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은 현실주의자?…공무원 교육자료 ‘식민사관’ 논란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2.10.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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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교육자료 속 이완용 “나는 나라만을 생각했던 현실주의자”
김한규 “공무원 교육자료서 친일파 논리 소개는 매우 부적절”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2020년 제작해 공무원 영상 교육자료 일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2020년 제작한 공무원 영상 교육자료 일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이 매년 이수해야 하는 통일교육 자료에 이완용이 자신을 ‘나라만을 생각한 현실주의자’라고 소개한 부분이 포함돼 파문이 인다. 식민사관에 기초한 친일 행위 미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만들어 수년간 사용해온 ‘역사에서 배우는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제목의 영상 교육자료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돼있다.

문제가 된 부분을 살펴보면, 가상대화 형식으로 제작된 영상에서 이완용이 등장해 “일본이 한국을 장악하는 것은 이순신 장군이 살아와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최대한 나은 조건으로 합병이 이뤄지도록 한 것”이라고 발언한다.

또한 이완용은 “이왕 매를 맞을 거라면 조금 덜 아프게 맞는 게 낫지 않느냐”면서 “그러지 않았다면 장담컨대 전쟁이 나고 나라는 나라대로 잃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자료엔 ‘나는 나라만을 생각했던 현실주의자’ ‘#일본의 한국점령은 기정 사실’ ‘#어쩔 수 없는 선택’ 등 이완용 입장을 담은 자막도 포함된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은 한·일 합병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이자 일제의 침탈이 불가피했다는 식민사관 논리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된 부분은 더 있다. 같은 교육자료에서 독립운동가인 신채호의 가상 대화 부분이다. 신채호는 해당 대화에서 “모두가 이완용 같은 현실주의자였다면 우리는 아직도 일본의 식민지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신채호의 해당 언급을 두고 “마치 신채호 선생이 이완용을 현실주의자로 인정하는 듯한 내용”이라면서 “현실주의는 일제강점기를 옹호하는 주된 논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공무원이 들어야하는 교육자료에서 친일파 논리를 소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깊은 상처와 아픔을 초래한 한·일 합병이 정당했다는 논리, 친일 행위를 미화하는 논리를 굳이 가상대화로 소개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의 식민사관 논란 등 우리는 아직도 일제강점기를 둘러싼 역사적 갈등을 겪고 있다”면서 “식민사관이 자연스럽게 확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은 즉각 교체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통일부도 해명에 나섰다. 통일부는 20일에 낸 해명자료에서 “해당 통일교육 자료는 구한말이라는 역사적 시기에 활동했던 인물들의 가상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주는 함의를 생각해보기 위해 2020년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자료 중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선 “전봉준, 이완용, 신채호, 유관순 등의 인물이 차례로 등장하여 당시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서 우리의 대응 관련 자신의 입장을 가상으로 소개하는 전체 교육자료의 일부”라면서 “현재 통일교육 교재 전반에 대해 수정 필요성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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