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조준’ 검찰 길 터주는 감사원…달아오르는 野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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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수사 의뢰 닷새 만에 서욱·김홍희 구속영장
영장심사 결과 촉각…野 ‘기획수사’ 맹비난 속 거센 반발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0월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 연합뉴스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0월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칼끝이 문재인 정부 수뇌부를 향하고 있다. 감사원은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보조를 맞춰 길을 터주는 모양새다. 핵심 인물에 대한 신병확보가 시도되면서 검찰 수사는 갈림길에 섰다. 영장이 발부되면 파장이 큰 전 정권 수사 명분을 살릴 수 있지만, 기각되면 동력 상실이 불가피하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전날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감사원이 18쪽 분량의 감사 결과를 발표, 문재인 정부 인사 20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검찰이 서 전 장관 등에 대한 신병확보 절차에 들어간 만큼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이 서 전 장관 등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 및 허위 공문서 작성,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이다. 검찰은 서 전 장관이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과 배치되는 내용의 감청 정보 등이 담긴 군사 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거나 합참 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쓰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감사원이 지난 13일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2020년 9월23일 관계장관회의 후 서 전 장관 지시에 따라 밈스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이 삭제됐다고 밝힌 것과 일치한다. 청와대 안보실 지휘 아래 국방부와 통일부, 국정원, 해경 등 관계 기관이 이씨 사건을 '자진 월북'으로 규정하고 이와 배치되는 증거를 은폐했다는 게 감사원과 검찰의 '동일한' 결론이다. 

왼쪽부터 서욱 전 국방부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 Ⓒ연합뉴스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서욱 전 국방부장관(왼쪽)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 Ⓒ연합뉴스

검찰은 서해 피격 사건 재점화 초기부터 총대를 메고 나선 감사원 덕분에 수사 부담을 덜게 된 모양새다. 최근까지 대통령기록관을 한 달 넘게 압수수색 하는 등 검찰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던 시점에 감사원의 지원 사격이 이어져서다. 

지휘봉을 넘겨 받은 검찰은 감사원이 수사의뢰 근거로 지목한 '한자(漢字) 구명조끼'와 '월북 의사 표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씨는 2019년 9월22일 오후 3시30분께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을 당시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감사원은 이를 근거로 이씨가 중국 어선에 구조됐다가 다시 바다로 들어간 후 최종적으로 북한 해역으로 넘어가게 됐다고 봤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대지 못했다.

향후 검찰 수사는 이에 대한 실체 확인과 관련 증거 확보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씨가 북한군에게 발견된 후 거듭된 북측 질문에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고 감사원이 밝힌 부분 역시 이렇다 할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최근 국감에서도 특별취급정보(SI)에 이씨의 월북 의사 표시와 관련된 집중 질의가 있었지만 이종섭 국방장관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일단 검찰은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 등을 고리로 문재인 청와대 윗선을 향한 수사를 본격화 할 전망이다. 서훈 전 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한 후 문 전 대통령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가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1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가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1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 연합뉴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판을 키울 경우 야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지만 이 역시 감사원이 먼저 신호탄을 쏜 상태다. 앞서 감사원은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를 추진하다 논란이 커지자 철회했다. 야권에서는 감사원이 서면조사 불발을 예견하고도 '망신주기성' 조사를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과 감사원, 대통령실이 상호 '교감' 속 기획 사정을 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의 서 전 장관·김 전 청장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감사원은 지난 금요일 공소장에 버금가는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영장청구로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키려 했다"며 "대통령실의 기획 사정이 막장 드라마로 치닫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서해 피격 공무원 의혹 사건 기획자를 '대통령실'로 지목하고 "대통령실이 관계기관을 모아놓고 서해 사건을 새로 논의한 후 해경과 국방부의 공동 발표로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기호 간사 등 과거 국민의힘 의원들도 월북 정황을 수긍하고 인정한 진실이 국방위원회 회의록에 다 들어있다"며 회의록 공개를 거부하는 국민의힘에 협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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