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같은 얘기” “NL이냐”…‘최고존엄’ 공방에 법사위 국감 또 파행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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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법사위 국정감사 질의 시작도 못해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오전 질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파행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최고 존엄'이라고 한 발언을 두고 여야 간에 공방을 벌이면서다. 

18일 오전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군사법원을 대상으로 한 국감장에서 한 자신의 발언을 거론했다. 기 의원은 당시 강릉 미사일 낙탄 사고와 관련한 질의를 하던 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최고존엄인가 하는 사람'이라고 지칭했고,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이를 문제 삼았다. 

기 의원은 전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사람 한 분이 북한군에 의해 그렇게 무참하게 그런 피해를 당한 것인데, 그래서 저기에 뭐 최고 존엄인가 하는 사람이 공식적인 사과까지 한 사안들"이라며 "우리는 자칫 했으면 수천 명의 인명이 원인도 모르는 채 정말 큰 참사를 당할 뻔했다"며 낙탄 사고의 책임을 물었다.

그러자 조 의원은 "'북한의 최고 존엄이 사과했다'는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국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란 발언까지 있을 순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고 존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기 의원은 곧바로 "속기록을 읽어보겠다"며 "(발언의) 취지는 '최고 존엄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이'로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기 의원이 발언 취지를 수정하면서 일단락된 듯했던 '최고 존엄' 발언 논란이 이날 국감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 의원은 자신의 발언 속기록을 읽은 뒤 "일종의 조롱이자 야유였는데 조 의원은 앞뒤 맥락을 다 잘라버리고 '기동민 의원이 북한 최고 존엄이 사과했다'는 발언을 했다"며 "이게 (국민들에게) 사과할 사안인가? 웃자고 얘기했더니 죽자고 달려드는 격이고 요즘 검찰 잣대로 보면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조 의원도 신상발언을 신청해 "미사일이 잘못 발사된 것에 대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사과라도 했는데 우리 대통령은 왜 사과하지 않느냐는 맥락이었다"며 "웃자고 한 농담이라고 했는데 그 농담은 웃을 수 없는 농담"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고 존엄이라는 단어는 북한 체제를 상징하고 북한 체제 정점에 김정은 위원장이 있다는 소리"라며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구성 영토 전체로 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를 절대로 농담으로도 최고 존엄으로 부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 의원은 재차 "최고 존엄이란 얘기를 대한민국 땅에서 절대 써서는 안 되다는 편협한 세계관으로 어떻게 의원을 할 수 있겠나"라고 따졌고, 조 의원도 "우리 국회의원이 해서 되는 발언의 선이 있고 넘지 않아야 할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기 의원은 신상발언 시간 제한이 끝난 이후에도 "그런 쓰레기 같은 얘기를 들으려고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마치 기동민을 김정은의 꼬붕으로 만들어놓은 것과 뭐가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조 의원은 "제 신상발언에 이렇게 끼어드는 것이 민주당 간사님 다운 발언이냐" "NL(민족해방파) 아니냐"고 맞받으며 장내 소란은 계속됐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의 중재에도 두 사람의 설전이 계속됐고, 박범계, 김남국 민주당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공방은 더욱 격화했다. 박 의원은 신상발언 신청을 하면서 "조정훈 의원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 정의롭지 않다는 걸 내가 국민들한테 알리기 위해서다. 동료 의원의 표현을 입맛대로 해석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신상발언을 하겠다는데"라며 거들었다. 그러자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밖에 가서 기자회견 하세요"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박범계 의원님은 밖에 나가서 성명으로 하라"라며 박 의원의 신상발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이어 "도저히 지금 감사를 계속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개의 후 43분 만에 감사 중지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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