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쏠린 ‘먹통’ 책임론, SK로도 번지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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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 시작점 SK온 배터리로 밝혀져
향후 카카오와 치열한 책임 공방 예상
지난 16일 경찰과 소방당국이 1차 감식을 했던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 발화 지점인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가 불에 타 있다. ⓒ이기인 경기도의원 페이스북
지난 16일 경찰과 소방당국이 1차 감식을 했던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 발화 지점인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가 불에 타 있다. ⓒ이기인 경기도의원 페이스북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카카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SK도 이번 사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진상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태의 책임론이 SK로도 옮겨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19일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경기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홍 대표는 이번 화재의 1차적 책임이 SK C&C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우선적으로 서비스의 정상화 이후 (주)카카오와 카카오 주요 종속회사 손실에 대한 손해 배상 논의를 SK C&C 측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투자자들이 알고 싶은 걸 미리 알려드리고 싶었다”며 “이번 사고의 1차 원인은 SK C&C에 있기 때문에 피해보상에 대해 논의하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SK의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카카오가 공시한 지난 17일 SK도 공시를 통해 이번 화재를 ‘불의의 사고’로 규정했다. SK는 “판교 데이터 센터는 관련 법의 안전 규정에 따라 검사를 정기적으로 수행해 왔으나, 이번 같은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 만큼 보완 사항을 면밀히 확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실행해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서비스 수준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상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해 왔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국회에서는 SK C&C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18일 대전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판교 화재 문제는 철저한 원인 규명이 있기 전까지는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데이터센터의 전원 공급 시설 설계와 운영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2020년 KT 사고 때는 통신망에 대한 피해는 전혀 없없다”고 말했다. 판교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운영에 대한 의문을 표시한 것이다. 향후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을 두고 양측의 ‘책임론’이 치열하게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재계의 전망이다.

SK 입장에서는 민감한 감식 결과도 알려졌다. 지난 17일 경찰과 국과수, 소방 등의 합동감식팀의 2차 조사 결과 발화 지점이 SK온의 리튬이온 배터리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화재 원인이 배터리 또는 배터리 랙 주변의 전기적인 요인으로 추정되지만, 자연 발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국과수의 정밀 감식 결과 배터리 결함으로 밝혀질 경우 SK온 배터리의 안정성 신뢰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한상의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확산과 이해관계자 중심경영 인식 제고'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환영사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상의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확산과 이해관계자 중심경영 인식 제고'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환영사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이유로 국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오는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최 회장의 증인 채택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룹을 총괄하는 최 회장을 계열사 문제로 부르는 것이 온당하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SK C&C와 최 회장의 연관성은 밀접하다는 것이 재계의 시선이다.

SK C&C는 SK㈜의 사업부문으로 2015년 8월 SK㈜를 흡수합병하기 전까지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회사였다. 당시 최 회장은 최대주주(32.92%)였던 SK C&C를 통해 SK그룹을 지배해왔다. 당시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0.02%에 불과했다. 이후 SK C&C와 SK㈜의 합병을 통해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23.4%로 늘어났다. 최 회장의 안정적인 그룹 지배구조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 SK C&C인 셈이다. 두 회사의 흡수 합병 후 최 회장은 SK C&C의 사내이사가 됐고, 박성하 사장이 대표로 경영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순환출자 꼬리표가 붙었던 SK C&C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SK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감에 출석한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최 회장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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