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제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은 2024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준비를 하는 일이다. 지도부 전체가 그렇다. 이재명 대표가 만드는 유능한 민주당, 영남을 유능하게 만드는 데 힘을 보태는 최고위원이 되겠다.”

서은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0월14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서은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0월14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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